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느닷없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난 어느날, 준우(유아인)가 여느 때처럼 게임방송을 하려는데 세상에 난리가 났다. 원인불명 좀비떼가 창궐해 아파트 단지마저 덮어버렸다. 4층 베란다 너머로 아비규환이 펼쳐지는데, 가족과는 연락이 끊겼다. 그는 꼼짝없이 혼자 갇혔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되뇌며 '살아남아야 한다' 다짐하고 또 버텨보지만, 데이터는 끊기고 식량은 떨어지고 좀비들은 늘어간다. 다 포기하려던 그때, 건너편 아파트에서 다가온 또 다른 생존의 신호. 유빈(박신혜)의 존재를 알게 된 준우는 함께 생의 의지를 다진다.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제작 영화사집 퍼스펙티브픽쳐스)는 '부산행'으로 시작된 K좀비물이 궤도에 올랐음을 방증하는 작품이다. K좀비는 진화와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K좀비는 '서울역'에서 출발해 '부산행'을 거쳐 '반도'로 퍼져나가는 한편,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 '킹덤' 시리즈와 '창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좀비의 시대를 마주한 서울의 방구석에서 '#살아있다'가 탄생했다.

좀비떼 가운데 혼자 된 이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 '나는 전설이다'가 떠오르기도 하고, 생전의 습성을 따라 단지를 배회하는 검은 머리 좀비들을 보면 일본 좀비물 '아이 엠 어 히어로'도 생각난다. 생존을 갈구하는 청춘에게선 '엑시트'의 기운이 풍긴다. 그러나 '#살아있다'의 두 생존자는 히어로가 아니다. 중력을 거스를 힘도 없다. 우울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도심 아파트 한 칸에 갇혀버린 개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요동치는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관점과 볼거리를 제시한다.

▲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준우를 살지 못하게 만드는 건 떨어져가는 물과 식량이 아니다. 언제든 인육을 뜯을 준비를 하고 서성대는 좀비도 아니다. 다만 '혼자'라는 게 그를 미치게 만든다. 휴대전화를 켜고, SNS에 접속해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완벽한 단절이 그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순간 다가온 인간의 온기가 그를 일으켜 세운다. 그제야 그는 진정 살고 싶어진다. 그건 유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마치 좀비를 피해서가 아니라 외로움을 피해서 도망치는 것 같다.

그들의 생존의지가 불붙는 지점은 자연스럽게 2020년 여름의 관객과 공명할 것 같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다짜고짜 맞딱뜨린 코로나19의 시대. 단절 속에 몸부림치는 준우에게서 의지와 무관하게 '집콕'하며 '언택트'가 뉴 노멀이라 체념해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몸으로 실감하는 이 순간, '함께'이기에 살고 싶어지는 준우와 유빈에게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의미심장하게도 이 영화의 제목은 '얼론(Alone)'이었다가 '#살아있다(#Alive)'가 됐다.

다만 액션의 쾌감이 애틋한 공감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살아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정통 좀비물다운 깜짝 효과와 건너 동네 아파트 단지를 떼어 놓은 듯한 생생함이 함께 있다. 여러 좀비물에 익숙해진 관객들이라면 무난히 즐길만한 생존 스릴러다. 타이트한 러닝타임에 맞춘 군더더기 없는 전개도 미덕이다.

노랗게 물들인 빡빡머리로 나타난 유아인이 반갑다. 뒷모습마저 둥그래진 낯선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잔뜩 들어갔던 힘을 빼고 그럭저럭 살다 좀비떼를 맞딱드린 허당 청년에 녹아든다. 뒤늦게 등장하는 박신혜의 존재감도 분명하다. 말간 얼굴, 날랜 몸으로 손도끼를 휘두르며 존재를 어필한다.

6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8분.

▲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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