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조영준 기자] 무도(舞蹈)는 빙판 위에서도 진행된다. 빙판을 차고 앞으로 나가는 스케이팅은 질주 본능을 유발하지만 때론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싶은 충동도 일으킨다.

피겨스케이팅의 진수 중 하나는 독창적인 안무와 유연한 스케이팅이다. 이러한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이스댄스다. 싱글 경기에서 나타나는 화려한 점프는 없지만 두 남녀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댄싱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유발한다.

한국 피겨의 저변은 여전히 열악하다. 여자싱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남녀싱글, 아이스댄스, 페어 전 종목에 선수들을 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싱글의 경우 그나마 선수 생활에 집중하는 이들이 있지만 아이스댄스와 페어는 상황이 다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 아이스댄스의 한줄기 빛은 국내가 아닌 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비쳐졌다.

레베카 김(17)은 1998년 1월 27일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그는 처음에는 싱글 선수로 활약했다. 레베카 김의 가족은 리투어니아에서 귀화를 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레베카 김은 여전히 한국 국적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레베카 김은 리투아니아 선수권에 출전했지만 원칙적으로는 초청받을 수 없는 무대였다. 이유는 그가 리투아니아인이 아닌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연맹의 배려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피겨 스케이터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레베카 김은 아이스댄스로 전향했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2012년 싱글 스케이터에서 아이스댄서로 변신을 했고 그해 열린 한국대표선발전에 출전했다. 당시 레베카 김은 러시아 선수인 키릴 미노프(22)와 짝을 이루었다. 3년 동안 호흡을 마치고 있는 이들은 어느새 한국 아이스댄스의 ‘오아시스’가 됐다.

이들이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인 2013년이다. 이 해에 열린 독일 NRW트로피에 출전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피겨 사상 아이스댄스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었다. 국내 첫 아이스댄스 우승자가 된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 조는 올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도전했다.

NRW트로피 우승과 챌린저 시리즈 볼보컵 동메달 획득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지만 시니어 무대의 벽은 높았다.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 조는 첫 출전한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에서 모두 최하위(4차 8위, 5차 7위)에 그쳤다. 오는 10일부터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사대륙선수권 경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꿈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무대다.

현재 이들은 훈련지인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번 사대륙선수권을 준비하고 있다. 순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기술적인 완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아이스댄스의 명맥은 이들로 인해 간신히 이어지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촛불처럼 타올랐지만 3년 뒤에는 평창에서 '불새의 무도'를 꿈꾸고 있다.

레베카 김, "선수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일문일답)

그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훈련해 온 것으로 안다. 지금 정확하게 훈련하고 있는 장소는 어딘가?

- UOR-4라는 클럽인데 러시아에서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육성하고 키우는 러시아 국립체육학교이다.

레베카 김 선수는 리투어니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피겨를 시작했다. 처음 피겨에 입문하게 된 이유와 여자 싱글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지?

- 미리 스케이팅을 타고 있던 친구를 따라 스케이팅을 타다 좋아하게 되었다. 싱글 선수로 약 5년 정도 활동했다.

한국 피겨 스케이팅 훈련 환경은 김연아 선수의 등장 이후 개선됐지만 여전히 열악하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의 훈련 환경은 어떤가?

- 선수들을 위한 전용 스케이트장이 있고 각 분야(스킬, 안무, 발레, 체력 훈련 등등)에 전문가들이 있어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에만 집중하면 된다.

싱글 경기와 차별되는 아이스댄싱만의 매력에 대해 설명한다면?

- 점프에 집착하지 않고 스케이팅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매력이다. 그리고 싱글 선수로서 그만둘 시기에 아이스댄스 선수는 한참 성장하는 시기라는 것이 매력으로 생각된다.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에 첫 출전해 종합 8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펼친 뒤 얻은 경험에 대해 말한다면?

-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러시아가 왜 강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파트너인 키릴 미노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호흡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은데.

- 무한한 가능성과 자격을 갖춘 선수이다. 최고의 선수로 자라기 위해 전문가로부터 더 많은 교정과 보완이 또한 필요하다. 호흡을 맞추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려면 키릴 미노프의 귀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본인은 한국 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데?

- 이 문제는 3년 전 공개 오디션 때 이미 키릴 본인이 의사를 연맹에 명확히 전달했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키릴은 선수로서 훈련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것은 선수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레베카 김- 키릴 미노프 조의 이번 4대륙선수권에 대한 목표와 각오는?

- 기술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파사도블레 키포인트에서 Y를 많이 받는 것이 목표이다.

2018 평창올림픽에 모든 것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은 3년 동안 어떤 점을 보완해 올림픽을 대비하겠나?

-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고 잘하는 부분은 드러나게 할 줄 아는 코치진이 필요하다. 선수는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단하고 수정해 주는 지원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 선수 혼자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다. 

[사진 = 레베카 김 키릴 미노프 ⓒ Gettyimages, 그래픽 =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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