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 천사' 유소연이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청라, 한희재 기자
▲ 우승 퍼트를 성공한 후 기도하는 유소연. ⓒ청라,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청라, 정형근 기자] ‘기부 천사’ 유소연(30)이 한국여자오픈 우승 상금 2억 5천만 원 전액을 기부했다.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시절부터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한 유소연의 우승은 하늘도 도왔다.

유소연은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소감을 묻는 말에 유소연이 꺼낸 단어는 ‘기부’였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굉장히 떨려 기도를 많이 했다. 기도할 때 우승하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시상식 전에 어머니께 전화해 우승 상금을 기부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흔쾌히 기뻐해 주셨다.”

유소연의 기부는 처음이 아니다. 

2012년 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유소연은 ‘YMCA 꿈나무 유소년 골프단’에 5천만 원을 기부하며 “후배를 양성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에 기부하기로 했다. 한국 골프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가 됐으면 좋겠다”며 꿈나무 육성에 동참했다. 

유소연은 2008년 프로 데뷔 후 꾸준히 기부 활동을 했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2018년 1월 유소연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메디힐 장학재단에 1억 원을 쾌척하면서 ‘통 큰 기부’는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2018년 6월 LPGA 마이어 클래식 우승 후 10만 달러(약 1억1800만 원)를 미국 6개 주의 빈곤층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심플리 기브' 프로그램에 기부했다. 

지난 2월 호주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에는 상금 9만 49달러의 절반(약 8천만 원)을 호주 화재 구호 기금으로 전달했고 이어 열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상금도 기부했다. 

당시 유소연은 “기부 사실을 알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기부를 발표한 이유는 나의 기부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돼서 계속 돕는 사람들이 생기길 원했기 때문이다. 산불 피해는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환경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소연의 기부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올해 5월 박인비(32)와 함께 출전한 골프존 LPGA 매치플레이 챌린지 행사의 상금(약 1천200만 원)도 코로나19 돕기 성금에 보탰다.

호주여자오픈 이후 4개월 만에 나선 한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 12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유소연은 샷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며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18개 홀 완주를 걱정했다”는 우승 소감처럼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던 유소연은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쳤다.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유소연은 마지막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18번 홀에서 환상적인 벙커 샷으로 위기를 탈출한 유소연은 파 퍼트를 성공하며 KLPGA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2019년은 굉장히 힘든 해였다. 컨트롤이 안 됐고 거리도 많이 줄었다. 거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윙 템포도 무너졌다. 2020년을 준비하며 골프에 대한 집착을 많이 버렸다. 체력 훈련을 하고, 골프와 관련 없는 취미 생활을 했다. 다행히 오늘 우승을 차지했다. 앞으로 한국인 골퍼로서 한국 골프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국내외 대회를 통틀어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유소연의 골프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 유소연의 골프 인생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청라,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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