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투수 이영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노윤주 기자] "아,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키움 히어로즈 투수 이영준(29)은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 전 브리핑에서 감독님이 경기전 자신을 언급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놀랐다. 

손혁 키움 감독은 이날 이영준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영준이 최근 투구폼을 고쳤다고 설명하며 "안정적으로 킥을 하면서 좋은 제구가 더 안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2014년 kt 위즈에 입단한 뒤 방출됐던 이영준은 2017년 히어로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지난해 29경기에서 1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 빨라진 구속까지 자랑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이영준은 올해 필승조로 발탁됐으나 지난달 11경기에서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7.56으로 흔들렸다.

그를 지켜본 '투구 전문가' 손 감독은 이영준에게 투구폼을 고쳐보자고 제안했다. 이영준은 "지난해부터 투구폼 교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손 감독님이 고치는 게 어떻냐고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폼이라 그냥 생각해본다고만 답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도 투구폼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바꾸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투구폼을 바꾸기 전 왼쪽 킥을 할 때 뒤꿈치를 뗐다가 반동을 주며 킥을 했다. 이제는 반동을 없애고 발을 바로 드는 것으로 바꿨다. 손 감독은 "주자가 나가 있을 때 영준이가 세게 던지면 몸도 많이 들리고 높은 공이 형성이 되길래 투구폼 교정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일단 만족이다. 이영준은 "지난달과 비교해서 (교정 후) 스피드도 올라오고 제구도 잘된다"고 투구폼 교정 효과를 밝혔다. 기록 상으로도 이달 들어 10경기에서 4홀드 평균자책점 3.12로 지난달 성적에 비해 훨씬 안정감 있게 변했다.

사실 투수에게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온 투구폼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본인도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했지만 그 말 속엔 단단함이 느껴졌고, 손 감독의 '더 좋아질 것 같다'는 믿음을 전해 들었을 때는 눈이 반짝였다. 이영준은 "투구폼 바꾼 것에 만족한다.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기는 하지만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준이 구위를 되찾는다면 키움은 공이 빠르면서도 위력적인 왼손 불펜투수를 장착하며 뒷문을 단단히 할 수 있다. 손 감독이 가장 원하는 불펜 구성 퍼즐에는 안정적인 피칭을 하는 이영준이 있다.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투수 이영준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고척,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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