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유소연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청라,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청라, 정형근 기자]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굉장히 많이 떨려서 기도를 많이 했다. 기도할 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시상식 전에 어머니께 전화 드려 우승 상금으로 기부하고 싶었다고, 놀라지 말라고 했는데 흔쾌히 기뻐해 주셨다.”

유소연(30)이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약 5년 만에 국내 무대 정상에 오른 유소연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우승 상금은 2억 5,000만 원이다.

유소연은 5개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 우승자가 됐다. 2009년 중국여자오픈을 시작으로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여자오픈, 2018년 일본여자오픈에 이어 한국여자오픈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유소연은 6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았다. 9번 홀(파4)에서 보기로 한 타를 잃었지만 ‘곰의 지뢰밭’(Bear’s Landmine, 12번 홀~14번 홀)을 모두 파로 통과했다.

2위 김효주(25)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친 유소연은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18번 홀(파4)에서 안정적인 벙커 샷으로 위기를 탈출했고, 파 퍼트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다음은 유소연과 일문일답

-우승 소감 

“너무 오랜만에 대회에 나와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일단 할 일만 잘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우승해서 좋다. 굉장히 많이 떨려서 기도를 많이 했다. 기도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기부할 기회가 생겨서 좋다.”

-승부처는 어디였나?

“13번 홀(파4)에서 보기를 하지 않고 지나가서 2위와 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 홀 벙커 샷이 어려웠는데 그 샷 덕분에 연장전에 가지 않고 우승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기부 결정을 어떻게 하게 됐나?

“시상식 전에 어머니께 전화 드렸다. 사실 우승하면 기부하고 싶다고, 우승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으니 놀라지 말라고 했는데, 어머니도 흔쾌히 좋은 일 한다고 기뻐해 주셨다. 어젯밤에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떨려서 무언가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목표를 갖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곳에 기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5번째 한국여자오픈 도전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 투어를 뛰면서 가장 아쉬운 대회는 2008년 한국여자오픈이다. 그때 천둥번개 치고 비가 오는데 연장전을 한 기억도 있지만, 우승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했다. 이제는 우승해서 과거를 좋게 추억할 수 있어 오늘 우승의 의미가 큰 것 같다. 사람은 욕심이 많은 동물인 것 같다. 우승하고 나니 이제는 영국여자오픈 우승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주위에서 어떤 조언을 해줬나

“올해 2월 열린 LPGA 투어 빅오픈에서 연장전에 끝에 준우승했다. 그때 우승했어야 시즌이 좋게 흘러갈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오늘 우승해서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박)인비 언니를 비롯해 여러 언니들이 (우승) 해본 건데 왜 떨고 있냐는 얘기를 했다. 다음 경기를 언제 할지 모르는데 즐기라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언니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김효주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집에서 TV 중계로 효주 경기를 많이 봤다. 원래 퍼트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경기하니 정말 퍼트가 좋았다. 효주가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큰 대회에서 상대의 실수를 바라긴 하는데 오늘 효주는 실수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8번 홀 벙커 샷 상황은?

“핀까지 180야드가 남았었다. 굉장히 심한 앞바람이 불었다. 2가지 옵션이 있었다. 4번 하이브리드로 세게 드로우를 치거나 5번 우드로 스핀을 잘 내는 방법이 있었다. 2번째 옵션으로 쳤는데 나오지 말아야 할 실수가 나왔다. 벙커 샷 때는 내가 가진 능력을 믿고 치자는 마음 반, 기적을 바라는 마음 반을 갖고 쳤다. 마지막 퍼트는 60cm의 쉬운 파 퍼트였지만 손이 많이 떨렸다. 사실 벙커 샷보다 파 퍼트가 더 떨렸다.”

-2018년 6월 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 이후 첫 우승이다. 마음고생은 없었나? 

“2018년이 굉장히 좋은 해였다. LPGA 마이어 클래식과 일본여자오픈,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2019년은 굉장히 힘든 해였다. 치고자 하는 대로 컨트롤이 안 됐다. 거리도 많이 줄었다. 거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윙 템포도 무너졌다. 어려운 해였는데 주변에서 좋은 조언을 해주셨다. 2020년을 준비하면서 골프에 대한 집착을 많이 버리고, 흘러가는 대로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체력 훈련을 하고, 골프와 관련되지 않은 취미 생활을 했다. 올해 2월 호주에서 열린 두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오늘도 우승한 것 같다."

-KLPGA 투어 통산 10승을 기록했다. 향후 국내 대회에 많이 나설 계획인가?

“메인 투어가 LPGA 대회이기 때문에 LPGA 투어가 먼저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난 한국 선수이고 한국에서 좋은 경험을 쌓아 LPGA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생각한다. LPGA의 계획이 많이 흐트러지지 않는 한에서 KLPGA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

-골프 이외에 다른 인생 계획이 있나?

“예전에는 골프 선수를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 골프 산업에 대해 배우다 보니 한국의 골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코스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고, 미국에서 한국을 더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일랜드가 유명한 나라는 아닌데 사람들이 골프 투어를 많이 간다. 우리나라도 좋은 골프장이 많다. 한국을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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