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소녀 포스터. 제공ㅣ한국영화아카데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야구소녀'가 정식 개봉한다. 이미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화제를 모았고, 주연 이주영에게 상까지 안긴 작품이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흥행으로 주가가 오른 가운데 주연작으로 개봉하는만큼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야구소녀'(감독 최윤태,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인 천재 야구소녀 주수인(이주영)이 프로팀에 입단하고 싶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 속 새롭게 부임한 코치 진태(이준혁)와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하지만 '사실은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다'는 팩트와 '시속 130km를 던지는 천재 야구소녀가 있었다'는 픽션의 조합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야구를 메인 소재로 차용했지만, '꿈을 꾸는 청춘이 현실적인 한계를 마주할 때 이 고난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

▲ 야구소녀 스틸. 제공ㅣ한국영화아카데미

주인공 수인은 20년만에 탄생한 여자 고교 야구선수로 어린 시절부터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온 천재다. 여기까진 판타지같은 설정이지만, 그에게 닥친 고난은 눈물나게 현실적이다. 다른 선수들처럼 자연스럽게 프로팀 입단을 꿈꾸는 수인과는 달리 리그에 여자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는 현실과 맞물려 수인의 입단 테스트조차 '말이 안되는 일'로 치부된다.

등장인물 모두가 수인을 향해 '포기해', '안 될거야', '현실적으로 생각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를 외치고 수인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고 답하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의 '대책없는 뚝심'은 답답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 야구소녀 스틸. 제공ㅣ한국영화아카데미

이같은 수인의 오기 아닌 오기를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바꿔주는 인물이 최진태 코치다. 진태는 수인의 공에서 경쟁력 있는 '회전력'을 가지고 마지막 도전에 나서고, 그 사이 수인은 현실에 안주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를 받는다. 그리고 처음엔 수인의 고집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관객들도 점차 마음을 고쳐먹고 수인의 행보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다만 산뜻하고 청량한 인상의 포스터와는 달리 영화는 무모한 도전과 뼈저린 현실이 주된 정서를 이룬다. 수인 외에도 아이돌을 꿈꾸지만 오디션에서 항상 탈락하는 수인의 친구, 공인중개사 시험에 계속 떨어지는 수인의 아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억척스러워질 수 밖에 없는 수인의 엄마, 프로 입단에 실패한 최진태 코치까지 현실에 밀려나 꿈을 포기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안에서 밝고 경쾌한 완벽 판타지 대신 실현 가능한 희망에 집중한 점이 인상적이다. 수인처럼 '포기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는 명목 아래 포기를 선택하길 강요당한 경험이 있다면 누구라도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높은 이상과 따라주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계산 없이 야구에 모든 걸 건 수인의 피나는 노력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주목된다.

오는 6월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5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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