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성곤이 27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활짝 웃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삼성 라이온즈 이성곤(28)은 2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홈런포를 때려내고 동료들로부터 격한 축하를 받았다.

이성곤은 이날 경기에서 부상으로 빠진 박계범을 대신해 1회말 수비부터 1루수로 교체 투입됐다. 이어 3회 첫 타석에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0-0으로 맞선 6회 댄 스트레일리의 시속 137㎞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6-4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이성곤은 “(첫 홈런까지) 참 오래 걸렸다. 2군에서 뛸 때부터 한 번쯤 상상했던 순간이었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홈런을 쳐서 더 기쁘고, 팀이 이겨서 더 좋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솔직히 ‘명색이 야구선수인데, 1군 선수로도 뛰었는데 홈런 하나도 못 치고 은퇴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첫 홈런을 때려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 동료들은 이성곤의 홈런 직후 일부러 딴청을 피우다가 6회 공격이 끝나고서야 이성곤에게 격한 축하를 건넸다. 이성곤은 “내가 첫 홈런이 오래 걸려서 세리머니도 오래 걸렸다”고 웃고는 “사실 동료들이 더 많이 축하해줬다. 선배들도 나를 꼭 껴안아 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 이성곤-이순철 부자. ⓒ고봉준 기자, 한희재 기자
해태 타이거즈에서 강타자로 활약했던 이순철(59) 전 LG 트윈스 감독의 아들로 먼저 이름을 알렸던 이성곤은 2014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로 데뷔했다. 이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8년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성곤은 “어려운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도 예년보다 타석으로 많이 들어가면서 적응력이 높아졌다. 퓨처스리그에서도 계속 준비했다”고 첫 홈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했다.

아버지와 얽힌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이성곤은 “어제 아버지와 통화는 하지 못했고, 문자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아버지께선 축하한다고 말씀하셨다. 첫 홈런도 중요하지만, 이 감각을 잘 이어가라고도 하셨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아버지와 더 닮아간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멋쩍은 웃음도 지어 보였다. 이성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아버지를 더 닮아간다’고 한다. 그 점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듯하다”면서 “외모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성격과 키는 외탁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 ‘독설가’로 유명한 아버지의 키가 173㎝로 크지 않은 반면, 유순한 성격을 지닌 본인의 키는 186㎝라는 점을 재치 있게 표현한 아들이었다.

끝으로 이성곤은 “어제 홈런을 쳤지만, 아직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앞으로의 각오를 대신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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