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김구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구라철'의 김구라는 모두의 마음에 자리잡은 원초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우리 모두의 '부캐'입니다. 

지난 2월 공개되면서 인기를 끈 '구라철'은 김구라의 원맨쇼에 가까운 프로그램입니다. 김구라가 궁금한 것을 묻고 김구라가 알고 싶은 것들을 탐구합니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대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지만 사회 통념상 묻기에 다소 어렵고 껄끄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령 '얼마 버느냐', '얼마 받느냐' 같은 것들이죠. 그 마음을 대변해서 물어봐주니, 재미가 있습니다.

소심한 '나'라면 망설일 수 있는 일도, '부캐' 김구라라면 다릅니다. 김구라는 사람들이 체면상 쉽게 언급하지 못하는 '돈'에 관한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옵니다. 

그는 얼마전에는 아예 가수들의 실명과 함께 행사비가 어느정도인지 공개했습니다. 아예 가상의 예산을 주고 그 금액 안에서 축제 행사를 꾸릴 경우 만들 수 있는 라인업을 짜보기도 했습니다. 송가인은 3500만원, TV조선 '미스터트롯' 상위권 출연자들은 2000만원에서 '시작'하고….

관공서 같은 곳에서 묻기 때문에 이렇게 공개할 수 있다지만, 김구라가 묻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시청자는 몰랐을 겁니다. 은근히 궁금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을 김구라는 여기저기서 캐묻습니다. 힙합 명가로 불리는 브랜뉴뮤직의 '알짜'는 음원과 행사에서 강한 발라더 양다일이라는 것도,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카페 월세와 대략적인 매출 같은 것도 '구라철'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겠죠.

'구라철'을 만드는 곳은 스튜디오K로, KBS가 웹, 모바일용 콘텐츠를 위해 만든 곳입니다. '구라철'을 연출하는 원승연 PD도 KBS 소속입니다. 그런데도 김구라와 '구라철'은 KBS '디스'에 머뭇거림이 없습니다. 

"'아빠 어디가'가 잘돼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따라 나온 것 아닌가?"라는 시청자라면 품을 만한 생각을 김구라는 대놓고 말합니다. 그것도 KBS의 예능 제작을 담당하는 예능 센터장과 제작 본부장에게요. KBS 고위 관계자 회의가 끝나는 곳에서 김구라와 '구라철' 제작진이 기다려서 만들어낸 회심의 역작입니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개그콘서트'가 망한 이유 편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구라는 돌려말하지 않고, '개그콘서트' 출연진에게 묻습니다. 정말 궁금했거든요. 왜 그렇게 된 것인지. '개그콘서트'보다 '개그콘서트'가 망한 이유를 말하는 게 더 재밌다는 아이러니와 함께 17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원승연 PD는 '구라철'과 김구라를 통해 우리 마음 기저에 위치한 아주 원초적인 것들을 건드립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체면 때문에 목까지만 맴도는 말을 '부캐' 김구라가 대신하죠. '구라철'에서 김구라는 원하는 것을 대리해주는 '부캐' 김구라면서, 치즈와 우효, 나인뮤지스 노래까지 듣는 예측불허 플레이리스트의 소유자이고, 동시에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며 미소짓는 남자친구로까지 변주됩니다. 

김구라는 과거사나 발언으로 인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라철'에서만큼은 감히 시청자 모두의 '부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보면서 궁금한 건 정말 곧바로 다 묻거든요. '구라철'은 요즘 방송 업계 관계자들이 제법 주목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비록 기묘한 알고리즘의 세계가 초대하지 않더라도, 예. '구라철'에 한번 탑승해보세요. 예.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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