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배구 여제 김연경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밀레니엄힐튼서울, 김민경 기자, 이충훈 영상기자] "올림픽 메달을 위해 감내해야 했다. 세계 에이전트나 구단들이 (내 연봉을 보고) 놀라긴 했다."

돌아온 '배구 여제' 김연경(32, 흥국생명)은 늘 그렇듯 유쾌했다. 김연경은 1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진행한 흥국생명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돌아온 소감을 이야기했다. 김연경은 터키 엑자시바시와 계약이 끝난 뒤 국내 복귀를 추진했고, 지난 6일 흥국생명과 연봉 3억5000만 원 계약을 맺었다. 등번호는 10번이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상징과 같은 이 번호를 11년 동안 비워두고 있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2009년 일본 JT마블러스로 이적할 때 FA 자격을 얻지 못한 김연경을 '임의 탈퇴'로 묶었다. 김연경은 V리그에 돌아오려면 원소속팀인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데뷔했고, 2009년 일본 JT마블러스로 이적했다. 이후 터키 페네르바체(2011∼2017년)와 중국 상하이(2017∼2018년), 엑자시바시(2018∼2020년)에서 활약하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의 꿈을 위해 국내 복귀를 추진했다.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 최종 목표를 도쿄 올림픽으로 정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오랜 해외 생활에 지친 선수와 1년 남짓 남은 올림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영입하면서 리그 밸런스를 붕괴시킬 정도로 최고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흥국생명은 지난 4월 FA 시장에 나온 '슈퍼 쌍둥이' 레프트 이재영(24)과 세터 이다영(24)을 각각 6억 원(옵션 포함), 4억 원에 잡으면서 이미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김연경까지 가세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 왼쪽부터 흥국생명 조병익 구단주, 김연경, 박미희 감독 ⓒ 한희재 기자
◆ 다음은 김연경과 일문일답.

-복귀 소감은.

많은 분이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제 흥국생명 김연경으로 인사하게 됐다. 만나서 반갑고, 1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복귀해 많은 팬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고 기쁘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국내 복귀 결심 굳힌 계기는.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국가대표 훈련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고, 해외 상황이 좋지 않아서 확실하게 리그가 재개될 수 있을까 의구심도 있었다.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최고의 컨디션을 준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올해 국내 복귀가 컨디션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결심했다. 

-연봉 감수를 해야 했는데.

샐러리캡 걱정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첫 번째로 생각한 것은 경기력이었다. 경기력을 먼저 생각하니까 금전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 연봉 타이틀 내려놓은 아쉬운 점은 없는지. 

걱정이 많았다. '내가 과연 괜찮을까?' 미래 생각도 많이 했다. 내가 배구 선수로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게 뭘까 생각했을 때 올림픽 메달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올림픽을 가장 크게 생각한다.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 많은 세계 에이전트나 구단들도 내 연봉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내년에 있을 올림픽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내 마지막 꿈을 이루고 싶다.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주지 않고 경기력을 유지하며 내년 올림픽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샐러리캡 문제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경기력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흔쾌히 좋은 결정이라고 해주셨다.

-계약 기간은?

올림픽을 고려하면 내년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내년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1년 계약을 했다. 일단 올해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 미뤄졌을 때 생각은.

씁쓸했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다. 내년에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준비 과정에 여유가 생긴 거라 조금 더 잘 준비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눈에 띈 V리그의 변화는.

내가 뛸 때가 벌써 11년 전이다. 정말 오래된 것 같고. 이렇게 많은 관심 속에서 배구를 하지 못했다. 샐러리캡도 예전보다 좋아졌고, 배구 인식도 전보다 개선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 무실 세트 우승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무실 세트 승리 이런 것은 말도 안 된다(웃음). 스포츠는 쉽지 않다. 말로는 전승을 할 수 있다. 말 만큼 쉬우면 나도 대충하면 된다.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우승을 목표로 나와 팀 모두 준비를 할 것이다. 우승은 당연히 목표다. 다만 무실 세트 우승이라는 단어는 매우 조심스럽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등번호 10번을 달고 뛴다. ⓒ 한희재 기자
-김수지, 양효진 등 친한 선수들과 다른 팀으로 만나는데 반응 궁금하고, 흥국생명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는지.

김수지와 양효진은 환영해줬다. 기댈 수 있는 선수가 한국에 와서 좋은 것 같지만, 적으로 만나서 싫은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아직 흥국생명 선수들과 인사는 따로 하지는 못했다.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지금 몸 상태는. 

서른 중반 아직 안 됐고, 초반이다(웃음). 서른 초반인데 몸 상태는 괜찮고 좋은 편이다. 비시즌이라 휴식도 많이 하고 치료도 많이 받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컨디션 유지를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과 호흡이나 이런 것들을 잘해서 경기에서 좋은 활약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과거 흥국생명에서 신인왕 등 개인 타이틀을 휩쓸었는데. 복귀해서 욕심은.

욕심 없다. 받을 것은 다 받았다(웃음). 챔피언결정전, 정규시즌, MVP 등 거의 다 받아본 것 같다. 팀 우승이 가장 큰 것 같다. 더 크게 생각하면 내년 올림픽 메달이 내게 가장 크다. 

-지난 11년을 되돌아본다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년이 됐다. 일본과 유럽, 중국에서 뛰면서 배운 게 많다. 가장 큰 것은 프로 정신을 많이 배웠다. 자기 몸 관리 등 책임감. 그 안에 시스템이나 운동하는 전술 등도 많이 배웠다. 11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배구 선수로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포티비뉴스=밀레니엄힐튼서울, 김민경 기자, 이충훈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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