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이후 2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친 SK 이흥련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4-4로 맞선 5회 이흥련(31·SK)의 방망이를 떠난 공이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좌측 담장을 넘는 순간, SK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적생의 이틀 연속 홈런이 팀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염경엽 SK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흥련이 뜨겁다. SK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한 상황이다. SK와 두산은 29일 밤늦게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SK는 지난 2년간 1군에서 활용했던 우완 이승진,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고 키웠던 포수 권기영을 두산에 내주는 대신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를 받는 트레이드였다. 그 이흥련이 트레이드 다음날부터 주전으로 나서더니 2경기 연속 대포를 터뜨리며 팀 승리에 기여한 것이다. 

트레이드 성과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이상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 아직 어떤 평가를 내리기는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SK가 한숨을 돌렸다는 자체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흥련은 5월 30일 인천 한화전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염경엽 SK 감독은 31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승리에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 기세는 31일 결승 홈런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 트레이드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구상부터 설명하면 꽤 거슬러 올라간다. SK는 2017년 KIA와 4대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그때 얻은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이홍구다. SK는 이홍구가 군 문제를 해결하면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비교적 확고하게 서 있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kt와 트레이드를 한 것도 이 연장선상이다. 윤석민을 허도환에 현금을 얹어 맞바꾸는 트레이드였다. 허도환은 지난 2년간 이재원의 백업 포수로 자신의 몫을 다했던 선수다.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SK는 이홍구의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이재원 이현석 이홍구로 1군 포수 체제를 꾸리고, 그 사이 권기영 전경원 현원회라는 젊은 포수를 키우겠다는 생각이었다. 

올 시즌 시작은 이재원 이현석으로 가고, 아직 실전 감각과 경기 체력이 부족한 이홍구는 2군에서 담금질을 거쳐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이현석과 경쟁을 붙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 구상이 개막 3일 만에 산산조각났다. 이재원이 5월 7일 인천 한화전에서 장시환의 투구에 손을 맞아 손가락 골절상을 당한 것이다. 모든 포수 구상에는 이재원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가장 큰 퍼즐이 깨진 SK 포수진은 허둥지둥댔다.

이 시점부터 SK는 포수를 얻는 트레이드를 계획한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다른 팀과도 카드를 맞춰봤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운, 답답한 시간이 흘렀다. 거의 모든 논의가 엎어진 그때, 포기하지 않은 SK에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 3연전 기간이었다.

▲ 이흥련은 이재원의 복귀 이후에도 활용도가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와이번스
염경엽 SK 감독은 26일 경기 전 평소 친분이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부터 트레이드 논의를 하자고 만난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속에서 이흥련 트레이드가 가능한 분위기를 직감했다. 단장 및 트레이드 경험이 풍부한 염 감독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감독들의 대화 후, SK는 곧바로 협상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27일부터 시작됐다. 26일 밤, SK의 전략 회의는 분주했다.

두산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불펜투수가 필요했다. 이승진이 트레이드 판에 올라갔다. 한편으로는 두산은 포수를 하나 얻길 바랐다. 이흥련이 빠지면 1·2군을 통틀어 전체적으로 포수의 양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권기영 카드가 나왔다. 두산 또한 2군 관계자, 스카우트 팀을 중심으로 이승진 권기영을 면밀하게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27일과 28일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28일 선수들의 연습이 끝날 무렵 실무자들의 논의가 끝났다. 이 트레이드는 고위층의 재가를 얻어 28일 두산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발표됐다. 발표가 늦은 것은 네 선수 중 이흥련이 아직 1군 경기에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흥련도 경기 후에나 트레이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빡빡했던 트레이드 논의였다.

이승진과 권기영은 분명히 아까운 카드다. 다만 SK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우완 불펜투수들이 많다. 현재 2군에서도 서상준 허민혁을 집중적으로 육성 중이고, 조성훈도 군 복무를 마치고 내년 전력에 들어온다. 세 선수 모두 150㎞를 던질 수 있는 우완이다. 전경원 현원회는 아직 군 복무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이재원 이현석 이홍구 이흥련으로 2~3년은 버틸 수 있다는 게 SK의 판단이다. 

단순히 당장만 버티자는 건 아니었다. 이재원이 돌아오면 주전이 되겠지만, 나머지 세 선수도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경쟁한다. 이재원은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이끈 주역이다. 다만 체력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키움의 시스템처럼 일주일에 2경기 정도를 책임질 수 있는 포수가 있으면 좋다. 이재원 이홍구는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로도 들어갈 수 있다. 3일 간의 숨 막혔던 트레이드 논의는, 일단 좋은 출발을 끊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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