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결백'의 배우 홍경.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제작 이디오플랜)을 보니 배우 홍경(24)이 궁금해졌다.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 '결백'은 딸(신혜선)과 어머니(배종옥)의 이야기다. 치매 어머니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리자, 가족을 등지고 살던 변호사 딸이 그 결백을 밝히려 나서며 이들의 사연이 하나하나 풀린다. 이미 죽은 아버지 외에 일가엔 자폐가 있는 막내가 있는데, 홍경이 바로 그 동생 정석을 연기했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헐렁한 상복에 구부정한 자세를 한 그가 사람이 죽어나가는 난리통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첫 등장부터 뭔가가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이 영화에서 정석은 진실만을 말하는 용의자이자 목격자다.

이번이 첫 영화인 홍경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시선을 붙든다. 짧지만 분명하게 제 몫을 해낸다. 첫 드라마 '학교 2017' 이후 '저글러스', '라이브' 그리고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에 출연했던 그는 수없는 오디션 끝에 '결백'으로 스크린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홍경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했다.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지만, 영화 속 정석이 그였나 싶게 낮은 음성이었다. 신중한 말투도 딴판이었다.

"두세번에 걸쳐 오디션을 봤어요. 시나리오 속 한 대목과 자유연기로 첫 오디션을 했고, 2차 때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은 그 영상 하나를 보고 저한테 맡겨주신 거예요.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제가 한 것을 토대로 제 가치나 능력이 평가받고 또 인정받잖아요. 아무 것도 없을 때가 가장 어렵다 했는데, 오롯이 그걸 보고 가능성을 믿어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어요."

▲ 영화 '결백'의 배우 홍경. ⓒ곽혜미 기자
출연 자체도 큰 기회였지만, 홍경은 "여성 서사가 중심인 영화에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그린다는 점도 도전이었다.

"20대 배우가 첫 영화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희소하잖아요. 역할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도 있었고요. 모든 게 긴장이고 부담이고 또 도전이었지만, 뭔가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하진 않았어요. 기존 연기를 참고하지 않았고요. 실제로 그런 분들이 계신데, 정말 흉내만 내기는 싫었어요. 책임감을 갖고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인연이 있던 복지센터나 특수학교에 수차례 방문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말투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보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가족-선생님과 어떻게 관계맺는지를 살피고자 했다. 그가 느낀 분명한 한 가지라면 "나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느낀 경험은 그가 자연스럽게 정수에게 이입하도록 했다.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으면 몸짓이나 손짓도 반응하듯 자연스럽게 따라나온다는 게 홍경의 설명이다. 비주얼에서 별다른 특색이 없었으면 한다는 아이디어는 직접 냈다. 어딘지 다른 외양이 발달장애에 대한 "일종의 프레임 같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감독도 흔쾌히 동의했다.

홍경은 다만 어머니 그리고 누나와의 관계에 집중했다. 홀로 튀지 않도록 감독과도 내내 소통했다. 그는 "정수라는 친구가 관계도가 정해져 있다. 엄마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 엄마와 떨어지면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누나는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화는 모녀관계가 중점이 된 영화고, 장애는 그 안에 존재한다"면서 "제가 너무 도드라져 보이면 어머니의 불안이 안 드러날 수도 있고, 감독님께서 그런 높낮이를 조절해 주셨다"고 말했다. 

홍경이 누나 신혜선의 눈을 바라보며 직구를 던지는, 짧지만 강력한 순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업습하는 장면이지만 그는 "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영화라는 게 팀플레이란 걸 새삼 느꼈어요. 제가 빠져야 할 때, 나서야 할 때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영화 '결백'의 배우 홍경. ⓒ곽혜미 기자
처음 경험하는 현장에서 기죽지 않도록, 틈틈이 먼저 말을 건네며 챙겨준 선배들은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로 만난 배종옥과는 한 소속사인데다 드라마 '라이브'에 함께 이름이 올라있지만, 선배의 촬영을 기다려 인사를 했던 게 전부였단다. 홍경은 "'결백' 리딩을 하고 그 뒤로는 처음 인사를 드렸는데 그 일을 기억해주시는 거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며 현장에서도 먼저 다가와 조언을 아끼지 않던 선배에게 거듭 감사를 돌렸다.

영화광인 부모님 사이에서 자연스레 영화를 접했고, 훑어보더라도 요즘도 하루 한 편은 영화를 본다는 홍경. 그는 "팔색조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고백으로 궁금증을 더했다.

"여러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못해요. 지금 당장 집중하는 건 내 눈 앞에 당장 있는 것, 내가 10대 20대에 겪어온 우리 세대의 성장통, 여러가지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작품 안에 잘 녹여내는 배우이고 싶어요."

홍경의 차기작은 전주 시네마프로젝트에 선정된 영화 '정말 먼 곳'. 18일 개막한 평창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직접 GV에도 참석한다. 영화 '보이스'(가제)로도 짧지만 임팩트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홍경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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