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꼰대인턴'의 배우 김응수. 제공|MB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늙수그래? 뭔지 몰랐죠. 그런데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이거 최고의 칭찬이다.' 배우로서 너무 행복합니다."

인터넷을 강타한 '타짜' 곽철용 신드롬의 중심, 40년 연기인생의 연기파. 배우 김응수(59)의 표정은 밝았다. 화제 속에 방영 중인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극본 신소라·연출 남성우, 제작 스토디오HIM)의 촬영을 바로 어제 마쳤다는 그는 연신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김응수는 유치원생부터 어른들까지 "묻고 더블로 가~"라며 즐거워하는 '타짜' 곽철용 신드롬의 주인공. 오는 7월 1일 마지막 방송을 앞둔 '꼰대인턴'은 대기만성형 핫스타에 등극한 그의 첫 주연 드라마다. 김응수는 '꼰대인턴'에서 끗발 깨나 날리는 꼰대의 정석으로, 한 평생을 회사에 몸바쳤으나 하루아침에 희망퇴직을 당해 경쟁사 시니어 인턴으로 재취업한 '이만식'을 연기했다.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라며 인생을 설교하다 최후를 맞았던 '타짜'의 곽철용이 2020년의 '꼰대인턴'이 된다니, 캐스팅부터 절묘했다. 작가도 연출자도 첫 이만식 역에 첫 손에 김응수를 꼽았다는 후문. 김응수는 이만식에 빙의라도 한 듯 캐릭터에 쏙 녹아났고, 과거 구박했던 옛 인턴을 상사로 만나 인생의 새옹지마를 곱씹으며 맹활약했다. "늙은 장그래" "늙수그래"라는 애칭이 다 생겼다.

김응수는 인터뷰에 나서기 전 온탕에 몸을 담그고 '이만식이 스르르 빠져나가라' 하는 생각을 했다 말했지만 "이만식은 나의 인생 캐릭터"라며 진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리고 내내 유머를 잃지 않았다. "내 안에 꼰대 없다" "1%도 안 닮았다"고 거듭 강조하는 한편 "나랑 하나도 안 닮았는데 친구들이 딱 너라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2020년의 꼰대 이야기가 어떻게 유쾌한 웃음과 짠한 공감을 끌어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던 이날의 만남은 이랬다.

▲ '꼰대인턴'의 배우 김응수. 제공|MBC
-'늙수그래', '늙은 장그래' 같은 별명은 알고 있는지.

"늙수그래, 뭔지 몰랐다. 그런데 아내가 그러더라. 최고의 칭찬이라고. 배우로서 너무 행복하다. 실제 김응수 나이에 픽션의 인물 이만식이 잘 만났다. 이만식이 제 연배이기도 하고 저와 딱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늙수그래가 잘 살아나지 않았나. 제 속에 꼰대성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웃음)

-이제 촬영이 끝났다.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역시 주인공이라는 부담이 있었고 그 많은 분량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 체력이 제일 걱정이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연기에서 최고 중요한 집중력이 떨어지니까, 그러면 좋은 연기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주인공으로서 완성된 작품을 내놨을 때 시청자 분들이 어떤 반응을 할까. 시청률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할까. 그것이 제일 걱정이었다.

어제 마지막 촬영을 했다. 이만식 캐릭터를 방송으로 보면서 굉장히 만족한다. 꼰대 짓을 어둡게 해서도 안되고, 고집 이런 것들을 웃음이라는 양념으로 어떻게 잘 비빌까 했는데 잘 비벼진 것 같다. 이만식을 보면 김응수가 창조한 인물 중에 최고 아닌가 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시고 젊은 분들은 화도 나시고 공감도 하시지 않을까. 너무나 기분이 좋다."

-이만식과 내가 비슷하다 느낀 점이 있다면?

"이만식의 꼰대성과 김응수는 1%도 닮지 않았다. 꼰대짓을 할 시간이 없다! 큰애는 올해 대학을 졸업했고, 막내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일을 한다. 내가 꼰대짓을 하려고 해도 꼰대짓을 할 대상이 없다. 조직사회에서 근무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꼰대성은 제로다. 

그런데 나와 닮은 부분이 있다. 극중 가열찬 역 박해진 군이 제 딸을 좋아해가지고 '족보가 꼬일 뻔했다, 장인 될 뻔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는 '뭐라고!' 하며 열찬이 등짝을 때린다. 그 부분이 김응수하고 가장 닮은 부분이다. 곱게 키운 내 딸을 너에게 보낼 수 없다! 와이프가 그 장면을 보고 '왜 이렇게 세게 때리냐'고 하더라. 나도 딸만 둘 아닌가. 김응수도 정성스럽게 키운 내 딸을 달라고 하면 가차없이 때릴 것 같다. 사위 될 친구는 등짝 맞을 각오를 하는 게 좋겠다."(웃음)

-지금껏 한 캐릭터 중에 이만식이 최고라고 언급했다. 소위 인생캐릭터라는 표현을 써도 될까.

