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는 류현진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라이브볼 시대의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기록 중 하나가 바로 밥 깁슨이 1968년 기록한 평균자책점 1.12다. 당시 세인트루이스 소속이었던 깁슨은 34경기에서 무려 304⅔이닝을 던지며 22승을 따내는 동시에 이 평균자책점을 만들었다.

지나친 투고타저에 MLB는 바로 움직였다. 이듬해인 1969년 마운드 높이를 낮추고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했다. 그 결과 이제는 1.12는커녕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우는 선수조차 찾기 힘든 시대가 됐다. 다만 올해는 다를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종전 162경기에서 60경기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표본이 줄어들어 평균자책점의 경우 이상 기록이 나올 가능성이 조금 더 커졌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특정 60경기 기간 깁슨의 1.12보다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사례는 2002년 이후에만 10번이나 있었다. 실제 2015년 8~9월의 제이크 아리에타(필라델피아·당시 시카고 컵스)는 0.4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사이영상을 향해 달려갔다. 지난해에도 8~9월 기간 중 잭 플라허티(세인트루이스)가 0.77의 평균자책점으로 질주했다.

그렇다면 올해도 60경기 기간에서 1.12 이하의 평균자책점이 나올 수 있을까. ‘팬그래프’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류현진(33·토론토)이 MLB 역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을 0.67%로 분석했다. 올 시즌 예상 평균자책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놓은 수치다. 

실낱같은 희망이라고 볼 수 있지만, 0.67% 자체도 대단한 수치다. 류현진은 이 부문에서 리그 전체 16번째였다.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 맥스 슈어저(워싱턴)라고 해봐야 2.26%에 불과하다. 1% 이상 가능성을 가진 선수는 슈어저와 게릿 콜(뉴욕 양키스·1.86%),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1.69%)을 포함해 7명밖에 없었다.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높았다. 아시아 선수 중 2위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는 0.48%, 3위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는 0.21%, 4위 마에다 겐타(미네소타)는 0.15%였다. 기쿠치 유세이(시애틀)의 확률은 0.04%로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니 류현진의 고평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규정이닝이 60이닝이라 짧은 기간 절정의 컨디션을 발휘하면 이변이 나온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불꽃을 태울 수도 있다. 반대로 한 경기에서만 대량실점해도 평균자책점을 만회할 기회가 줄기 때문에 여전히 1점대 평균자책점은 쉽지 않은 과제다. 지난해 중반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경험이 있는 류현진이 올해는 어떤 그래프를 그릴지도 관심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