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2군은 투수들의 줄부상 속에 제대로 된 육성을 하고 있지 못하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아무리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운영이다. 현장에서 지도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난데없는 화제로 떠오른 팀이 바로 SK다. 선수가 없어 포지션 파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 퓨처스팀(2군)은 야수들이 투수로 등판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11일에는 3명, 13일에 2명, 14일에 1명, 15일에 2명, 17일에 2명의 야수들이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마운드에 올랐다. 

야수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크게 지는 경기가 많았다. 13일 LG전은 5-18, 16일 한화전은 4-17, 17일 한화전은 2-16으로 졌다. 일방적으로 얻어터졌다. 그렇다고 현재 SK에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투타 겸업을 시도하고 있는 선수가 있는 건 아니다. 전체적인 계산이 완전히 어그러진 상태에서 마운드가 망가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투수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투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에 대기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했다. 부상과 개인 사정으로 못 나갈 선수를 빼고, 직전 등판에서 회복되지 않은 선수를 빼고, 다음 경기를 위해 아껴야 할 몇몇 투수들을 빼다 보니 이런 촌극이 벌어졌다. 

실제 부상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주 큰 부상자가 없다는 건 다행이지만, 아픈 선수를 무리하게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먼저 나간 투수들이 투구 수만큼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다보니 결국은 마지막에 야수가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마냥 2군 코칭스태프와 강화 시설 관계자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여러 핑계에도 불구하고 이런 운영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계자들이 대부분이다. 이건 강화의 문제가 아닌, 인천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 지도자 경력이 있는 A는 “퓨처스리그라고 해도, 심지어 원정 9연전을 뛴다고 해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모두 정해진 등판 일자가 있고, 예비 투수들도 챙긴다”면서 “SK의 경우는 어제 불펜에서 대기했던 선수가 다음 날 선발로 나가고, 선발로 뛴 선수가 제대로 된 휴식도 못하고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더라. 어느 날은 투수 세 명만 대기하고 있었다. 투수만이 아니다. 내야수가 외야로 나가는 등 제대로 된 경기가 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야수가 등판해도 타자는 모두 자신의 기록이 되기 때문에 기를 쓰고 치기는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야수가 등판하면 상대 타자들은 타석에서 유의미한 경험을 하지 못한다. 1군에 올라가기 위해 한 타석, 한 타석이 아쉬운 선수들의 땀을 외면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 그것도 1이닝 정도가 아닌, 5회 이후 야수들이 줄줄이 등판한다면 동정을 넘어 상대 팀의 조롱거리가 된다. 

▲ SK는 한 달 이상 결장 중인 닉 킹엄의 정확한 복귀 시점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부상자가 아무리 늘었다고 해도, 이런 운영이 일주일 이상 이어진다는 것은 구단의 2군 투수 운영 계획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하루에 쓸 투수 4~5명조차도 확보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 3군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올해 신설된 PDA에 선수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꼬이는 1군이 꼬이는 2군을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 닉 킹엄의 부상, 필승조 붕괴에 SK는 올해 1·2군 순환 육성을 생각했던 자원들을 대거 끌어 쓰고 있다. 이건욱 조영우 이원준이 대표적이다. 그마저도 조영우와 이원준은 불펜에 있는데 접전 양상이 계속 이어지니 뛸 기회가 없다. 김주온은 6월 내내 딱 3경기 뛰고 17일 2군으로 내려갔다. 

염경엽 SK 감독도 18일 “김주온은 던질 기회를 마련해줘야 했다. 이원준은 40개 이상 투구에서 문제가 있어 불펜에서 쓸 계획”이라고 기존 계획의 수정을 인정했다. 킹엄은 아직 교체 결정조차 내리지 못했다. 1군부터 뭔가 마운드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하다.

게다가 그동안 수집했던 투수 자원들을 상당수 군에 보냈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부족했던 야수 자원 수집에 열을 올리다보니 투수가 더 부족해졌다. 또한 지난해 투수 방출과 2차 드래프트 이적이 제법 있었던 반면, 외부 충원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부상자들까지 속출하니 야수 등판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어떤 선수는 그 와중에도 1군 메이저투어에 왔다. 아직 부상자들이 다 회복되지 못한 관계로, 당분간 매일은 아니더라도 몇몇 경기에서 이런 상황이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지 않고 오래 던져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지만, 지금 SK 2군 선발 로테이션은 이미 시즌 전 구상에서 크게 벗어난 지 오래다. 김주한 백승건을 제외하면 1군 경험이 있는 선수가 하나도 없고 상당수는 올해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다. 원래라면 3군에 있어야 할 선수들이 지금은 2군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김주한 백승건은 1군 마운드에 공백이 생기면 또 올라가야 할 선수들이다. 언제 빠질지 모른다.

그런 와중에 SK 2군의 팀 평균자책점은 7.49로 11개 팀 중 압도적인 꼴찌다. 재료 자체가 없거나 아직 원석들인데 1군 코칭스태프는 강화에 왜 육성을 못하느냐고 탓해서는 안 된다. 또한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지금 2군 타격코치는 1군에 보름 이상 머물고 있다.

물론 야수 등판은 투수들의 복귀와 맞춰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투수 자원들이 대거 제대하는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오히려 투수가 넘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육성이 이뤄지지 않는 그 사이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 퓨처스리그 경기는 모든 팀들에게 공정하게 배분된다. 다른 구단이 뛰는 동안, 뒷걸음질하면 그 일주일이 나중에는 한 달, 두 달 차이로 벌어질 수 있다. 없을 것이라 믿지만, 단순히 "곧 해결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니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SK는 매년 성적과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뛴다. 계속해서 육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 나무랄 것은 없다. 그러나 올해 초반의 2군 운영은 그 목소리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이번 해프닝은 SK가 만들어가는 육성 매뉴얼에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추후 생길 수 있는 공백을 계산하고 대비하는 것도 능력이다. 두 번 실수는 20년된 프로 구단에 어울리지 않는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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