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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A-스토리]김태영-②한국인 EPL 1호? 그때 뉴캐슬에 갔다면…

박주성 기자, 이성필 기자 jspark@spotvnews.co.kr 2020년 07월 04일 토요일

▲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김태영 ⓒ대한축구협회

(편집자 주)축구팬들에게는 각자 기억하는 축구대표팀의 명경기가 있습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나선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박창선이 넣은 골부터 모두가 잊지 못하는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안정환의 헤더 골든골,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에서 '해버지'로 불리는 박지성이 수비수의 볼을 가로채 골을 넣고 보여준 풍자 돌리기 세리머니까지 다양합니다. 스포티비뉴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3월부터 멈춘 축구대표팀의 과거 경기들을 회상하며, 직접 뛰었던 이들의 무용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기억속의 명경기, 내가 좋아했던 전설의 회상까지 한 번에 느껴보시죠.

<①에서 계속…>

EPL 한국인 1, 박지성이 아니라 김태영이었다면

당장 가서 그 마스크맨을 찾아와!” -당시 바비 롭슨 뉴캐슬 유나이티드 감독-

[스포티비뉴스=천안, 박주성 기자 이성필 기자] 김태영은 한국인 최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호 선수가 될 뻔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함께하며 주전으로 맹활약한 김태영은 대회가 끝난 후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인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그를 원한다는 소식이었다. 명장 바비 롭슨 감독이 지휘하고 있어 충분히 가도 됐다. 서른셋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그의 능력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K리그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지금이라면 '대승적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선수의 해외 이적을 적극적으로 도왔겠지만 당시 그의 소속팀 전남 드래곤즈는 김태영을 보내지 않았다. 팀의 레전드인 김태영을 다른 팀으로 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김태영은 전남에 남았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김태영 감독은 당시 제안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당시 에이전트 통해서 영국의 뉴캐슬 이야기가 나왔어요. 전남에서는 안 된다고 했죠. 구단에서는 여기 레전드니까 여기서 팀의 일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 당시 진출했다면 프리미어리그 1호였을텐데. 뉴캐슬 이적이 성사 됐다면 좋았겠지만 안 됐으니 어쩔 수 없죠. 선수 생활의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이었습니다. 구단에서는 여기서 계속 하자고 말했고, 저도 이회택 감독님에게 그렇게 하시죠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전남에서 마지막까지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김태영 감독은 한 팀에 오래 남기보다는 다양한 도전을 하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전남에서만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오랜 시간 뛴 경험에서 나온 진정한 조언이었다.

구단의 레전드로 한 팀에 장기적으로 있는 것도 좋죠. 그 팀의 역사가 되고, 기록에 남고. 하지만 전 선수들에게 꼭 그렇게 하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본인이 기량이 되고, 어느 팀에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적을 해 그 팀에서 노력하길 바랍니다. 실력이 있어서 울산 현대, 전북 현대 같은 강팀에서 필요한 선수가 된다면 가는 거죠. 가서 경쟁하고 더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전 선수들에게 그런 걸 원합니다.”

당시 김태영이 뉴캐슬 유니폼을 입었다면 어땠을까? 김태영 감독에게 당시에 이적이 성사됐다면 어떤 모습이 그려졌을지 상상을 부탁했다. 김태영 감독은 옅은 미소를 띠우며 겸손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3-4년 뛰었을까요? 그건 나이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기성용이나 지동원을 보면 뉴캐슬이나 선덜랜드에 있었는데 거의 1-2년 정도 버팁니다. 아마 그 정도였을 것 같아요. 어렵지 않았을까요? 조금 더 젊었을 때 간다면 현지 적응도 하고 피지컬 회복 속도도 빨라서 적응하기가 더 쉬웠을텐데 나이가 들어서 간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실력이나 경험은 있겠지만 나머지 외적인 부분이 힘들었을 같아요.”

어느덧 쉰을 넘긴 김태영 감독은 인생은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2002 한일 월드컵의 기적과 뉴캐슬 이적 무산처럼.

인생 살다보면 모든 걸 얻을 수 없잖아요? 모든 걸 가질 수 없죠. 그건 내 것이 아닌 거라고 생각해요. 인정을 해야 하죠. 지금은 우리 천안 선수들하고 함께 하면서 뭔가 얻어야 할 건 얻고, 그런 게 인생의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욕심 부린다고 다 되지 않아요.”

