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시나리오에 따라 올해 연봉이 큰 차이를 보이는 마이크 트라웃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메이저리그(MLB)가 2020년 시즌 개막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역시 ‘돈’이 문제인 가운데 선수들의 이해관계도 뚜렷해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현재 시즌을 82경기 치르는 대신, 단축시즌 및 무관중경기로 구단의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선수 연봉의 추가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선수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차라리 114경기를 치르고, 연봉을 경기당으로 나눠 지급해야 한다는 역제안을 내놨다.

구단들은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기류다. 무관중경기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SPN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시즌을 치르지 않을 각오를 하고 있다”, “경기당으로 받으려면 50경기만 하자”는 구단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나리오별로 연봉은 어떻게 책정될까. 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의 사례로 보면 구단과 노조가 왜 대립각을 세우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MLB 네트워크에서는 트라웃의 연봉을 놓고 82경기, 114경기, 50경기 체제로 나눠 수령액을 분석했는데 차이는 최대 약 1970만 달러(약 243억 원)까지 난다. 

트라웃은 올해 약 3600만 달러(약 439억 원)의 연봉을 받기로 되어 있다. 만약 MLB 사무국의 제안대로 82경기를 치르고 그에 따른 수익 분배가 된다면 올해 연봉 560만 달러(약 68억 원)에 머문다. 반대로 노조 제안대로 114경기를 뛰고 경기당으로 환산해 연봉을 받아 가면 2530만 달러(약 308억 원)를 수령한다. 일부 구단의 주장대로 50경기 연봉만 받으면 1110만 달러(약 135억 원)다.

트라웃이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고액 연봉자라 차이가 크게 나지만, 사실 고액 연봉자들도 마찬가지다. 1500만 달러(약 183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알더렐튼 시몬스는 82경기 체제에서 410만 달러(약 50억 원), 114경기 체제에서는 1060만 달러(약 129억 원)를 받는다. 50경기시 460만 달러(약 56억 원)이다. 역시 큰 차이다. 

사무국이 제안한 82경기 체제는 고액 연봉자들이 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 그렇다. 사무국은 저액 연봉자들은 덜 깎고, 고액 연봉자들은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두 선수의 경우는 82경기 체제보다는 차라리 50경기만 뛰는 게 돈을 더 번다.

반대로 리그 최저 연봉 수준인 오타니 쇼헤이(70만 달러)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오히려 MLB 사무국 제안을 받는 게 이득이다. 오타니는 82경기 체제의 경우 31만 달러(약 3억8000만 원), 50경기 체제의 경우는 22만 달러(약 2억7000만 원)를 받는다. 노조안인 114경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사무국 제안을 받는 게 더 낫다.

문제는 고액 연봉자들보다 오타니처럼 최저 연봉에 가까운 선수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연봉조정에 들어가지 않은 1~3년차 선수들은 기껏해봐야 오타니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이 때문에 USA투데이는 “선수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구단과 사무국에 비해 선수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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