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에 비해 공격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딕슨 마차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자기가 계속 나가고 싶어 하더라”

허문회 롯데 감독은 29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팀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28)의 휴식 계획에 대해 선수의 의지를 마냥 꺾을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당초 이번 주중 적당한 시점을 잡아 휴식을 줄 예정이었고, 그렇다면 29일은 적당한 휴식 시점이었다. 하지만 마차도는 29일에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대신 타순만 9번으로 조정됐다.

9번 타순 배치는, 뜨거웠던 타격감이 시들하다는 증거다. 마차도는 시즌 첫 8경기에서는 타율 0.310, 3홈런, 1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72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결정적인 순간 홈런이 터지는 등 기록 이상의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그 후로는 성적이 뚝 떨어졌다. 최근 14경기에서 타율은 0.140, OPS는 0.469에 불과하다. 장타는 줄고 대신 삼진은 늘었다. 변화구 대처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마차도를 마냥 뺄 수는 없는 게 바로 수비 때문이다. 주전 유격수인 마차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만한 수비를 갖췄다”는 롯데의 자신감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하고 있다. 안정감은 물론, 기본기를 응용한 화려한 수비와 상황 판단에도 매우 능하다. 투수는 물론 동료 야수들에게도 큰 안정감을 준다. KBO리그 역대 외국인 유격수 중에도 마차도보다 더 좋은 수비를 펼쳤던 선수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마차도는 수비로 실점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유격수라는 점에서 단순히 공격만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선수다. 다만 타율이 0.208, 출루율이 0.284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마차도의 수비력이 전체적인 가치 판단을 흐린다는 반론도 나온다. 어쨌든 마차도는 외국인 타자다. 유격수 수비가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양해가 가능한 수준의 공격 생산력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이니 재계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증명된 것과 같이 마차도의 수비력은 시즌 끝까지 리그 정상급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마차도는 공격에서 얼마를 해야 재계약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을까. 보는 사람의 기준, 그리고 그때의 팀 상황을 두루 살펴야겠지만 지금 공격 성적보다는 더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롯데의 하위타선 사정을 보면 더 그렇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29일까지 마차도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78.3이다. 리그 평균보다 조금 많이 떨어진다. 아무리 수비가 좋아도 이 정도 공격 성적으로 재계약에 이르기는 어렵다. 적어도 리그 평균에 근접한 수준은 되어야 공격에서도 팀에 손해를 끼치지 않고, 수비를 감안해 프리미엄을 쳐줄 수 있다. 

29일까지 집계에서 타율 0.301, OPS 0.822를 기록 중인 노진혁(NC)의 wRC+가 112.4다. 타율 0.267, OPS 0.730을 기록 중인 팀 동료 민병헌의 wRC+는 93.0이다. wRC+ 100에 가장 가까운 제이미 로맥(SK)의 OPS는 0.751 수준이다.

wRC+의 집계 공식이 반드시 OPS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흐름에서 OPS 0.750~0.800 사이 정도면 공격에서도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그 정도까지 올라간다면 수비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는 마차도는 재계약 당위성이 높아진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는데다 위와 아래가 모두 열린 상황. 지금의 공격 생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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