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살아있다'의 배우 박신혜.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박신혜(30)는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제작 영화사집) 러닝타임의 절반이 흐르고서야 나온다. 원인불명 좀비들이 창궐한 서울, 복도마다 좀비들이 배회하는 아파트에 홀로 남아 죽음을 기다리던 청년 준우(유아인)의 원맨쇼는 그녀가 맡은 유빈의 등장 이후 같은 상황, 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살고 싶다. 살아남자. 같이 살자.

생기로 그득한 배우 박신혜가 유빈 역을 맡은 건 고개가 끄덕여지는 캐스팅. 하지만 씩씩하고 건강한 캔디같은 캐릭터로 강렬히 각인됐던 그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단호히 '그것들은 사람이 아니야'라고 외치며, 좀비들을 향해 무표정하게 손도끼를 휘두르는 것 같은. 과묵하고 거침없는 도시의 생존자, 유빈은 박신혜라 더 흥미롭다. 소망하던 여전사를 드디어 해낸 것이냐 물었더니 그녀는 "이제 시작"이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초등학생이던 박신혜에게 소속사란 게 생진 지 딱 20년이 되는 올해, 그녀는 생의 3분의 2를 배우로 살며 이제 만 서른을 맞이했다. 박신혜는 "30대가 되어보고 나니 마음은 비슷하다.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며 "'살아있다'도 더 재미있게 즐겼다"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맨얼굴로 좀비와 싸우던 그녀가 멋져 보였던 덴 다 이유가 있었다.

▲ 영화 '#살아있다'의 배우 박신혜.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절반에만 나온다. 액션이며 장르도 만만찮다. 어떻게 출연을 결심했나.

"희한하게 영화 할 때는 분량이나 이런 걸 굳이 따지지 않게 된다. 에너지나 메시지가 좋으면 상관이 없다. 전의 작품도 대부분 그랬다. 선배님들과 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선택했다. '#살아있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고, 장르도 부담이 없었다. 유빈은 제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저도 궁금했다."

-사실 건강하고 씩씩한 기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다.

"유빈은 내성적이고 단절돼 있고, 사실 유아인씨와 티키타카도 어색하고 엇박 같다. 자신만의 세상에선 죽음까지 생각했지만 준우가 들어오면서 달라진다. 그런 상황에서 나아가는 모습을 타당성있게 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는 감독님 이야기가 와 닿았다. 저는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그게 1차였고, 2번째로는 유아인의 연기가 기대됐다."

-유아인이 출연 이유라고도 언급했다.

"영화 전반을 한 사람이 이끈다. 포맷 자체가 독특하다. '김씨 표류기'에 빗댄 분도 있던데, 홀로 남겨졌을 때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할 때 본능과 이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모두 기대하셨겠지만 실제로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늦게 합류해 현장 편집본을 보니 시나리오 보며 상상한 준우보다 생동감이 넘쳤다.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한 이유가 유아인이라고 했는데, 그걸 모두에게 보여주더라. 멋있었다."

-이번이 첫 만남이더라. 호흡은 어땠나.

"만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더라. 내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잘 표현해내는구나 했다. 유아인을 보며 호흡의 박자가 재밌는 사람이구나, 유쾌하다 생각했다. 보면서 놀라기도 했다.

또 만난다면? 치열하게 한번 더 해보고 싶다. 워낙 똑똑한 사람이라 파고들어보고 싶다."

▲ 영화 '#살아있다'의 배우 박신혜.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부담이 없다 했지만 와이어에 도끼 액션 등 액션이 강렬하다.

"워낙 운동하는 걸 좋아했고, 기회가 되면 액션도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액션은 부담이 안됐다. 오히려 재밌겠다 싶었고. 와이어를 타본 적이 있어도 어색했는데, 한두번 타니까 나중엔 제가 웃고 있더라. 4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게 처음엔 무서웠는데, 한번 뛰어내려서 무사히 착지하고 나니까 믿고 뛰어내리게 됐다. 합도 맞춰 외우고 하니 재밌었다."

-맨얼굴은 부담 없었나? 메이크업을 거의 안한 건 자신감?

"예뻐서? 조명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웃음) 상황도 상황이고, 유빈을 생각하면 군더더기가 없었으면 좋겠다 했다. '콜' 때 단발을 했고 얼마 안돼 출연을 확정했는데 머리 길이가 애매했다. '그냥 묶자, 화장도 하지 말고' 했다. 물도 안 나오는데 화장은 무슨 화장이겠나. 다크 서클만 안 보이게 해 주세요 하고 메이스만 했다.

희한하게도 요새는 맨얼굴이 좋다. 지금 촬영하는 드라마(시지프스)도 거의 맨얼굴이다. 화장은 하지만 아이라인도 거의 그리지 않는다. 예전엔 어렸으니까 성숙해 보이려고 화장을 했따면, 지금은 차츰차츰, 한 해 한 해 지나갈수록 자연스러운 게 좋다. 제가 이제 우리나이로 31살이다. 1990년생이니 만으로도 서른이다!"

▲ 영화 '#살아있다'의 배우 박신혜.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나이를 먹어 긍정적인 게 있다면 어떤 건가.

"어제 엄마랑 올림픽공원을 걷다 앉아 이야기를 했다. 제가 처음 소속사예 계약한 게 2001년이다. 19년이 된 거다.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렇게 하다니 신기하다. 이 직업을 이렇게 할 거라 생각 못했다. 돌이켜보면 힘들 때도 있었고, 내 의도와 상관 없이 다칠 때도 있었고,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감사한 시간이 많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예전엔 '20대엔 이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30대는 이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나이가 되어보고 나니 마음은 전과 비슷하다.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살아있다'도 더 재미있게 즐겼다."

-로맨스 드라마의 캔디 캐릭터를 여럿 했다. 손도끼 휘두르는 '#살아있다'가 더 의미있을 법하다.

"저는 '닥터스' 때도 당당하다 생각했다, '침묵'도 그랬다. 하지만 전의 작품 이미지가 세긴 했나보다. 억지로 벗겨낸다고 벗겨지는 건 아니다. 작품을 해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않을까. 10대와 20대를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처럼 또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예전엔 거기에 쩔쩔맸다. 어떻게 하면 잘 벗어날까. 그런데 시간이 그걸 해 주더라. 그떄는 그게 어울리는 나이였고, 이젠 그것도 할 수 있지만 다른 것도 할 수 있다! 멜로는 좋은 거니까."(웃음)

▲ 영화 '#살아있다'의 배우 박신혜.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좀비물 특유의 '고어' 장면들도 상당하다. 어떻게 소화했나.

"유빈이 말하지 않나. '그것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심정으로 했다. 사실 손도끼 장면은 과감하게 촬영했다. 그보다 기분이 이상했던 건, 처음 유빈의 집에 감염자가 부비트랩에 걸리는 부분이다. 그 감염자 배우가 학교 선배다. '킹덤'에도 출연했다고 하시더라. 내가 아는 사람이 감염이 돼서 이렇게 된다면? 그 위험한 존재로부터 벗어냐아 한다면? 촬영하며 기분이 이상했다. 영화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 처음이 묘했다."

-소망하던 여전사 캐릭터를 이제야 선보이니 어떤가.

"팬분들도 '이제 이거 했으니 액션 소원을 풀었겠네요' 하기에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넌지시 던졌다. 다음 드라마가 빨리 나와야 할 텐데.(웃음)"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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