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박종기는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챙겼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첫 승 공은 아버지께 생신 선물로 가져다드리려고요(웃음)."

두산 베어스 투수 박종기(25)는 이제야 효도를 한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청주고를 졸업하고 2013년 육성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박종기는 7년 만에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4일 5선발 이용찬이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이탈한 가운데 대체 선발투수로 찾아온 1군 등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경기에서 1승1패, 10⅔이닝, 평균자책점 2.53으로 활약하며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김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박종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박종기가 1군에서 2차례 호투를 한 뒤에는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있는 것 같다. 볼카운트 싸움을 잘했다. 계속 그렇게 던져줬으면 좋겠다. 공 끝도 좋고 커브도 잘 던진다. 다른 변화구도 괜찮다. 지금 컨디션이 좋으니까 계속 선발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호평했다.   

지난 20일은 박종기에게 생애 최고의 하루였다. LG 트윈스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박종기는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도 많이 됐다. 포수 (박)세혁이 형이 긴장을 많이 덜어주셨다. 내 공에 자신감을 갖고 피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 있게 타자들과 붙으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또 코치님들께서 '야구는 너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네 뒤에 최고 수비수 형들이 있으니까 믿고 던져'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긴장이 덜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1군 마운드는 닿을 듯 닿지 않았다. 정식 선수로 등록한 2015년 1군 3경기에서 2⅓이닝 3실점에 그친 뒤 더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했고, 2018년부터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고 구슬땀을 흘렸다. 2019년에는 15일 동안 1군 엔트리에 올라 있었는데, 팀 사정상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 두산 베어스 박종기(오른쪽)는 포수 박세혁의 조언이 큰 도움이 돘다고 밝혔다. ⓒ 한희재 기자
이용찬의 이탈로 김 감독이 대체 선발투수를 찾아 나설 때 박철우 두산 2군 감독은 "박종기가 지금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박종기는 박 감독의 믿음에 걸맞은 투구를 펼치며 7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첫 승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은 역시나 가족이다. 박종기는 "부모님께서 부담을 주면 내가 조급해질 것 같다고 부담을 안 주시려고 애를 많이 쓰셨다. 멀리서 응원만 해주셨다. 누나와 여동생도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잘 챙겨줬다. 여동생은 나보다 일찍 철이 들어서 기특하다. 그런 동생을 보면서 '나도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자극을 받고 버틸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박종기와 프로 시작부터 함께한 입단 동기이자 친구 포수 장승현(26)과 투수 함덕주(25),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송주영(26)까지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박종기는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힘들 때나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늘 같이 옆에 있었다. 엄청 힘이 됐다. 첫 승을 하고 나서 (장)승현이가 소고기를 사줬고, (송)주영이는 회를 사줬다. 주영이는 지금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겨울에 내 운동을 도와줬다. 그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 친구다. 친구들이 나보다 더 긴장해서 '눈물 날 것 같았다'고 말해줘서 감동했다"고 밝혔다. 

호주 캠프 룸메이트였던 포수 이흥련(31, 현 SK)과 내야수 서예일(27)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세 선수는 호주에서 한방을 쓰면서 '우리 방 잘하자', '자신 있게, 후회가 남지 않게 하자'고 서로 다독이며 훈련을 이어 갔다. 

▲ 두산 베어스 박종기 ⓒ 두산 베어스
박종기는 "(이)흥련이 형은 진짜 너무 보고 싶다. (트레이드로 SK에) 가서 잘하고 계셔서 다행이다. 이제는 상대 팀이지만, 늘 도움 주셨던 것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에서 만나면 감히 한번 이겨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웃었고, "(서)예일이 형은 나랑 라커룸도 바로 옆을 쓴다. 예일이 형이 옆에서 계속 진짜 잘했다고 손잡아주고, 응원해줘서 정말 기뻤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2군에서부터 1군에 오르기까지 함께 고민하고 힘을 실어준 지도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남겼다. 박종기는 "박철우 감독님께서 믿고 선발로 기회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했다. 지난해 5월부터 선발 수업을 받으면서 권명철 코치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고, 김원형 코치님께서는 마무리 캠프 때부터 교정을 도와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로테이션상 박종기는 오는 2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3번째 선발 기회를 얻을 예정이다. 리그 1위 타선과 만나지만, 박종기답게 피하지 않고 공 하나하나 던지려 한다. 

박종기는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고 마운드에서 계속 한 구, 한 구 간절하게 던지려 한다. 올 시즌 마무리될 때까지 마운드에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오는 27일이 아버지 생신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고향 청주에 내려가진 못했는데,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서 아버지 생신 선물로 드리고 싶다. 첫 승 공과 함께 아버지께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