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특급에 출연을 예고한 강동원. 스브스뉴스 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예능 트렌드 변화와 함께 홍보를 위해 인기 프로그램을 찾는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예정보프로그램이나 홍보 코멘트가 가능한 각 방송사의 토크쇼 형식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에서 벗어나 유튜브, 인기 예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최근 배우 유아인의 출연으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예능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먼 배우이기도 하지만, 결코 방송을 통해 개인적인 공간을 공개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배우이기도 해서다.

유아인의 이같은 결심은 지난 24일 개봉한 새 영화 '#살아있다' 홍보의 일환이었다. 그는 영화 개봉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제가 먼저 말을 던졌다. 촬영 중에 '이런 영화에 이런 캐릭터면 예능에도 출연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영화 성격상 '나 혼자 산다'가 적절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서 프로그램 쪽에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 나 혼자 산다 유아인. 제공ㅣMBC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침체된 상황에서 '#살아있다'가 기대작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유아인의 '나 혼자 산다' 출연 화제성도 영화 홍보에 혁혁한 공을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살아있다'는 개봉 첫날 약 20만명, 이튿날 약 15만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35만명을 돌파했다. 무려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홍보를 위한 이례적인 행보는 7월 15일 개봉을 앞둔 '반도'의 강동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 출연을 확정, 출연 소식만으로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했다. '반도'가 올 여름 블록버스터 대장주이자 극장가의 구원투수로 꼽히는 만큼, 강동원마저 이끈 유튜브의 대세 행보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정형화된, 그렇지만 안전한 노출을 선호하던 배우들도 차츰 친근하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추세다. 대다수의 인기 예능 역시 스타들의 스타성보다는 일상에서의 친근한 매력을 보여주자는 기획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더불어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홍보 트렌드의 무게 중심도 TV에서 유튜브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명하다는 아무 유튜버와 함께하기엔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 그래서 요즘엔 그중에서 제일 안전해보이는 문명특급이 대장주로 떠올랐다.

SBS의 뉴미디어 부문 서비스인 스브스뉴스, 그 안에서 뜨거운 반응으로 독립 채널을 꾸린 문명특급은 최근 엔터계에서 각광받는 홍보 창구다. 유튜브에서 '한밤의TV연예'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셈이다. 공인된 지상파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이기에 프로그램의 퀄리티와 진행력이 보장될 뿐 아니라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의 여지를 걸러낼 확률도 높다. 유튜브 채널의 장점인 가벼운 톤으로 어필할 수 있어 방송보다 부담도 적다. 특히 기존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듯 영화 홍보 인터뷰를 하던 것과는 달리, 자극적이고 부담스러운 질문을 배제하고 일대일 맞춤형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문명특급에 출연한 신혜선과 전도연. 출처ㅣ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트렌드에 유독 빠른 가요계에서는 일찌감치 눈치채고 다수의 아이돌들이 문명특급을 거쳐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영화 홍보를 위해 문을 두드리는 배우들이 늘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전도연 정우성을 비롯해 최근 '결백'의 신혜선도 문명특급에서 친근한 매력을 뽐내며 화제를 모았다. 한 컷이라도 웃기기만 하면 수명 없이 '짤'로 무한 증식하는 온라인 바이럴은 덤이다.

여러 홍보 담당자들은 "각 방송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면서 홍보 창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더 화제성 있고, 특별한 뭔가를 해야할 것 같아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에 드물게 얼굴을 비추는 배우들이 토크형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예능 홍보 바이블이었다. 타이밍을 엿보다 AI처럼 영화 줄거리를 줄줄 읊고 "꼭 보러 와주세요"라고 호소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예능 프로그램도 요즘엔 시청률 2~4%에 그쳐 사실상 출연 효과가 없다시피하고, 배우들 역시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 영화나 드라마 홍보는 더욱 선택지가 좁아졌다고 한다.

▲ 아는 형님에 출연한 영화 '소리꾼' 이유리, 이봉근. 출처ㅣ리틀빅픽쳐스

요즘 트렌드는 배우들에게 '작품 얘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아도 좋다. 일단 인기 예능에 나가자'는 분위기다. 방송 출연이 드문 배우가 등장해 해당 프로그램 포맷에 맞춰 웃고 즐기는 모습만 노출이 되더라도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개봉과 방송을 앞둔 영화와 드라마 소식이 전해질 수 있어서다. 예능을 통해 배우를 향한 호감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출연 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판단이다.

출연자들도 이 편이 부담이 훨씬 적다. 포맷에 따르기만 하면 되니 훨씬 자연스러운 매력이 드러난다. 최근에는 배우들도 게임만 하면 되는 SBS '런닝맨'이나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을 선호하고, 좀 더 적극적인 예능형 퍼포먼스가 가능하다면 JTBC '아는형님'에 나가고 싶어한다는 귀띔이다.

이제는 어느 팀이 남들보다 1cm 더 파격적인 홍보를 택해 온·오프라인 화제성을 싹쓸이하면, 그 방식이 곧 대세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당분간은 인기 유튜브 채널, 포맷이 확실한 게임형 인기 예능들이 홍보 창구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다만 작품과도 어느 정도 결이 맞아야 하고, 가급적 이미 누군가 '빵' 터트렸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판에서 남다른 화제몰이를 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은 홍보 담당자들의 치열한 고뇌과 함께 이같은 트렌드도 조만간 새로운 프로그램과 채널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