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인. 제공ㅣUAA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살아있다'는 배우 유아인에게 새로운 부담과 걱정을 안겨준 작품이다. 평소 자신의 캐릭터 외엔 의견을 크게 내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작품만큼은 적극성을 띄고 책임감 있게 시도한 많은 면면을 담았다고 한다.

오는 24일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의 개봉을 앞두고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유아인은 인터뷰 내내 '불안'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도 "장, 단점이 있는 영화인데 장점을 더 강하게 느껴주시는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며 첫 소감을 밝혔다.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의 공격에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시에서 아파트에 고립된 준우(유아인)와 유빈(박신혜)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유아인은 부모님이 여행으로 집을 비운 날 무차별하게 사람들을 공격하는 이들을 목격하고 혼란에 휩싸인 채 집 안에 고립된 인물 준우 역을 맡았다.

영화 전반부는 꽤 오랜 시간 유아인이 홀로 끌어간다. 집 안에서 좀비떼의 이상 행동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고, 달려드는 좀비와 싸우고, 대책을 세우고, 버티고, 극심한 심경의 변화를 느끼기까지의 모습을 집 안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연기했다.

"'#살아있다'는 제가 현장 편집을 가장 많이 봤던 영화다. 거의 매 주말마다 편집본을 볼 정도로 초반에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했다. 보면서도 편집본이 완성은 아니어서 계속 불안한 느낌은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보니 충분히 늘어지거나 흥미롭지 않다면, 한 배우의 얼굴을 그렇게 오래 보는 게 혼란스럽고 곤욕스럽게 느끼실 수 있어서다. 그렇지 않도록 충분한 흡인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 유아인. 제공ㅣUAA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 중 드물게도 지난해 촬영한 영화 두 편이 모두 신인 감독과 함께한 작품이었다는 유아인. '#살아있다' 역시 신인인 조일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주연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웠던만큼 시작부터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제 캐릭터에 있어서는 건방지고 싸가지 없다는 얘길 들어도 내 일이니까 의견을 피력하고 감정도 많았다. 반면 영화 상징이나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일부분 월권일 수도 있어서 소극적인 면이 있었기에 그런 두려움과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현장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살아있다'는 시작부터 책임감이 있어서 어느 때보다 많이 의견을 내고, 고민했다. 어떤 신은 미리 혼자 리허설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드리기도 했다. 한 번도 안해본 일인데 그런 식으로 적극성을 가져갔다."

"전같았으면 의견 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이번엔 좀 더 강하게 했다. 두려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했다. 너무 조심하고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는 배움이 컸다. 여유도 생겼겠지만, 나이나 경력이 주는 허용치도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다. '유아인은 자기주장 확실하다' 그렇게 이해하시겠지만, 현장 속에서는 다 선배님들이고 아버지 뻘이니 해봐야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겠나. 내가 틀릴 수도 있어서 두렵고, 소극적인 상태도 갑갑했지만 시작하는 감독님들을 만나면서 함께 만드는 기쁨을 더 크게 가져갈 수 있었다. 물론 유연한 소통을 허락해주는 현장이었다."

▲ 유아인. 제공ㅣUAA
장르의 색이 강한 좀비물에 나서면서, 유아인은 과거의 작품들에 대해 "괜히 딥하고 진지한 걸 좋아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조심스럽게 단어 선택을 하며 "어린 배우였을 때는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 의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운을 뗐다.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그림을 제가 그려가는 거니까. 그런 경쟁력을 가진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뻔히 기대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대단히 잘생겼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본질에 집중해야만 불안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경쟁력을 펼쳐보이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삼십대로 등이 떠밀리고 아역배우, 청년배우, '소년에서 어른으로'같은 말을 수년 간 들어왔으니 그런 시기를 거치면서 요즘에는 이전엔 없던 편안한 모습을 되려 힘있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여러가지 상념들 속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생각과 함께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도 직접 결정하게 됐다. 뜻밖의 행보였지만 그는 "좀 더 다양한 걸 해보고 싶고, 조심스럽던 것도 그렇게 조심스럽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계기에 대해 "목표를 다 이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대구 촌놈이 서울 상경해서 가졌던 단순하고 세속적인 욕망은 거의 다 이뤘다. 제가 목표로 할 수 있는 많은 바들을 놀랍게도 다 성취했다고 느꼈다. 사실 좀 재미가 없어졌다. 어디로 가야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살아야하는지. 이런 고민의 시간이 길었고 과도기도 있었다. 나를 어떻게 써먹을지, 어디로 보낼지, 어딘가로 가게 하는 동력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자가 되는 것, 동경하던 감독과 작업하는 것, 몇만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 너무나 감사하게도 일어난 일이 돼 버렸다."

"30대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안 그리다가 숙제처럼 떨어졌다. 풀어내는 시간이 길었다. 목표를 향해 가지 말고, 매 순간 그려지는 그림을 수렴해서 편하게 가보자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성향이었지만, 욕심이나 욕망이 상당히 뚜렷한 편이었다. 지금은 그냥 가는 것 같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스스로 관찰하고, 느끼고, 수렴하면서 하나씩 진행되고 있다."

▲ 유아인. 제공ㅣUAA
꿈꾸던 모든 욕망을 이룬 유아인에게 이제 남은 것은 기본에 충실한 가치들이었다. 그는 "그런 욕망들이 걷히고 나니 점점 드러나는 건 신념, 책임감, 양심같은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커다란 수준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것, 나를 사람답게 만드는 것, 매 순간 일어나고 누리는 삶에 대한 책임감, 직업인으로서의 소명 의식, 사회 일원으로서 내 위치를 파악하고 주제를 아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내 일을 잘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원래도 그런 성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점점 더 그런 속살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런 생각과 함께 유아인이 강하게 피력한 것은 선입견의 타파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룬 성공한 배우지만 그는 지난 이력에 대해 "자랑스러운 순간보다 아쉬운 순간이 더 많았다"고 표현했다.

"여전히 사회가 얼마나 나이에 집착하는지, 인간의 능력치를 얼마나 나이로 구분하는지 싶어 갑갑하다. 이제야 저는 30대 중반에서 40대를 바라보지만, 비교적 성취가 있으니 편안함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것들이 나이나 성별로 판단되는 것에 대한 갑갑함이 계속 있다. 한 인간의 특성과 개성, 능력치를 말갛게 바라보는 눈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런 선입견이 많이 걷히는 시도나 현상이 적극적으로 벌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 유교문화 안에서 연장자 우선 대우에 대한 것도 있겠지만, 그들에게 바랄 것이 아니라 변화를 힘차게 이끌어나가는 세대가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선배가 그랬으니 내가 후배에게 하는, 그런 고리를 끊는 대가 있다. 그런 시도가 특히 예술 창작 집단에서 벌어쟈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 유아인. 제공ㅣUAA
끝으로 유아인은 배우 활동 외에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느끼는 점에 대해 "배우가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현대적으로 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례가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 그런 선배가 되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제 후배 배우들은 더 자유로운 배우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물론 저부터 더 재밌어지면 좋겠고, 연예계가 덜 답답했으면 좋겠다. 내가 속한 곳이 더 풍요롭고 다양한 그림들로 이뤄지길 바란다. '남이 하는 걸 눈치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도 큰 문제 없어'의 전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나이 들어가며 떳떳한 선배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살아있다'는 오는 6월 24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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