"맞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테마가 생기지 않나. 저는 대한민국의 아버지상을 이뤄보고 싶다. 예를들어 최불암 선생님이 '전원일기'에서 했던 긍정적 아버지상. 이만식이 그런 부분이 조금 있다. 그것이 너무 권위적이면 긍정적인 아버지상은 아니니까, 그걸 어떻게 중화시킬까 했는데 잘됐다. '타짜' 곽철용은 지나친 남성성이 있고 그것이 폭력으로 이어진다. '임진왜란 1592'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나쁜 놈이고. 이만식은 나의 꼰대성, 나의 경험을 강요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왜나면 상대가 걱정돼서 하는 거니까. 아버지가 자식에게 그 정도는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 흔하고 보편적인 캐릭터고, 완성시켜 놓고 보니 짠하고, 정도 있고 그렇더라. 시간이 지나면 '김응수의 이만식이 좋다' 그렇게 평가받지 않을까."

▲ 김응수. 제공|MBC '꼰대인턴' 홈페이지
-'꼰대'는 통념상 비호감이다. 꼰대인데 왜 호감을 얻었다고 생각하나.

"도올 (김용옥) 선생님하고 대학로에서 자주 뵙는다. 도올 선생님이 TV가 없으니까 제자 집에서 '꼰대인턴'을 보시곤 전화를 하셨다. 너무 재밌다는 거다. 그 말씀에서 굉장히 큰 걸 깨달았다. '꼰대가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우환의식-사회를 걱정하고 가정을 걱정하고 뭔가 세상이 바르게 가길 바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 꼰대'라는 거다. 그걸 듣고 '오케이' 했다. 나도 열찬이가 걱정돼서 그런 거지. 그리고 그걸 있는 그대로 하면 보기 싫은데 웃음을 버무려 잘 조절한 것 같다.

연출한 남성우 감독 칭찬을 안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잘 연출을 했다. '여러분들이 모습입니다. 이만식이 여러분의 모습입니다'라는 거다. 초등학생이 반장 해도 꼰대짓을 한다. '너 왜 청소 안해!' 하고. 사람들의 보편적인 꼰대성을 끄집어내서 재미로 버무려내서 시청자들에게 잘 전해줬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천재라고 생각한다."

"갑질, 꼰대. 지금도 그렇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화두였다. 최고의 나라가 됐지만 그 이면에 여성 인권의 문제가 있고, 여성이라고 무시하고 월급 적게 주고 그런 것이 화두 아닌가. 나의 생각이나 어떤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내 식으로 하라고 하면 꼰대짓 아닌가. 그걸 지위를 이용해서 하면 갑질이다. 갑질은 꼰대 근성에서 나온다. 그것을 잘 캐치해서 작가와 감독이 좋은 화두를 던진 것 같다."

-꼰대를 다루지만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다.

"젊은 분들이 왜 '꼰대인턴'에 관심을 가질까. 생각해봤다. 자기들도 해봤을 것이다. 군대에 다녀오면 잘 안다. 이등병 때는 '나는 절대 저 병장처럼 안한다' 하는데 병장 되자마자 바로 한다. 그런 모순이 있을 것이다. 젊은 친구들은 직장생활 하면 저런 꼰대, 저런 상사가 있었을 것이고, 드라마를 보며 공부하기도 했을 것이다. 봤다는 건 간단하다. 재미있으니까 본 것이다."

-주위 시니어들의 반응은 어땠나?

"가장 측근인 손종학의 말을 빌리면 '평상시 형 그대로'라는 거다. 깜짝 놀랐다. 슬슬 정년퇴직 해야 하는 나이인 제 친구들도 '딱 니 모습 그대로' '이만식이 아니고 김응수'라고 그런다. 아니 ,나는 그런 적이 없고, 꼰대성 1%도 없는 사람인데! 친구들이 방송 보며 제일 좋아한다. 과거에 자기는 더 당했다면서 '저건 약과야' 그러더라. 옛날이 생각나고 좋았나보다. 나이 드신 분들은 자기도 꼰대 짓을 했지만 자기가 인턴 때는 꼰대짓한 상사가 계셨다는 거지."

▲ '꼰대인턴'의 배우 김응수. 제공|MBC
-마치 이만식이 김응수 같고 김응수가 이만식 같은, 캐릭터와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남달랐다.

