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김수영과 조윤호가 KBS2 '개그콘서트'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소현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겁니다."

지난 26일 방송을 끝으로 KBS2 '개그콘서트'가 시청자와 작별했다. '개그콘서트'에서 '라스트 헬스보이'와 '아빠와 아들' 등으로 사랑받으며 마지막 녹화까지 자리를 지킨 개그맨 김수영과 과거 '깐죽거리 잔혹사'에서 '당황하지 말고 ~을 빡! 끝!' 등 유행어로 사랑받았던 조윤호에게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시간이다. 

마지막 녹화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물을 보였던 김수영은 "'개그콘서트'가 종영한다는 낌새는 있었지만, 종영 소식에 놀랐다. 항상 무대를 사랑하고 좋아했다. 모두가 꿈꿨던 '꿈의 무대'였기에 믿기지도 않았다. 없어지더라도 다시 무대에 올라갈 것만 같은 느낌"이라며 마지막 방송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마지막 녹화 때 '울지말자'란 생각만 했었다. 출근길에 문을 여는데 뭐든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처음 입사해서 막내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무대 '슛'하고 들어오는데도 나갈 수가 없었다. 눈물이 계속 나서 선배들이 그만 울라고도 했었다. 진짜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없어졌다"고 애틋해했다. 

이어 "나에게 '개그콘서트'는 곧 메이저리그였다. '개그콘서트'는 내가 가장 서고 싶은 메이저리그였다. 마지막이라곤 하지만 코미디는 죽지 않고 언젠가 돌아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름과 포맷은 바뀌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무대에 서리라 생각한다. 나의 '친구'와의 잠깐의 작별이라고 본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 개그맨 조윤호. ⓒ박소현 기자

조윤호는 '개그콘서트'에 6년 만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개그콘서트'에서 새 코너를 선보일 예정이었기에 '개그콘서트'의 종영은 더욱 아쉽다. 그는 김대희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오나미 등과 함께 새로운 코너를 준비, '개그콘서트' 자체 심사에서 통과를 한 상태였다. 

조윤호는 "단체 대화방에서 우리 녹화 시작 전에 미리 미리 짜놓자고 그런 이야기도 하면서, 다음에는 어떤걸 해야하나 이야기도 했었다.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고 녹화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새 코너를 하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개그콘서트'가 없어진단 소식에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개그콘서트'는 내겐 학교같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처음 입학했을 때의 설렘부터, 차근차근 학년이 올라가면서 선배에게 도움받고 내가 또 후배를 챙기고…. 졸업할 쯤이면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하는 그런 공간이었다. 정말 영원한 건 없는 것 같다. 또 새로운 게 나타나지 않을까"며 비로소 맞이한 '졸업식'에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개그콘서트' 안에서 KBS 공채개그맨 선후배들은 참 끈끈했다. '개그콘서트'가 점점 쇠락기를 걸을 때 '개그콘서트'로 돌아와 자리를 지킨 것도 '개그콘서트'가 낳은 초창기 인기 개그맨들이다. 

조윤호는 "처음에는 선후배관계가 단단한 곳이다보니 눈치가 보이기도 했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선배들이 노는 후배를 참 많이 챙겨주곤 했다. 월급이 아니라 출연을 해야 출연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 지나가는 역할로라도 선배들이 생각하고 써주곤 했다"며 "나도 후배들을 더 챙겨줬다면 좋았을텐데 돕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고, 과거 선배들에게 참 고맙다"고 말했다. 

신인이었던 조윤호를 챙겨줬던 이들은 김준호 김대희 김병만 이런 선배들이다. 그는 "김대희나 김준호와 김병만 윤성호 정명훈 등이 '개그전사 300'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이끌면서 신인들에게 기회를 줬다. 주말에도 나와서 우리가 짠 개그를 검사해주곤 했었다. 긴장도 했지만 참 재밌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면, 화면에 조금이나마 얼굴이 더 보이려고 서로 지그재그로 서있거나, 얼굴을 괜히 더 들이밀기도 했다.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갈고 닦은 뒤에야 개그맨이 됐기에 '개그콘서트' 무대가 더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시간을 거쳐 그는 '꺾기도'와 '깐죽거리 잔혹사' 등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김수영도 좋은 선배들과의 만남에 공감했다. 김수영은 "나는 운이 많이 작용했다. 조윤호 말처럼 쉬고 있으면 끌어주고 스타를 만들어주려고 같이 하는 선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개그콘서트' 지방 공연의 기억은 아직도 이들에게 생생하다. 김수영은 "지방공연에서 '아빠와 아들' 시그널 음악이 흘러 나오면 환호가 엄청났다. '우리 장난 아니겠지?'라고 기대하면, 정말 '와!'하고 소리가 들렸었다"고 말했다. 
▲ 개그맨 김수영. ⓒ박소현 기자

다만 김수영이 느끼기에 지금의 '개그콘서트'는 분명 휴식기가 필요했던 것 같단다. 그는 "지금은 조금 다들 지쳐있는 느낌을 받았다. 풍선이 빵빵해야하는데 바람이 빠진 느낌이랄까. 일종의 휴식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누군가 새벽에 남가 개그를 짜는 모습에 서로 더 자극돼서 준비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열정이 있는 개그맨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많이 소진된 이들도 있는 것 같다. 또 그런 분위기를 함께 해줄 선배들이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대신에 '개그콘서트'를 많이 떠나기도 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조윤호도 "예전에는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혹은 코미디 영화만 웃음을 줬지만 이제는 유튜브로 더 자극적이고 날 것을 많이 볼 수 있어 '개그콘서트'가 자칫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공영방송이다보니 비하나 차별 이런 부분을 웃음의 소재로 삼지 않게 조심하며 준비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유튜브식 개그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나, 이런 저런 검열의 과정을 거치며 '개그콘서트'가 경쟁력을 잃고, 기존 개그맨들도 많이 힘이 빠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개그맨 김수영과 조윤호가 KBS2 '개그콘서트'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소현 기자

그렇지만 두 사람은 다시 '개그콘서트'가 어떤 식으로건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다. '개그콘서트'라는 이름이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어도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언젠가는 느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김수영은 "유튜브식 몰래카메라도 한계가 있고, 고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개그콘서트'식 코미디에 다소 질린 면도 있었을 것 같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힙합에서 트로트로 대세가 넘어가지 않았나. 요즘은 트로트를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모든 세대가 좋아한다. '개그콘서트'도 트로트처럼 다시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개그콘서트' 종영 후 김수영과 조윤호는 유튜브에 개설한 코미디 채널 '삼촌과 조카'를 통해 계속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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