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동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유현태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스리백으로 전술 변화를 주고도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포항은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 4-1 대승을 거뒀다. 포항은 인천전 승리로 승점 7점을 기록하며 4위로 도약했다.

결과는 시원한 승리였지만, 준비 과정에선 고민이 많았다. 주전인 좌우 측면 수비수 심상민과 김용환이 입대를 위해 상주 상무로 떠나면서 구멍이 생겼다. 공격진에 옵션을 더해주던 허용준도 동반 입대했다.

김기동 감독의 선택은 수비에서 스리백 변화였다. 포항은 인천전에 하창래-김광석-전민광까지 중앙 수비 3명을 내세웠다. 왼쪽 측면엔 이번 겨울 영입된 김상원, 오른쪽 측면엔 공격수 심동운이 보직을 변경해 자리잡았다. 김 감독은 "3명이 상주 상무로 떠났고, 짧은 시간 내에 스리백을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비적으로 내려앉는 것은 포항 스타일이 아니었다. 수비수를 늘리는 선택을 하면서도 공격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을 적절히 뒀다. 김 감독의 발언에서 포항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유지한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 후반전 골을 기록한 이승모와 송민규(왼쪽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

심동운 측면 배치: "스리백을 쓰더라도 공격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왼쪽엔 이광혁이 있다. (심동운은) 충분히 그자리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다."

심동운은 측면 수비수로 배치됐지만 자주 공격에 가담했다. 실제로 4회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팔라시오스와 함께 팀 내에서 2번째로 많은 크로스를 시도했다.(1위-팔로세비치 10개)

이승모 활용: "(최)영준이가 중심을 많이 잡아준다. 팔로세비치 혼자서는 공격을 다 부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측면으로 빠져줘야 되고 움직여야 한다. 이승모는 활동량이 많다. 수비적으로도 안정감을 더한 것 같다."

공격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적 장치는 또 있었다. 중원 구성 역시 최영준이 경기를 조율하며 후방에, 이승모가 팔로세비치와 함께 전진 배치됐다. 수비 숫자를 늘린 만큼 2선에서 공격에 가담할 선수들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이승모는 중원에서 최전방, 측면까지 폭넓게 뛰었다. 공격에도 과감하게 가담했다. 2차례 슈팅을 시도해 모두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다. 팀의 3번째 골 역시 이승모의 발에서 터졌다. 팔로세비치는 도움 2개를 포함해 키패스 3개를 성공시키면서 구심점으로 제 몫을 했다.

공격수의 기록을 보면 김 감독의 구상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걸 볼 수 있다. 스리백으로 수비수가 늘어난 상황에선 전방에 일류첸코가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류첸코는 유효 슈팅을 4번 시도해 1골을 터뜨렸고, 공격 지역에서 시도한 10번의 패스를 모두 성공했다. 키패스를 3번이나 있었다. 주변에서 충분히 공을 주고받을 선수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팔라시오스 전방 배치: "스트라이커로 뛰니까 신이 나 있더라. 자신감도 있었다. 팔라시오스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도움을 해줘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팔라시오스도 최전방으로 옮겨가며 더 저돌적인 움직임이 가능했다. 팔라시오스는 서울전에서 전반 종료 전에 교체됐다. 하지만 최전방으로 옮겨가면서 폭넓게 움직이고, 수비 뒤로 적극적으로 침투하며 수비진을 흔들었다.

▲ 이른 선제골로 경기 흐름을 휘어잡은 일류첸코(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기동타격대' 역습: "인천이 만회하려고 올리다보니까 그전에 했던 패턴들이 나와서 득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반전과 후반전의 운영이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진 것도 적절했다. 전반전 스리백을 두고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공격적인 전술을 펼쳤다. 전반에만 일류첸코와 하창래의 득점이 터지면서 2골 리드를 잡았다. 이후 김호남에게 실점했지만 포항은 여전히 리드를 잡고 후반전에 돌입했다.

후반전에는 만회를 위해 서두르는 인천의 뒤를 노릴 차례였다. 전방 압박 대신 다소 뒤로 물러나면서 인천을 끌어냈고 역습을 시도했다. 송민규가 교체 투입되면서 활기가 돌았다. 이광혁도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포항은 간결하게 공간을 활용하면서 역습을 전개했다. 후반 24분 이승모, 41분 송민규의 골 모두 역습에서 나왔다. 지난 시즌 포항에 붙었던 '기동타격대'라는 별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세트피스에서 뒤엉키는 포항과 인천 선수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수비에서 보완점: "스리백은 옷에 맞지 않는 옷이랄까. 빌드업 상황이나, 볼을 받아야 하는 위치라든지, 어색해하는 게 있었다. 압박을 좀 풀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조금씩 안정을 찾은 것 같다. 포백을 쓰다가 스리백을 쓰니까 조금씩 미루는 경향이 있더라."

옥에 티는 수비에서 노출한 약간의 균열이었다. 전반 중반 김호남에게 내준 실점 장면을 전후해 스리백이 흔들렸다. 빌드업 상황에서 전진하지 못하고 몇 차례 뒤로 돌아나오는 장면 역시 변화된 포메이션에서 위치 선정이 어색했기 때문이다.

준비한 지 1주일 만에 실전에 적용한 전술이었다. 김 감독은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1주일 준비하고 결과와 조직력을 만들어낸 것에서 좋다"라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전형상 숫자는 변했다. 하지만 김 감독과 포항은 선수들의 위치를 유기적으로 조정하면, 다른 방식으로 원하는 경기력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인천전 승리로 포항은 측면 수비 이탈로 인한 고민을 일단 덜었다. 김 감독은 "울산전도 마찬가지고 어떤 게 좋은지 코치, 선수들하고 상의하겠다"며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하며 시즌을 운영할 계획을 내비쳤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유현태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