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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INSIDE] '슈퍼 쌍둥이' 이재영‧다영 "해외 진출? 흥국생명 레전드 되겠다"

정형근 기자 jhg@spotvnews.co.kr 2020년 06월 03일 수요일

▲ 흥국생명 이다영(왼쪽)과 이재영이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용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용인, 정형근 기자] 식곤증이 찾아올 정오 무렵. 검은색 운동복을 입은 이재영(24)이 코트에 먼저 도착했다. 오전 훈련을 마친 이재영은 “낮잠 잘 시간인데…비시즌에 훈련 강도가 이렇게 센 적은 처음”이라며 연신 하품을 했다. 

뒤늦게 흰색 유니폼에 '핑크 스파이더스’를 새긴 이다영(24)이 나타났다. 티격태격하는 게 일상인 여느 자매들처럼 동생 이다영은 “왜 유니폼 안 입었어? 인터뷰할 땐 유니폼 입어야지”라며 핀잔을 줬다. 

언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니폼 안 입어도 괜찮다던데…맞죠?”라고 물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선수에게 환복을 요구할 수 없었다. 덕분에 ‘슈퍼 쌍둥이’를 흑백으로 뚜렷이 구분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경기 용인 흥국생명연수원 체육관에서 1시간가량 이뤄졌다.  
▲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이다영. ⓒ한희재 기자

-새 유니폼을 입고 훈련한 지 약 한 달이 됐다.

“너무 좋다. 선수들과 감독님, 스태프들이 잘 해줘서 편하게 적응하고 있다. 훈련은 고되지만 휴식과 치료가 잘 이뤄져 걱정이 없다.”
 
-흥국생명의 영입 제안이 왔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걱정이 너무 많았다. 제안이 왔을 때는 좋았지만 현대건설에서 보낸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어 힘들었다.”

-흥국생명 이적에 대해 이재영이 어떤 조언을 해줬나?

“재영이는 흥국생명으로 와도 되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내 결정에 따르겠다고 해서 별 얘기는 안 했다. 혼자 결정했던 것 같다. 재영이를 보고 온 게 아니다. 모든 선수들의 실력이 좋고, 팀이 좋아 (이적을) 결정했다.” 

2014년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재영은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이다영은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이재영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4-15시즌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6-17시즌과 2018-19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동생 이다영은 비교적 성장이 더뎠다. 현대건설 주전 세터였던 염혜선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2017년 염혜선이 IBK기업은행으로 둥지를 옮기자 이다영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부쩍 기량이 는 이다영은 어느덧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성장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4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재영·이다영과 각각 3년 총액 18억 원·12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언니 이재영의 빠른 성장을 보며 조바심이 나진 않았나?

“갑자기 부끄럽다. 사실 재영이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끄럽다.” 

-두 선수가 함께 뛰게 되면서 흥국생명은 단숨에 우승 전력을 갖췄다. 부담은 없나.

“부담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비시즌 때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시즌 때 결과가 나올 부분이다. 재영이는 워낙 잘하는 선수라 믿고 올려주면 된다. 걱정이 없을 것 같다.”
▲ 이재영은 "세터로 뛰는 모습을 꿈꿔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희재 기자

쌍둥이라 신체조건이 비슷했지만 공격수와 세터로 포지션이 갈린 건 ‘어머니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대표팀 주전 세터를 지낸 김경희(54) 씨다. 178cm로 공격수로서 큰 키가 아닌 이재영은 가끔 ‘세터’로 뛰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어쩌다 포지션이 공격수와 세터로 나뉘게 됐나

“다영이는 어렸을 때부터 힘이 약했고, 나는 힘이 셌다. 엄마가 포지션을 정해줬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

-공격수가 아닌 세터를 했다면 어땠을까

“세터를 해보고 싶었다. 꿈꿔 보기도 했다. 원래 세터를 좋아한다. 영리한 세터를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격수보다 세터가 더 멋있다. 다영이가 연습할 때 토스를 잘하면 진짜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 이다영이 아닌 선수 이다영을 평가한다면?

“다영이는 평소 생활할 때 정말 밝은 아이다. 자신도 잘 가꾸고 꾸밀 줄 안다. 운동할 때도 생활할 때랑 똑같이 밝다. 그 밝음이 다른 사람한테 전파돼서 좋은 기운이 온다. 활발한 성격이라 팀에서 중심을 잘 잡는다. 우리 팀에서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다영과 3년 동안 함께 뛰게 됐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많았는데 다영이와 붙으면서 같이 이루고 싶은 게 많아졌다. 다영이랑 통합 우승도 하고 싶고, 같이 상도 받고 싶다.”

-흥국생명 경기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배구를 보여주고 싶나

“빠른 플레이를 선호하는 편이다. 다영이와 빠른 플레이를 하고 싶다. 그동안 다른 팀이었지만 비시즌에는 같이 연습하는 날이 많았다. 호흡 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

-두 선수는 팬들의 관심만큼 '악플'도 많다.

“우리가 세리머니를 너무 과하게 하지 않으면 팬들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상대를 배려하고 일정 선을 지킨다면 팬들도 좋게 지나갈 수 있지만 너무 과하면 보는 입장에서 안 좋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부상에 신음했다.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이후 무릎 부상으로 두 달 넘게 결장했다. 이재영은 허리, 발목, 무릎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도쿄 올림픽 티켓을 따냈지만 부상을 당했다.

“그 당시에는 미친 듯이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모두 지나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상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금부터 관리를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한국 여자 배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4위, 2016년 리우 올림픽 5위를 차지했다. 내년 도쿄에서는 어떤 성적을 예상하나?

“예선 때 너무 힘들게 올림픽 티켓을 따서 보람도 있었지만 올림픽 때는 수월한 길을 갔으면 좋겠다. 언니들이 (도쿄 올림픽이) 마지막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도 있다. 조 편성도 그렇고 좋은 기회다. 언니들이 있을 때, (김)연경 언니가 있을 때 메달을 따고 싶다.” 

-국제대회를 뛰다 보면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붙게 된다.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은 없나?

“어렸을 때부터 꿈은 해외 진출이었지만 현실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해외에 갔을 때 그만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해외에서는 더 잘해야 하고, 적응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그래서 포기를 많이 했다. 지금은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24살이면 아직 도전할 수 있는 나이 아닌가?

“도전은 해보고 싶지만 무릎이나 몸이 많이 안 좋다. 위험한 도전은 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는 (몸을) 아껴가며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몸이 더 튼튼하고 젊었을 때 도전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옆에서 언니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이다영은 "힘들지. 키도 작고…나도 누구 때문에 포기하고 여기 왔지"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재영은 웃으며 "조용히 해”라고 받아쳤다.  
▲ '슈퍼 쌍둥이'는 흥국생명에서 어떤 스토리를 쓰게 될까. ⓒ곽혜미 기자

두 선수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배구 선수로서 목표를 물었다. 

이다영은 “흥국생명 하면 이재영-이다영 쌍둥이로 남고 싶다”고 답했다. 이재영은 “키 작은 레프트로 레전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옥신각신하던 '슈퍼 쌍둥이’는 거울을 보며 말하듯 서로에게 애정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다치지 말고,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 통합 우승하자. 겸손한 마음으로 더 최고의 자리에 가자.”

'슈퍼 쌍둥이'는 배구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스포티비뉴스=용인, 정형근 기자 / 영상 편집 이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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