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군 평균자책점이 6.17이었던 조병욱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1군 정착을 노리고 있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5월 중순부터 퓨처스리그(2군) 투수들의 리포트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팀 불펜의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살아날 때까지 그 공백을 메울 투수가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2군에도 좋은 성적을 거둔 투수들이 몇 없었다. 특히 캠프에서 눈여겨봤던 선수들이 거의 대부분 2군에서 고전 중이었다. 아직까지 타 팀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한계였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올릴 투수가 하나도 없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래서 이 감독은 2군 평균자책점은 눈에서 지웠다. 대신 하나를 봤다. 이 감독은 3일 “당시 불펜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부족했다.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1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완 유원상(34)이 5월 22일 1군에 올라왔고, 우완 조병욱(22)은 6월 5일 콜업됐다. 좌완 조현우(26)가 6월 9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콜업 직전 유원상의 2군 평균자책점은 5.40, 조병욱은 6.17, 조현우는 7.36이었다. 단순히 2군 성적만 보면 왜 이 선수를 올렸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감독은 숫자 대신 코칭스태프의 종합적인 평가와 선수의 장점, 그리고 약간의 직감을 믿었다.

그런 세 선수는 지금 kt 마운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유원상은 팀의 필승조로 승격했다. 3일까지 시즌 21경기에서 5홀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세부 지표는 특급에 가깝다. 조현우는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해 kt의 고질병이었던 좌완 불펜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조병욱은 선발진의 깜짝 카드가 됐다. 개인 승리는 없으나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모두 팀이 이겼다. 승패차 +4의 효과다.

투수 전문가인 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머리를 맞댔다. 1군 코칭스태프는 기록보다는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구위와 장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단순히 “2군 성적이 좋지 않아 1군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렸다. 원점부터 1군 코칭스태프가 세심히 구위를 살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공을 실제 보니 좋은 점들이 있었다. 그런 점들을 살리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중용 배경을 설명했다.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인지 분석해 선수들에게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팁을 줬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리려는 선수들의 투지와 의욕도 활활 불타올랐다. 그런 것들이 맞물려 기용은 대성공을 거뒀고, kt 불펜이 안정화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이제 더 중요한 상황에 과감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 됐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으면서 쑥쑥 성장하는 모습은 큰 보람이다. 조현우 조병욱은 젊은 나이라는 점에서 장기적 계산도 가능하다.

숫자의 시대지만, 결국 그 숫자를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사람의 영역임을 보여준다.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이 중요한 이유다. kt도 그 사람의 역량을 가꾸고 오류를 줄여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분명 실패도 있었고, 1군 코칭스태프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사례가 더 큰 교훈으로 남을 법하다. 평균자책점 등 숫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 선수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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