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의 반등 과제는 힘이 아닌 선구안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당대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1994년 43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것을 비롯, 17년 동안 무려 378개의 홈런을 때렸다.

보통 강타자라고 하면 ‘힘’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의 장타론은 오히려 공을 보는 능력부터 시작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장타의 기본 조건에 대해 “밀어서도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를 가진 선수는 우리 팀도 그렇지만, 다른 팀도 많다”며 요즘 시대에는 힘이 엄청나게 차별화된 요소가 아니라고 개인적 의견을 드러내면서 “선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모든 타격은 공을 제대로 보는 것부터 출발하며, 제대로 봐야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리그를 대표하는 슬러거들이 윌리엄스 감독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낮은 타율에도 출루율 자체는 좋았던 최정의 대포가 연신 터지고 있고, 시즌 초반 부진했던 김재환(두산)과 박병호(키움)의 홈런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최정은 5월 한 달 동안 23경기에서 타율이 0.205에 머물렀다. 홈런은 단 2개였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출루율은 0.389로 높은 편이었다. 홈런이나 안타를 많이 때리지는 못했지만 차분하게 공을 봤다. 최정은 이 기간 15개의 삼진을 기록한 반면, 4사구는 22개였다. 아무리 부진해도 최정에게 좋은 공을 줄 투수는 없었고, 최정은 그래도 눈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최정은 6월 이후 29경기에서 타율 0.307로 반등했다. 출루율은 0.402로 그렇게 높아지지 않은 반면 9개의 홈런을 때리며 자신의 원래 성적으로 회귀했다. 눈이 무너지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등한다는 것이다. 최정은 6월 이후에도 삼진이 18개, 4사구가 16개로 이 비율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장타 생산력을 기대할 만하다.

김재환과 박병호는 다른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다. 두 선수는 시즌 초반 삼진율이 무려 30% 이상인 타자였다. KBO리그 역사상 삼진율 30% 이상의 사례는 단 세 번. 그런데 박병호는 한때 32% 가량까지 치솟았고, 김재환도 31%에 이르렀다. 두 선수는 타율이 떨어지고 장타까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삼진이 많다고 해서 꼭 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자신의 공을 골라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비율이 낮아지면서 두 선수의 기록 또한 좋아지기 시작했다. 김재환의 삼진율은 5일 현재 27.5%까지 낮아졌다. 6월 이후 삼진은 34개였지만 그래도 4사구 25개를 골랐다.이 비율이 좋아지면서 7개의 홈런을 때리고 30타점을 기록하는 등 전체적인 타격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박병호도 김재환보다 조금 늦게, 그 길을 걸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박병호의 삼진율(30.5%)은 여전히 높지만, 최근 5경기에서의 삼진은 2개였다. 콘택트 비율이 많이 높아졌다. 토킥으로 폼을 간략하게 만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파워 포지션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폼이기는 하지만 워낙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니 제대로만 맞으면 담장 밖으로 공을 보낼 수 있다.

5일 수원 kt전에서 나온 홈런이 그랬다. 김민수의 공을 정확하게 받아쳤고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최근 타율도 많이 올라왔다. 헛스윙 비율이 줄어드는 등 기본적인 선구도 좋아지는 기색이 보인다. 김재환 박병호도 몰아치기에 능한 선수인 만큼 이 부분만 안정되면 비율과 누적 기록이 동시에 좋아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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