▲ 김민재와 김태영 감독(오른쪽) ⓒ곽혜미 기자, 천안시축구단

김태영이 바라본 특급 수비수 김민재

김태영은 센터백과 왼쪽 풀백까지 수비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오른발 잡이였던 그는 엄청난 연습으로 왼발 능력을 향상시켰다. 그렇게 피나는 노력이 있어 김태영은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축이 될 수 있었다. 김태영과 홍명보, 최진철의 단단한 스리백이 없었다면 4강 신화는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한국의 수비 전설이 본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어떨까. 지금 대표팀에서 어떤 선수가 돋보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김태영 감독은 바로 김민재를 언급했다.

예전에 김민재가 뜨기 전부터 봤는데 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전북 들어가기 전부터 핫한 선수라고 하더군요. 김민재가 전북에 가서 하는 것보고 이 선수는 피지컬, 패스 능력뿐만 아니라 제공권, 스피드까지 두루 갖춘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선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요. 같은 수비로서 참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현재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 소속인 김민재는 토트넘 홋스퍼, 아스널, 왓포드, 에버턴, 포르투, 에인트호벤, 라치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구단들과 연결되고 있다. 2003년 뉴캐슬 이적을 이루지 못했던 김태영은 최근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다양한 구단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김민재의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해외 진출이 될까요?) 그것도 운명이죠. 이적을 하냐, 못하냐는 운명인데 개인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어느 팀에 가든지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재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워낙 성실하고 인성적으로 괜찮은 선수잖아요? 체격 조건이나 스피드가 되니까 프리미어리그에 간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축구 선수로서 도전할 수 있을 때 도전하는 게 맞아요. 좋은 쪽으로 길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영 감독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져봤다. 지금까지 역대 한국 수비수 중 김민재는 어느 수준의 선수일까. 그런데 김태영 감독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을 꺼냈다.

우리 선배들보다 낫죠. 우리 세대 때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봐도 실력적으로 인정된 선수에요. 인정해 줄 건 해줘야죠. 그 대신 승부욕은 모르겠어요. 승부욕은 우리 세대 선수들이 조금 더 앞서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 나이 먹어서도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그만큼 승부욕이 뼛속 깊이 박혀있어요. 그 부분은 김민재 선수가 아주 조금 모자랄 것 같아요. 다른 부분은 다 월등하죠.”

▲ 손흥민과 박지성(오른쪽)

한 번 더 곤란한 질문을 꺼냈다. 바로 축구 팬들의 영원한 난제 손박대전이다. 김태영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을 포함해 대표팀에서 박지성과 함께 뛰며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의 능력을 확인한 사람이다. 함께했던 박지성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김태영 감독은 평화주의자였다.

전 일대일입니다. ()지성이가 프리미어리그 맨유 있을 때 동양인, 한국인으로서 경기 볼 때마다 뿌듯했어요. 저렇게 잘했구나. 지금도 봐도 잘했어요. 현재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 보면 결정력뿐만 아니라 갈수록 일취월장 한다는 느낌이에요. 비록 시대가 다르지만 두 선수 모두 정상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누가 더 낫냐, 못 하냐 할 수 없죠. 솔직히 둘 다 정상이에요. 현재 팬들은 손흥민이라고 하겠지만 과거 박지성도 맨유에서 손흥민처럼 했어요. 시대의 흐름이 다를 뿐이지 둘 다 엄청난 선수에요. 팬분들도 논쟁하지 마시고 두 선수 모두 인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선수가 서운할 것 같아요. (박지성은 손흥민이 더 낫다고 말하는데?) 본인이 그렇게 말해야죠. ()흥민이는 또 지성이 형이 훌륭하다고 할 거에요. 그게 정상에 선 훌륭한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멘트에요. 내가 더 낫다고 말하는 건 쓰레기죠.”

2002 월드컵은 어느새 18년 전 일이 됐다. 당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태극전사들은 이제 저마다의 분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축구 지도자와 행정가, 예상치 못했던 예능까지 2002 영웅들은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김태영 감독은 당시 동료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편에 계속>

스포티비뉴스=천안박주성 기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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