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영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못하는데 (감독님이) 그냥 지나가면 뻘쭘하잖아요."

두산 베어스 이영하(23)는 올해 답답한 시즌을 보냈다. 스스로 "어딘가 갇혀 있다가 꺼내진 기분"이라고 할 정도였다. 지난해는 29경기, 17승4패, 163⅓이닝, 평균자책점 3.64로 성공적인 선발 풀타임 첫 시즌을 보냈는데, 올해는 10경기에서 2승4패, 54⅔이닝, 평균자책점 5.76에 그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흔들리는 이영하를 붙잡고 끌고 갔다. 훈련할 때 지나가며 한마디씩 툭툭 건네고, 투수 코치 대신 마운드를 직접 방문해 다독였다. 지난달 25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뒤에는 따로 불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영하는 "첫 등판 때 승리를 따낸 뒤로 계속 더 잘해야지 하다 보니까 생각이 많아졌는데, 감독님께서 편하게 하라고 해주셨다. 스스로는 이 정도 못 던졌으면 2군에 가겠거니 했다. 감독님께서 못해도 되니까 자신 있게 열심히만 던지라고 해주셔서 밸런스 찾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안 좋아도 챙겨주려 하셨다. 캐치볼 하면서 운동할 때 마주치면 가끔 이유 없이 혼내기도 하시고, 어떨 때는 농담을 해주셨다. 못 할 때 (감독님이) 그냥 지나가면 뻘쭘하다. 그런 것 하나하나 신경 써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덕분에 이영하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1실점 투구로 14-5 승리에 기여해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지난 5월 6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9경기, 약 2개월 만에 챙긴 승리였다. 

그동안 도움을 주려고 한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영하는 "코치님들께서 가장 많이 신경 써주셨다. 아무래도 지난해 많이 던졌고, 그래서 트레이닝 파트에서 걱정이 많았다. 스스로도 많이 신경 써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잘하길 바라는 것 같아서 지난해처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8경기 동안 승리가 없고, 내용도 안 좋으면서 어디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야구 생각만 나고 던지고 내려오면서 처음으로 속이 후련한 기분이 있었다. 형들이 경기 전에 좋은 말 많이 해주시고, 점수도 많이 내줘서 편하게 던졌다. 형들에게도 고맙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이야기했다. 이영하는 "기존에 직구, 슬라이더, 커터에 포크볼을 가끔 던졌는데, 이 정도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커브를 연습하고 늘려서 던졌다. 그런데 계속 안 좋은 결과가 나왔고, 기존에 잘 던지던 직구와 커터에도 영향이 생겼다. 커브를 던지니 투구 폼도 바뀌는 것 같고, 커브 던질 때는 상관이 없는데 다음 공을 던질 때 영향이 있었다. 그래서 안 던질 수는 없어도 비율을 많이 줄이고 기존 좋았던 것으로 던지자고 방향을 바꿨다. (박)세혁이 형, (정)상호 선배랑 진짜 고민 많이 했다. 포수 미트로 사인대로 정확히 던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으로서 마음가짐도 이야기했다. 이영하는 지난 1월 결혼하면서 생긴 책임감도 꽤 무거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보니까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해보다 안 풀리고, 안 좋은 말을 많이 들어 마음이 안 좋았다. 못하면 어느 선수나 안 좋은 얘기는 들을 수 있고,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족 걱정이 많이 됐다. 앞으로는 좋은 말만 들을 수 있게 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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