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넷 '프로듀스X101' 참가자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연습생들의 꿈을 가지고 장난친 대가는 결국 징역형이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 투표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엠넷 안준영 PD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29일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준영 PD에게 징역 2년, 추징금 3700여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용범 CP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안준영 PD는 투표 조작 등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사욕을 채우려 했거나 부정 청탁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기획사 관계자들과 술자리는 인정했지만, '친목도모'라고 주장하며 부정청탁, 특정 연습생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민 프로듀서들의 투표로 데뷔조가 결정된다'는 말과 달리 연습생들의 득표수를 조작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드리지 못해 고통스러웠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안 PD는 "저는 제 자신을 속였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가 좋아야 연습생들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한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원망스럽다"며 "정의롭지 못한 과정으로 얻은 결과는 결국 무너지게 돼 있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용범 CP는 "저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들과 연습생, 그리고 오명을 뒤집어쓴 회사와 선후배·동료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 안준영 PD. ⓒ곽혜미 기자

지난해 7월 종영한 '프로듀스X101'은 시청자 투표수가 특정 수의 배수로 나타난 것이 알려지며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프듀' 제작진 안 PD와 김 CP는 사기의 공동정범 혐의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공동정범 혐의, 배임수재 혐의 등을 받는다.

누리꾼들은 이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에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로듀스101' 모든 시리즈 출연 모든 연습생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가족, 지인, 팬들 등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 심지어 일각에서는 지난 12일 검찰의 구형보다 형량이 낮아, 안준영 PD를 비롯한 이들이 더 무거운 형벌을 받아야 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5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듀' 조작 논란은 큰 후폭풍으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시즌 4의 데뷔 그룹 엑스원은 해당 사태로 데뷔 100일을 못 채우고 결국 해체했고, 시즌 3 데뷔 그룹 아이즈원은 활동을 강행한다는 이유로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감내해야 했다. 이 밖에도 이미 프로젝트 활동을 종료한 시즌 1 아이오아이, 시즌 2 워너원 멤버들 역시 조작 멤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이들이 세운 업적, 기록, 명예 그리고 추억까지 모두 빛이 바라게 됐다.

▲ '프로듀스101' 시즌 1,2로 데뷔한 아이오아이(아래)-워너원.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무엇보다 당초 투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자 안 PD, 김 CP 등을 향한 비난보다는, 투표수 조작으로 인한 수혜 혹은 피해 본 연습생 찾기에 더 집중된 분위기였다. 직접적으로 투표 조작한 안 PD와 김 CP 등은 물론, 간접적으로 관련된 이들까지 '탓' 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당시 누리꾼들의 초유의 관심사는 오로지 '진짜 순위'였고, '프로듀스101' 모든 시리즈 데뷔 그룹 멤버들은 물론,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든 연습생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은 한동안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작 사건을 벌인 당사자들보다도 조작의 피해자인 이들에게 쏠리는 관심이 마녀사냥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며 '프로그램에 이용당한 연습생들에게 향하는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안 PD와 김 CP가 받을 형벌에 더 관심이 쏠렸다.

▲ 엠넷 '프로듀스101' 시리즈 포스터. 제공|엠넷

결국 안준영 PD, 김용범 CP 등은 연습생들을, 연습생들의 꿈을, '국민프로듀서'라고 내세운 시청자들을 모두 이용한 대가로 징역살이 위기에 처했다. 이들 제작진이 해당 판결에 불복, 항소 의사를 표할지, 혹은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힌 듯이 형벌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많은 이들이 주시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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