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담 실버 NBA 총재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2019-20시즌이 재개할 예정이다. 30개 팀이 아닌 22개 팀,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디즈니 월드 한곳에서 경기, 8번 시드를 위한 토너먼트 승부까지 기존과는 다른 포맷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주목할 건 디즈니 월드에서 모든 경기가 치러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확산으로 미국 전역을 오가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한 공간에서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를 관리하는 게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디즈니 월드일까.

◆ ESPN과 ABC를 소유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는 디즈니 월드가 있다. 세계적인 테마파크로 총면적이 100㎢, 3025만 평이다. 서울시의 1/6가량 된다. 여기에 ESPN 와이드 월드 오브 스포츠 콤플렉스가 있다. 골프장, 농구장, 축구장, 배구장 등 무려 27만 평가량의 다목적 스포츠 경기장이다.

그렇다면 디즈니 월드에 왜 ESPN의 공간이 있을까. 사업 구조부터 확인해야 한다. 미국방송 ABC는 1984년 ESPN을 인수했다. 이후 1996년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ABC를 사들였다. 자연스레 ESPN이 흡수된 것이다. 현재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ESPN의 80% 지분을 소유 중이다.

NBA 중계권을 보유한 ESPN은 NBA 최고의 파트너다. 그러나 3월 중순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면서 ESPN의 수입이 줄었다. 메이저리그도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더욱 어려움에 빠졌다.

시즌 재개 이야기가 나오자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NBA와 협상을 벌였다. 디즈니 월드 안에 있는 ESPN 와이드 월드 오브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경기를 치르자는 내용이었다. 밥 차펙 월트 디즈니 컴퍼니 CEO는 '올랜도 센티넨털'과 인터뷰에서 "우린 NBA를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패런 켈리 ESPN 와이드 월드 오브 스포츠의 부사장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3개의 경기장을 구성할 수 있다. 한 번에 2경기씩 치를 수 있고, 연습 공간도 마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중계사와 NBA 모두의 윈-윈 전략

코로나19로 디즈니 월드 직원들도 해고되는 등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다. NBA가 재개된다면 레스토랑, 호텔 등에서 다양한 수입이 생길 수 있다. NBA도 디즈니 월드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코로나19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숙소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디즈니 월드가 소유한 호텔은 18개다. 그중 '아트 오브 애니메이션 리조트'는 약 2000개의 호텔 객실이 있고, '팝 센추리 리조트'도 약 2900개의 객실이 있다. 

수입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 이 매체는 "만약 NBA가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ESPN은 4억 8100만 달러(약 5756억 원)의 광고 수입을 잃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또한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컴퍼니 회장은 실버 총재, NBA 선수협회장인 크리스 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디즈니 월드는 리그를 치를 수 있는 완벽한 옵션이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시즌을 치르는 게 중계사와 디즈니 월드, NBA 사무국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이야기다.

▲ 3월에 중단된 NBA가 재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 남은 건 세부적인 협의 사항

NBA 각 구단은 시즌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이제 NBA 사무국과 선수협회 등이 세부적인 사항을 이야기해야 한다. 

먼저 홈코트 이점을 어떻게 치를지 확인해야 한다. 기존에는 친숙한 홈에서 팬들의 응원을 들으며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디즈니 월드는 다르다. 팬 없이 낯선 곳에서 뛰어야 한다. 1번 시드를 가진 팀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ESPN에 의하면 일부 구단이 플레이오프 홈코트 이점을 유지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상위 시드 팀이 2~4쿼터 시작 때 공격권을 갖거나, 선수 한 명을 지정해 7반칙 퇴장을 적용하거나 코치스 챌린지 기회를 더 주는 등의 이야기다. 자신의 홈구장의 농구 코트를 가져와 설치하는 방식도 논의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수가 경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이 선수의 연봉은 깎일 예정이다. 또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가 나오면 대체 선수를 데려오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선수 대상은 올 시즌 계약을 맺은 NBA 혹은 G리그 선수로 정한다. 2019-20시즌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자말 크로포드 같은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 MLS가 NBA보다 먼저 열린다

MLS(메이저리그사커)는 NBA보다 먼저 디즈니 월드에서 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7월 8일부터 월드컵처럼 모든 팀이 한곳에 모여 조별 예선을 치른 뒤 패하면 바로 탈락하는 녹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올 시즌 MLS는 2월 말 개막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각 팀이 2경기씩만 치른 채 3월 12일 중단됐다. 시즌은 7월 8일부터 8월 11일까지 한 달여간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다.

MLS 중계권을 보유한 회사가 바로 ESPN이다. 따라서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MLS의 사업적인 방향이 맞아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NBA는 디즈니 월드에서 열리는 MLS 경기를 참고해 더욱 안전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한 마지막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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