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근. 제공ㅣ리틀빅픽쳐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이봉근은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배우다. 판소리계에서는 오디션 참가자보다는 심사위원 자리가 당연할만큼 쟁쟁한 경력을 쌓아왔지만, 배우로서는 '소리꾼'이 데뷔작이다. 연기 시작부터 덜컥 큰 영화의 주연을 맡아 부담이 클 법도 했지만, 이봉근은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뿌듯한 소감을 내놨다.

이봉근은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 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둔 25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소리꾼 출신이다보니 소리가 잘 드러나서 재밌게 봤다. 12세 관람가여서 다양한 연령대에서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첫 주연작 관람 소감을 밝혔다.

'소리꾼'은 사라진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아 재주 많은 소리꾼 학규(이봉근)과 그의 조력자 장단잽이 대봉(박철민), 속을 알 수 없는 몰락 양반(김동완)이 조선팔도를 유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조정래 감독은 "'소리'가 주인공인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반드시 소리꾼이어야 했다"고 밝혔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명창이자 신인 배우인 이봉근은 데뷔작 '소리꾼'에서 주인공 학규 역을 맡아 판소리와 연기를 동시에 소화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쉽지만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봤다. 사람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있고, 이득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앞으로의 행보에서도 배울 것이 많기에 좋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이봉근. 제공ㅣ리틀빅픽쳐스

26년 동안 음악을 해왔다는 이봉근은 판소리와 연기의 결합에 대해 "아주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를 따로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정말로 소리에 집중해서 했다. 자연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리꾼' 포스터 중에는 이봉근이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컷이 있다. 그는 이 사인에 대해 "저에겐 감정이 들어가기 전 스위치 같은 자세다. 소리꾼 이봉근으로서 학규 역으로 집중하려고 감정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며 "그 순간 학규라고 생각했다. 저는 없었고 학규라는 사람으로서 연기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 이봉근. 제공ㅣ리틀빅픽쳐스

연기가 처음인 이봉근을 위해 배테랑 배우인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이봉근은 이유리와의 특별한 일화를 공개해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유리 누나가 저에게 대사를 직접 던져보라고 하면서 '네가 진실로 연기를 할 때 내가 대답을 할게'라고 했다. 그런데 받아달라고 한 30~40번 외쳤는데 누나가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다 힘이 다 빠져서 '누나 제발 이것 좀 받아줘요'라고 하니 그때 받았다"며 "그때 유리 누나가 하는 말이 '지금 진짜지? 진짜가 아니면 연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진짜로 감정을 전달하는 자세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다. 지금도 제 신조가 되는 말인 것 같다. 음악을 할 때도 진짜가 아니면 하지 말자고 스스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이봉근은 데뷔작에 주는 연기 점수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냥 최선을 다했기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잘했다면 건방진 거고 부족한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학규스러운 모습으로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 저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나 기대하시는 분들은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이봉근. 제공ㅣ리틀빅픽쳐스

'소리꾼'을 하면서 판소리를 넘어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된 이봉근은 앞으로 판소리와는 별개로 연기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연기적인 것에는 밑천이 없기에 하나씩 쌓아가고 싶다. 연극은 당연히 할 것이고,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불러만 주신다면 단역부터 시작하고 싶다"며 "오히려 판소리를 배제하고 작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도 연기에 약간의 마음은 있었지만 접었었다. 아무래도 생계에 영향이 있어서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안에서 만들어지는 현장의 고마움과 치열함, 희열감, 성취감 등 여러 감정을 겪으며 연기의 매력을 느꼈다. 앞으로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져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봉근은 '소리꾼' 관람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낯설 수 있다는 점도 이해했다. 그는 "아무래도 노출이 적어서 낯설 것 같다. 그 부분에서는 앞으로 저의 노력도 있을 것이니 '예쁘게 봐 주세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 이봉근. 제공ㅣ리틀빅픽쳐스

이 말처럼 이봉근은 '소리꾼'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벌써 다수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다음 행보를 고심 중이다.

그는 "앞으로 음악적으로 또 뭔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한 채널에서 8월 즈음 음악 프로그램에 함께할 것 같고, 연극도 할 것 같다. 드라마도 보고 있고, 예능 출연도 이야기 중이다. 제일 하고 싶은건 요리다.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웬만한 건 다 할 줄 안다"고 여러 분야에서의 활약에 자신감을 보였다.

끝으로 이봉근은 '소리꾼'에 대해 "아름답고 예쁜 영화다. 부모님과 자식이 오셔서 나가실 땐 손을 잡고 가시면 좋겠다. 감독님이 항상 '가족의 복원'이라는 메시지를 말씀하신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라며 "최근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런 것에 지친 분들이 힐링하는 마음으로 보셔도 좋을 것 같다. 그 안에 소소한 재미들도 하나씩 찾아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리꾼'은 오는 7월 1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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