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KBO리그 첫 등판을 가진 아드리안 샘슨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취재진의 질문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아드리안 샘슨(29·롯데)은 “괜찮다. 아버지 이야기는 전혀 문제없다. 미국에서도 그것으로 기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은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버지를 하늘로 보낸 아픔이 한 달 사이에 다 아물었을 리는 없었다.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로 관심을 모은 샘슨은 올 시즌 데뷔가 늦었다. 28일 사직 삼성전이 첫 등판이었다. 아파서 그런 게 아니었다. 부친상 때문에 미국에 다녀오느라 데뷔가 늦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 2주의 격리, 그리고 다시 몸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롯데는 시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샘슨의 미국행을 허락했다. 아니, 오히려 권유했다. 롯데의 배려 속에 샘슨은 사랑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국내 선수들도 가족의 상을 당하면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휴가를 주는 게 일반적이다. 요즘 시대에 “그래도 뛰어라”고 말할 코칭스태프는 없다. 샘슨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는 귀국 시점을 샘슨의 의사에 맡겼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샘슨은 “당장 돌아가겠다”고 했다.

샘슨은 “미국에 더 있을 수도 있었지만,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이 있기 때문에 복귀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미국에 있으면 더 슬픈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빨리 야구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나 (돌아가신) 아버지도 야구를 하는 것을 원하셨을 것 같다. 빨리 복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상황을 빨리 잊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야구가 더 절실해지는 샘슨이다. 샘슨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분이셨다. 항상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불평이나 불만이 없으셨다”고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내가 야구를 하는 것을 좋아하셨고, 야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하신 훌륭한 분이셨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셨다”고 했다. 샘슨은 눈시울이 불거졌고, 더 이상 관련된 질문은 없었다.

이처럼 야구는 샘슨이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잊는 하나의 수단이자, 또 한편으로는 샘슨과 하늘의 아버지를 잇는 하나의 수단이 됐다. 야구에 대한 샘슨의 의지와 각오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샘슨은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28일 사직 삼성전에서 3⅓이닝 3피안타 2실점의 크게 나쁘지 않은 내용으로 첫 등판을 마쳤다. “다다음번 등판부터는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다”는 게 샘슨의 자신감이다.

샘슨은 한국 타자들에 대해 “공을 따라가는 동체시력이 우수했던 것 같다. 콘택트는 물론 장타를 때릴 수 있는 힘도 겸비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다”면서 “분석하고 집중해서 좋은 공을 던지겠다. 천천히 최대한 100%를 만들어 팀이 항상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뒤늦게 시즌을 시작하는 각오를 밝혔다. 샘슨이 자랑스러운 투구와 함께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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