"이만식을 연기하면서 이상하게 즐거웠다. 대본을 보면 느낌이 착착 왔다. 금방금방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고. 현장에서 연출하는 남감독도 '선배님하고 같이 해서 너무 즐거웠다' 그 이야기를 한다. 그 남성우 감독이 놀랐나보다. 이 장면을 이렇게 하자 하면 말을 안 해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이심전심이다."

-연기나 대사나 애드리브가 많았나.

"애드리브가 굉장히 많았다. 손종학 친구하고 술먹는 것, '인턴? 배드민턴이다!' 하는 것도 애드리브다. 술집에서 싸우는 장면을 빙빙 돌면서 담은 것도 제 아이디어다."

-드라마에서 이만식이 팀원들에게 좋은 글을 보내는데, 실제로도 '꼰대인턴' 단톡방에 매일 꽃 사진을 보냈다고?

"오전 6시 이후에 자본 적이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북한산 산보를 하다 보면 새벽 6시고 5시반이고 보낸다. 제일 선배가 굿모닝 하고 꽃사진 보내면 자다가 댓글을 달아야 하니까.(웃음) 어느날 제가 탈퇴를 하니 (박)해진이가 난리가 났다. '왜 나가신 거예요. 꽃이 안오니까 꽃모닝이 안되는 것 같다' 하더라. 아침잠을 깨우는 꽃 한송이가 없으니까 그리운 거다. 오늘도 보냈다. 혹시 한꺼번에 많이 찍어놓고 하나씩 보내냐고 해진이가 묻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배우들과의 케미가 좋았다. 호흡은 어땠나.

"저는 이제 박해진 군, 손종학 박기웅 빼고는 다 처음 해보는 친구들이다. 특히 준수식품 직원으로 나온 친구들은 처음이다. 첫 리딩 끝나고 맥주를 마시며 쑥스럽더라. 그 친구들은 또 얼마나 쑥스럽겠나. 현장에서 보면 내가 먼저 농담 하고 그랬다. 승진 역을 했던 홍승범 친구가 촬영 다 끝나고 카톡을 보냈다. 보면서 제가 울었다. '견고한 요새이자 아빠였던 응수형… 더 성장해서 선배님 다시 만날 때는 조금 더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겠습니다' 하고 왔는데, 내가 어디가 꼰대예요!(웃음) 글을 읽고 '이 친구들이 나하고 하는 게 이렇게 어려웠구나' 했다. 저도 이순재 선배님이랑 할 때 어려웠다. 분장실도 먼저 안 들어갔으니까. 그래서 많이 웃겨주려 했다. 내가 무게 잡으면 안되지 않겠나."

▲ '꼰대인턴'의 배우 김응수. 제공|MBC
-1981년에 데뷔한 뒤 40년 가까이 다양한 역할을 했다. 지금의 상황을 맞은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1981년에 연극으로 데뷔해서 배우생활을 지금까지 하면서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그 총집합이 이만식에 녹아있는 것 같다. 곽철용의 남성성 등 모두를 흡수해 김응수 배우 인생의 결정체가 이만식이란 캐릭터로 보인 거다. 내년이면 또 다른 캐릭터가 빚어질 것이다. 제 자리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해주셔서 행복하다. 배우란 직업을 택하길 잘한것 같다."

-'타짜' 곽철용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EBS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공룡대백과' 진행도 했다. 그리고 '꼰대인턴'까지, 최근 들어 좋은 기운이 이어지는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최고 행복하다. 실제로도 대학로에서 젊은 친구들과 자주 어울린다. 현장에 가서도 젊은 친구들이 조명하고 촬영하고, 여성 스태프가 늘어난 걸 보면 기분이 좋다. 젊은 친구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고 있구나. 그런데 기성 세대들이 꼰대짓은 하지 말아야지! 잘 살아온 것 같다. 누구한테나 손가락질 받지 않고. 잘못 살면 바로 알지 않나. 그런 부분이 행복하다. EBS 프로그램은 돈은 안 돼도 사명감이 생기더라. 이런 교육적인 것도 해야지. 터미널 가면 아이들이 '공룡 아저씨다' 그런다. '타짜' 깡패가 공룡 아저씨가 되는데, 기분이 좋았다.(웃음)"

-다음 계획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한 번 더 해야 하지 않을까. 동양 평화를 위해서도 한번 더. '임진왜란 1592'가 '귀선'(가제)으로 영화화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한번 더. 뭔가., 이만식이 그쪽으로 가면 될 것 같다. 명나라 정복하고 유럽을 먹겠다는 망상의 일본 꼰대로."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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