▲ 강정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뜨거운 감자'를 손에 들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고민할 이유조차 없던 일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복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루트로 메이저리그 팀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던 강정호 에이전트의 이야기와 다르게 강정호가 지난달 21일 KBO에 복귀 의향서를 제출한 것.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키움(당시 넥센)과 합의 하에 임의탈퇴 상태가 됐던 강정호였다. 그는 지난해 8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된 뒤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미국 텍사스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새 팀을 물색해 왔다. KT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합동훈련을 하기도 했지만 국내 복귀 의향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메이저리그 개막이 연기되고 구단 업무가 올스톱되면서 복귀 길이 막히자 국내로 방향을 틀었다. 2016년 12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2009년, 2011년 음주운전 적발까지 자신의 죄가 쌓여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강정호는 국내 복귀 가능 시점을 가늠하기 위해 키움에 연락하는 대신 KBO에 상벌위원회를 먼저 요청했다.

KBO는 이달 25일 법리적 쟁점이 있다는 이유로 '3번 이상 음주운전 적발시 3년 유기실격' 규정을 소급적용하지 않고 강정호에게 3년 유기실격이 아닌 1년 유기실격(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국내 복귀 실마리를 찾은 강정호는 복귀 결정 후 한 달이 넘은 28일에서야 키움 측에 공식 복귀 의사를 전달했다.

키움 관계자는 28일 "강정호에 관해서는 법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따져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인 문제란, 2009년, 2011년 음주운전 사실을 숨긴 것에 대해 구단이 강정호에게 추가로 징계를 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했다. 이 말은 즉 구단이 강정호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강정호는 KBO에 소명서를 내고 연봉 반환 의사를 밝히며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전과가 지워지지는 않는다. 강정호의 보류권을 가지고 있는 키움 구단이 강정호를 받아들인다면, 그렇지 않아도 현재 구단 대주주 이슈와 온갖 구설수로 나빠진 구단 이미지를 되돌릴 수 없는 일대 사건이 된다.

키움이 강정호와 임의탈퇴 해제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강정호로서는 방법이 없다. 선수의 앞길이 막히는 셈이지만 냉정하게 수백 억대의 가치를 지닌 프로스포츠팀을, 그것도 자립형 사업체를 운영하는 키움이 이미지 메이킹조차 실패한다면 스폰서 기업들이 무엇을 보고 키움에 투자해야 할지 의문이다.

키움이 강정호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경우 다른 팀이 그를 영입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KBO가 강정호에게 당장 내년에 뛸 수 있는 '면죄부'를 줬기 때문에 그가 실전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구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국내 팬들이 선수들에게 바라는 도덕적 기준이 구단의 생각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강정호는 공식사과문에서 "한 번 더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강정호가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돌아올 수 있는 곳이 KBO리그라는 것을 키움 구단이 입증해준다면, 앞으로 어떤 죄질이 나쁜 선수든 리그에 복귀할 수 있는 선례가 생긴다. 모든 구단들과 선수들이 키움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키움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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