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오승환이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통산 280세이브를 달성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듯한 ‘돌부처’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있었다. 짧은 머리카락 역시 주뼛주뼛 선 채였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38)이 KBO리그에서 또 하나의 뜻깊은 이정표를 남겼다. 오승환은 2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4로 앞선 10회말 구원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KBO리그 역대 최초로 통산 280세이브를 달성했다.

경기 후 만난 끝판대장은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승환은 ”280세이브라고 굳이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오늘 팀에서 첫 블론세이브가 나왔는데 패배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KBO리그로 복귀하고 나서 오늘 공이 가장 좋았다. 컨디션도 괜찮았고, 볼 궤적도 좋았다. 앞으로 경기를 더 치르다 보면, 구위는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이날 오승환은 6-4로 앞선 10회 등판해 세 타자를 깔끔하게 요리했다. 선두타자 전준우와 후속타자 김동한을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 땅볼로 처리한 뒤 마지막 타자 딕슨 마차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151㎞. 끝판대장의 컨디션이 점점 최고조로 올라가고 있음을 증명한 호투였다.

직구 최고구속 이야기를 들은 오승환은 ”구속은 더 나와야 한다. 사실 주위에서 나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운동을 충분히 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오승환은 복귀 시리즈였던 9~10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정타를 여러 차례 허용했지만,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올 시즌 7경기 성적은 1승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57이다.

한편 이날 관심을 모은 ‘동갑내기 라이벌’ 오승환과 이대호의 투타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승환은 이날 중심타선을 상대했지만, 롯데 4번타자로 나온 이대호가 8회 대주자 김동한으로 교체되면서 재회가 불발됐다.

▲ 롯데 이대호(왼쪽)와 삼성 오승환. ⓒ롯데 자이언츠, 한희재 기자
1982년생 황금세대를 이루는 오승환과 이대호는 그간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숱한 맞대결을 펼쳤다. 역대 전적은 이대호의 우위. 28타석 27타수 9안타 타율 0.333 3홈런 9삼진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달 복귀 인터뷰에서 ”이대호를 상대해보고 싶다“던 오승환은 ”이대호와는 경기 전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사실 경기에선 (이)대호는 만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멋쩍게 웃었다. 친구로서, 또 상대 중심타자로서 상대하는 일이 조금은 껄끄럽다는 솔직한 마음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끝으로 오승환은 ”오늘 5할 승률(23승23패)로 복귀했다. 현재 덕아웃 분위기가 너무 좋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삼성이 잘했던 시절 못지않다“면서 ”6위를 하려고 야구 하는 건 아니다. 앞으로 팀이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뛰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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