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문규현 2군 수비코치가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화, 고봉준 기자
-지도자로 변신한 롯데 문규현 2군 수비코치
-2016년 KBO리그 최초 이틀 연속 끝내기
-“롯데에서 받은 사랑, 지도자로서 보답해야죠”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 문규현(37)은 ‘평범함’을 무기로 싸웠던 선수였다. 어느 하나 튀는 곳은 없었지만,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기 몫을 다했던, 주연보다 빛난 조연이었다.

2002년 8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104명중 86번째 순번으로 입단해 타자 전향과 개명, 방출 위기 등을 거치며 18년의 세월을 버틴 문규현은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롯데 2군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로서 새 발걸음을 내디뎠다.

최근 롯데의 퓨처스리그 SK 와이번스 원정경기가 있던 인천 강화군 SK퓨처스파크에서 만난 문 코치는 “2군 경기장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현역 때보다 살이 많이 탔다”며 멋쩍게 첫인사를 건넸다.

이어 “현재 수비코치와 3루 주루코치를 함께 맡고 있다. 모든 일이 처음이라 서툴기는 하지만, 주위 코칭스태프의 도움으로 적응해나가고 있다”면서 “사실 선수 시절에는 ‘내 몫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코치는 나는 물론 선수들까지 모두 챙겨야 해서 손이 두 배로 가더라. 그래도 롯데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후배들이 많아 즐겁다”고 웃었다.

롯데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군산초와 군산남중, 군산상고를 나온 문 코치는 2002년 데뷔 후 거친 풍파를 겪었다. 투구보다 타격에서 재능을 발견한 당시 코칭스태프의 권유로 입단 직후 타자로 전향했고, 더 나은 현역 생활을 꿈꾸며 이름도 문재화에서 문규현으로 바꿨다.

▲ 현역 시절의 문규현 코치. ⓒ롯데 자이언츠
어렵게 첫발을 디딘 문 코치는 기대와 달리 타자로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폭발적인 장타력이나 눈을 사로잡는 수비력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언제나 성실히 임하는 자세로 롯데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물론 임팩트도 있었다. 대표적인 장면은 2016년 6월 28~29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문규현은 이 시리즈에서 이틀 연속 끝내기를 때려내면서 데뷔 후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이틀 연속 끝내기 타자의 탄생이었다.

이처럼 2010년대 내내 롯데 내야를 든든하게 책임졌던 문규현은 지난해 은퇴를 발표했다. 많은 이들은 주연만큼 인상적이었던 ‘신스틸러’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문 코치는 “사실 내 실력과 비교해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개인적으로 뜻깊은 부분은 롯데에서 데뷔해 롯데에서 은퇴했다는 점이다. 그간 많은 선수들이 롯데를 거쳐 갔지만, 처음과 끝 모두를 롯데와 함께한 이들은 많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 문규현 코치가 2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강화, 고봉준 기자
올해부터 지도자로 변신한 문 코치는 소통을 통해 후배들과 간격을 좁히려고 하고 있다.

문 코치는 “처음에는 선수들이 나를 선배 대하듯 어려워했다. 궁금증이 있어도 물어보지 못하고, 주뼛거리기만 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안고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 마음을 고쳤다. 대신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줘야 하는 만큼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지도자로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롯데는 지난해 내야진이 무너지면서 어려운 시즌은 보내야 했다. 현역 말미 이를 지켜본 뒤 은퇴한 문 코치로선 책임감이 더욱 무겁다.

문 코치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테다. 그래도 올 시즌 새로 영입한 딕슨 마차도와 안치홍이 너무나도 잘 해주고 있고, 1군 박종호 수석코치님께서도 중심을 잘 잡아주시면서 틀이 잡히고 있다”면서 “나 역시 2군에서 뒷받침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롯데 선수로서 받은 사랑을 이제 지도자로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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