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던 클레이튼 커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클레이튼 커쇼(32·LA 다저스)는 약 12년 전인 2008년 5월 26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 경기에서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가졌다. 6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실점으로 호투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저스가 애지중지하던 이 유망주는 그 경기 후 12년간 팀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부상이 아니라면 5일마다 나가 공을 던졌다. 지금까지 쌓은 업적은 화려함 그 자체다. 커쇼는 지난해까지 MLB 통산 347경기(선발 344경기)에서 169승74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했다.

적어도 커쇼가 데뷔한 이래 그보다 더 뛰어난 투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은 다 가진 사나이다. 2014년에는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세 차례(2011·2013·2014) 사이영상, 8번의 올스타, 한 번의 골드글러브, 로베르토 클레멘스상까지 개인적 영예는 다 이뤘다.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고액 연봉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 딱 하나 가지지 못한 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다. 유독 포스트시즌에 약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정규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이 2.44인 커쇼는, 포스트시즌 32경기(선발 25경기)에서는 9승11패 평균자책점 4.43에 그치고 있다.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성적은 더 떨어진다. 디비전시리즈에서는 3.99(14경기),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4.61(13경기), 월드시리즈에서는 5.40(5경기)이다.

이런 포스트시즌 약세는 커쇼 비판론자들의 좋은 레퍼토리다. ‘지구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도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말 전설이 되려면 큰 무대에서의 강인한 면모는 필수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커쇼는 단 한 번도 그런 ‘강인함’을 보여준 적이 없다.

한때 옹호론자들의 논리 중 하나가 정규시즌에서의 많은 등판이다. 정규시즌에서 200이닝 이상을 밥 먹듯이 던진 커쇼가 포스트시즌에서는 체력 문제에 고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부상으로 이닝 소화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가을에는 여전히 약했다. 2017년은 포스트시즌에서 3승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지만 2018년은 4.20, 2019년은 7.11이었다.

그렇다면 단축 시즌이 확실시되는 올해는 어떨까.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계속해서 정규시즌 경기 수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돈’이 중심에 있지만, 어쨌든 162경기를 다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수가 속출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와 달리 커쇼는 아픈 곳 없이 좋은 컨디션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몸을 만들기 어려운 것은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니 변명거리는 아니다. 실제 커쇼는 지난해 6월(평균자책점 2.93)과 7월(1.44) 성적이 8월(3.32)이나 9월(3.47)보다 좋았다. 2018년에도 7월(1.95), 2017년에도 7월(0.72) 성적이 가장 좋았다. 

경기 수가 확정이 되어야겠지만, 예년 기준으로 볼 때 커쇼의 컨디션이 가장 좋아지는 시점에 정규시즌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시즌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 특별한 시즌에서 커쇼가 ‘새가슴 오명’을 떨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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