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좌완 필승조 구상의 축인 김정빈(왼쪽)과 김택형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김정빈(26·SK)은 시즌 초반 최하위권으로 처진 SK의 큰 위안이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등판이 2번에 불과했던 이 좌완은, 올해 예상보다 일찍 SK의 필승조로 승격해 팀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염경엽 SK 감독의 구상보다 더 빠른 필승조 가세다. 염 감독은 지난해 캔버라 유망주캠프, 그리고 올해 전지훈련에 김정빈을 다 포함시키며 “키우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했다. 140㎞대 중반의 빠른 공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확실한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보유하고 있어 우타자에게도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1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김정빈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 빨랐다. 팀 사정도 김정빈의 필승조 출전을 강제했다고 봐야 한다.

김정빈은 5월 한 달 동안 12경기에 등판, 12⅓이닝을 던지며 3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71,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0.89로 나무랄 곳이 없다. 12⅓이닝에서 14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고질병이었던 제구도 많이 좋아졌다. 여기에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의 위력도 좋아졌다. 체인지업과 짝을 이룰 무기가 하나 더 생기며 경기 운영이 편해졌다. 

김정빈은 “최상덕 코치님이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보고 던지라는 주문을 하셨고, 제구에 고민하기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던진다”고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이제는 체인지업을 좌타자에게도 던지겠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그런 김정빈은 각종 통계 사이트에서 집계하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불펜 1위로 5월을 마쳤다. 팀 내 최고 공헌도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의 관리다.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SK는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다보니 접전에서도 나오고, 홀드 요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나왔다. 일단 연패를 끊고 연승을 잇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서 3연투는 없었고, 3일 이상 휴식이 두 번 있기는 했지만 지난주에는 4번 등판했고 멀티이닝 소화도 있었다. 불펜 경험이 풍부한 선수에게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어도 김정빈은 사실상 올해가 1군 데뷔나 다름없다.

이제는 김정빈의 짐을 덜어줄 선수가 나와야 한다. 그래서 주목받는 선수가 바로 좌완 김택형(24)이다. 김택형은 올해 선발로 전향한 김태훈의 공백을 메울 좌완 셋업맨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필승조로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제구 난조로 난타당하며 2군에 내려가 조정 기간을 거쳤다. 밸런스와 투구 동작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애를 썼다.

5월 30일 인천 한화전에서는 가능성을 엿봤다. 이날 김택형은 1⅓이닝을 탈삼진 2개와 함께 무실점으로 처리하며 홀드를 올렸다. SK가 기대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최고 구속은 147㎞까지 찍혔고, 패스트볼은 꾸준히 140㎞대 중반대를 유지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의 로케이션과 각이 기가 막힌 하루였다. 2018년 포스트시즌을 떠올리게 하는 고무적 투구였다.

염경엽 SK 감독은 31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좀 왔다 갔다 하기는 할 것”이라고 보수적으로 전망하면서도 “가면 갈수록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기복을 줄여야 한다. 본인도 굉장히 노력을 하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기복을 피할 수는 없지만 좋을 때를 더 오래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31일 경기에서 증명됐듯이 좋을 때의 김택형은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투수다.

김택형이 1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된다면, SK의 좌완 운영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김정빈에게 더 많은 여유로 이어진다. SK의 당초 구상은 결국은 두 선수가 시즌을 끌고 가고, 신재웅 박희수라는 베테랑들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두 선수가 서로의 짐을 덜며 시즌을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 31일 김택형의 투구가 단순한 1⅓이닝 무실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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