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가 시즌 첫 고비를 맞이한 가운데 류중일 감독이 내놓을 해결책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시즌을 치르다보면 좋은 시기도,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다만 강팀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시기가 길고, 나쁜 시기가 짧다. 그렇게 승률 관리를 한다. 연패가 지나치게 길면 올라가기 어렵다. 좋은 흐름에서 찾아오는 긴 연패면 더 그렇다. 팀 사기까지 꺾인다.

그 악순환의 사슬로 주목받는 LG가 올해 첫 고비를 맞이했다. LG는 개막 후 6월 18일까지 치른 38경기에서 25승13패(.658)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팀 타율(.293), 팀 평균자책점(4.08) 모두 나무랄 것이 없었다. 마운드는 마무리 고우석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얼굴이 분전했다. 로베르토 라모스라는 해결사를 얻은 타선은 드디어 하나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일부 선수들의 부진은 팀의 응집력으로 이겨냈다. 진짜 강팀의 면모였다.

그러나 6월 19일부터 8연패에 빠지는 등 그 후 12경기에서는 3승9패로 부진했다. 팀 타율(.267)과 팀 평균자책점(5.89) 모두에서 이전 38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수치다. 물론 야수 쪽에서의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사정을 모두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팀의 기복이 이렇게 심하다는 것은 장기 레이스에 도움이 안 된다. LG는 예전의 여러 사례에서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LG가 단순히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이라면 사실 38경기에서 벌어놓은 것에 큰 안도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LG는 이미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간 팀이다. 당연히 올해는 그 이상의 것을 노리고 들어왔다. 최근 몇 년간 투자도 남부럽지 않았고, 그 어느 때보다 전력의 ‘상수’가 많다는 점에서 그런 기대치는 결코 환상에서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최근 12경기의 분위기는 팀에 3승9패 이상의 무거운 공기로 자리할 수 있다. 

부상자가 많은데 해줘야 할 베테랑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부진했다. 부상자들의 자리에 들어선 신예 선수들은 아직 경험 측면에서 팀을 끌고 가기는 모자라다는 점이 입증됐다. 그렇다고 지금 팀 구상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류중일 LG 감독의 시즌 운영 능력에 많은 것이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일단 이 분위기를 빨리 돌려놔야 한다.

류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하나다. 삼성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에서만 네 번 우승했다. 정규시즌을 치르는 방법, 단기전을 치르는 방법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가치는 지도자 풀이 좁은 KBO리그에서 어마어마하다. LG 감독 부임 당시 최고 대우를 받았을 때 큰 이견이 없었던 이유다. LG는 류 감독을 ‘우승 청부사’라고 생각했다. 임기 3년 안에 승부를 본다는 계획도 있었다. 

류 감독 또한 팀 성적을 점진적으로 향상시켜왔다. LG의 2018년 승률은 0.476, 2019년은 0.552, 그리고 올해는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0.560이다. 그러나 특정 시기 위기관리능력에 문제를 드러낸 LG의 잔혹사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류 감독의 재임 기간에도 좋은 시기의 흐름이 돌연 긴 연패로 순식간에 바뀌는 시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시즌 처음으로 찾아온 지금 고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심이다. 이 고비를 잘 넘겨 다시 최상위권으로 돌진해야 LG도 불명예스러운 단어와 작별할 수 있다. 깔끔한 작별은 올해 팀의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설 수 있고, 성가신 이미지를 지우는 것은 물론, 앞으로 선수단에도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꼭 위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아주 좋은 기회다.

‘믿음’이라는 류 감독의 기본적인 스타일이 바뀌기는 어렵다. 최근 12경기에서도 과감한 변칙은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기본 틀을 최대한 끌고 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경기 운영도 류중일 스타일 그대로였다. 다만 이 고비를 승부처라고 생각한다면, 부상자가 다 돌아올 때까지 색다른 운영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 번쯤은 경기 내외적으로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류중일 감독도 이제 LG에서 3년차고, 그간 고민한 해법을 제시할 적절한 시기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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