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성곤(왼쪽)과 2015프리미어12 국가대표 코치 시절의 이순철. ⓒ고봉준 기자, 한희재 기자
-삼성 이성곤, 26~27일 롯데전 맹활약
-이순철 “다른 야구인 2세 보며 남모를 부러움”
-“이번 활약 발판삼아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맞대결이 열린 26~27일 사직구장에선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바로 삼성 내야수 이성곤(28)이었다. 이성곤은 26일 1차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빠진 박계범을 대신해 1회말 대수비로 투입됐는데 이 경기에서 6회초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을 때려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둘째 날 5번 1루수로 선발출장한 이성곤은 0-0으로 맞선 2회초 결승 솔로홈런을 다시 한 번 때려냈다. 이어 적시타와 2루타도 추가하며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틀간 계속된 이성곤의 맹타를 흐뭇하게 지켜본 이가 있었다. 바로 이순철(59) SBS 해설위원이었다. 이 위원은 28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들이 7년간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뜻깊은 홈런을 기록해서 기쁘다. 이 감각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오래 유지하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1985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1998년 삼성에서 은퇴한 이 위원은 천부적인 타격 감각과 타고난 수비 센스를 자랑했다. 통산 1388경기 성적은 타율 0.262 1252안타 145홈런 612타점 768득점. 또, KBO리그 최초로 내야수와 외야수로서 각각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 삼성 이성곤이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1992년 이 위원의 외아들로 태어난 이성곤은 이처럼 전설적인 선수로 활약한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그늘 아래서 묵묵히 땀을 흘렸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4년 두산 베어스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고 데뷔했지만, 1군에선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8년 삼성으로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위원은 “아들의 경우 체격 조건(신장 186㎝·체중 93㎏)과 방망이는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력이었다. 기본기가 부족했고, 포지션을 몇 차례 바꾸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이)성곤이가 처음에는 내야수로 입단했지만, 외야수로 전향하고 다시 내야수로 돌아오면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수비력 문제로 주전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던 이성곤은 이번 롯데전 활약으로 뜻깊은 신호탄을 쐈다. 바로 ‘야구인 2세’ 열풍 대열로 당당하게 들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이 위원과 해태에서 함께 활약했던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와 박철우 두산 2군 감독의 아들들인 이정후와 박세혁은 현재 1군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 위원은 “사실 다른 야구인 2세들을 보면서 부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힘든 이는 역시 아들이다. 다른 또래들을 보면서 마음을 많이 삭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서 야구를 했던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안다. 그래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틀 내리 활약한 이성곤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아버지를 더 닮아간다’고 한다. 그 점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듯하다. 이처럼 외모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성격과 키는 외탁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 ‘독설가’로 유명한 아버지의 키가 173㎝로 크지 않은 반면, 유순한 성격을 지닌 본인의 키는 186㎝라는 점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이 위원은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정말 외모만 닮았다. 덩치는 물론 플레이 스타일 모두 다르다. 심지어 나는 우타자였는데 아들은 좌타자이지 않느냐”고 웃고는 “초등학교 시절 본인이 좋아서 야구를 시작한 아들이 프로에서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고 본다. 7년간 고생한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인생이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뛰기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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