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는 시즌 초반 위기에서 벗어나 최근 19경기에서 12승을 거두는 등 팀 분위기를 돌려놨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시즌 전 구상이 현실화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부상자들도 있었고, 코칭스태프를 당황하게 만든 부진 선수들도 있었다. 

구상대로 흘러갔다면 kt는 시즌 첫 목표인 5할 언저리에서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5할에서 4경기가 모자란 23승27패를 기록 중이다. 0.460이라는 승률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8위다.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에 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세 팀을 더 제껴야 한다. 지금 단번에 따라가기는 쉽지 않은 격차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팀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운드에서의 구상이 완전히 꼬였을 때, 그래서 팀이 허탈하게 패배를 반복할 때 폭삭 주저앉지 않았다. 때로는 타선이, 때로는 마운드가 버티며 어쨌든 승리의 기억을 까먹지 않고 있다. 지난해 50경기까지 이 정도 힘을 보여주지는 못한 kt다. 전체적인 성적에서 아쉬운 것이 있겠지만, kt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잇몸들의 활약이 반갑다. kt는 김민의 부상, 소형준의 휴식 등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상황이다. 하지만 대체 선발로 나서고 있는 조병욱이 선발로 2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하며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2일 잠실 LG전에서도 5회 3실점을 했을 뿐 1~4회는 흠잡을 곳 없는 투구로 5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이 감독이 “조병욱이 최소 실점을 막아줘 팀이 이길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을 정도다. kt는 조병욱이 선발로 나선 2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계산에 큰 플러스다.

필승조가 붕괴됐을 때 2이닝을 깔끔하게 막아준 선수도 개막 엔트리에는 없었던 우완 유원상이었다. 지난해 NC에서 방출된 뒤 테스트를 거쳐 kt에 입단한 유원상은 이제 kt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2일 활약을 포함해 20경기에서 23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해 주권과 더불어 팀 셋업맨으로 우뚝 섰다. 이가 많이 빠진 kt 불펜이 유원상이라는 잇몸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좌완 조현우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2일 잠실 LG전에서 6회 상대 좌타 라인을 봉쇄하는 등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했다. 당초 다른 좌완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조현우가 고비 때 등장해 이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실 조병욱 유원상 조현우 모두 퓨처스리그 성적이 탁월하지는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숫자 이외의 것에 주목한 kt 코칭스태프의 과감한 선택이 빛을 발했다. 

타선에서도 강백호의 부상 공백을 조용호가 훌륭히 메웠고, kt는 강백호 결장 기간 중 괜찮은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천성호 허도환 오태곤 문상철 등 백업 선수들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요소요소에서 이 감독의 활용폭을 넓혀주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에는 해줘야 할 타자들이 해주면서 이기는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 감독도 "조금씩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성적이 증명한다. kt는 6월 11일 이후 가진 19경기에서 12승7패(.632)를 기록했다. 이 기간 kt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은 키움(14승5패)과 삼성(13승6패)이 전부다. 불펜이 주권 김재윤, 그리고 잇몸들의 분투로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타선도 돌아가면서 분전하고 있다. 앞으로 관리가 필요하겠으나 이기는 경기를 확실히 잡고 가겠다는 벤치의 조기 승부도 일단은 성공했다.

아직 전력이 100%가 되려면 멀었지만, kt는 그런 흐름에서 희망을 본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선수들이 정상을 찾아 돌아온다면 kt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팀 뎁스’가 강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이것은 단지 올 시즌만의 호재가 아닌, 이제 막 신생팀의 면모를 벗으려는 팀의 방향에도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진짜 경쟁도 기대할 수 있다. kt가 7월에 계속 이런 우상향 흐름을 이어 갈 수 있다면, 성적과 그 이상의 것을 모두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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