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민병헌(가운데)이 5일 사직 SK전을 10-4 승리로 마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5할 승률 턱밑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고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주장’ 민병헌의 타격 침체였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던 ‘꾸준함의 대명사’ 민병헌은 올 시즌 오른쪽 갈비뼈 부상과 타격감 하락이 함께 찾아오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1번으로 시작했던 9번까지 내려갔고, 경기 중반 교체로 나오는 경우도 잦아졌다. 타율 역시 어느새 2할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도 마찬가지였다. 민병헌은 타선 가장 마지막인 9번 중견수로 선발출장했다.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2회말 1사에서 SK 김주한을 상대로 3루 땅볼을 때려냈는데 이 공을 최정이 포구하지 못하면서 1루를 밟았다. 이어 정훈의 몸 맞는 볼과 전준우의 좌전안타로 득점을 올렸다. 모처럼 민병헌이 전력질주하는 장면을 볼 수 있던 순간이었다.

4-1로 맞선 4회에는 기다리던 장타가 나왔다. 선두타자 정보근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상황. 민병헌은 김주한의 시속 137㎞ 직구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밀어쳐 우중간을 갈랐다.

이 2루타는 무려 14경기 만에 나온 장타였다. 민병헌이 마지막으로 때려냈는 장타는 지난달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의 2루타. 이후 호쾌한 타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민병헌은 모처럼 외야 멀찍이 공을 보내며 달라진 타격감을 뽐냈다.

5회 승부 역시 인상적이었다. 바뀐 투수 박희수와 끈질긴 볼카운트 싸움을 벌였다. 2볼-2스트라이크로 조금은 몰린 상황. 민병헌은 138㎞와 137㎞ 직구를 커트해낸 뒤 볼을 골라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 다시 파울을 하나 더 때려낸 뒤 볼을 골라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간 이른 볼카운트에서 맥없이 물러났던 대목과는 결이 다른 장면이었다. 민병헌의 살아난 감각을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민병헌의 이날 성적은 3타수 1안타 1볼넷 3득점. 안타는 하나였지만, 누상으로 3번 나가면서 모두 득점을 만들어냈다. 롯데는 9번 민병헌의 쏠쏠한 활약을 앞세워 10-4 대승을 거뒀다. 최근 3연패도 함께 탈출했다.

올 시즌 민병헌은 ‘롯데 주장’을 맡으면서 알게 모르게 부담감을 호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과 부진이 함께 찾아오며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런 점에서 이날의 활약과 1승은 롯데만큼이나 , 민병헌에게도 의미가 남달랐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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