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이 된 유민상(왼쪽)과 유원상 형제 ⓒ곽혜미 기자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지난해 11월. 대만 가오슝의 kt 마무리캠프에 ‘손님’ 한 명이 찾아왔다. 구단 관계자들은 “테스트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2주 이상 지켜보고 입단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직은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 테스트 선수는 우완 유원상(34)이었다. NC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직후, kt는 유원상에 테스트를 제의했다. 기회를 얻은 유원상은 낯선 선수들 사이에서 묵묵하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입단 여부가 불투명했다. 지난 주말 키움과 3연전 중 이 감독은 “당시까지만 해도 내년 불펜에 주축이 되는 선수들의 계산이 어느 정도 서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테스트를 통과해 입단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예비 전력이었다.

그 예비 전력이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이제 유원상이 없는 kt 마운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유원상은 5일까지 22경기에 나가 25이닝을 던지며 5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 중이다. 5일 키움전에서도 1이닝을 비교적 깔끔하게 막고 팀 승리에 일조했다. 계산에 있던 1군 불펜 자원들이 상당수 나가 떨어진 상황에서 kt 불펜의 버팀목으로 활약 중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유원상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한화·LG·NC를 거치며 산발적인 활약만 있었을 뿐이다. 굳이 따지자면 LG 소속이었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가 전성기였지만, 계약금 5억5000만 원 선수는 더 이상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였다. NC 소속이었던 2019년에도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주목받지 못한 채 방출됐다.

하지만 이 감독은 몇몇 부분에서 유원상의 반등 가능성을 봤다. 구위 자체에는 분명히 힘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 감독은 구속 이상의 무엇을 보고 있었다. 여기에 슬라이더라는 확실히 떨어지는 결정구가 있었다. 올해 퓨처스리그 출발이 그렇게 좋지 않았음에도 이 감독은 유원상을 중용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그 결정은 대성공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감독은 "밝힐 수 없는 한 가지 부분에서 조언을 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유원상뿐만 아니다. 동생인 유민상(31)도 데뷔 후 최고 시즌을 써내려갈 기세다. 유민상은 39경기에서 타율 0.331, 3홈런, 2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4를 기록 중이다. 확실한 주전은 아니지만, 좌타자가 필요할 때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유민상 호출을 꺼리지 않는다. OPS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높은 득점권 타율(.391)을 바탕으로 기록 이상의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조정득점생산력(wRC+)은 리그 평균보다 21%나 좋다.

유민상 또한 연세대 시절 대학무대를 대표하는 선수로 이름을 날렸고, 형과 아버지(유승안 감독)의 이름과 항상 세트로 묶여 다녔다. 그러나 두산·kt를 거치면서 확실한 주전 선수가 되지는 못했다. kt에서의 첫 시즌인 2016년(95경기 출전)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그 뒤로는 내리막이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도 야구가 확실하게 풀리지 않았다. 백업 선수였고,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러나 그의 힘과 좌타 세대교체에 주목했던 윌리엄스 감독은 캠프 때부터 유민상을 낙점하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중용하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뒤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그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1군과 가까운 시기이기도 하다. 

두 선수가 1군에 자리를 잡으며 맞대결 또한 벌써 두 차례나 벌어졌다. 둘 다 형인 유원상이 승리했지만,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유민상에게도 형의 공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것이다. 가진 재능에 비해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그리고 아버지의 후광이 컸다는 선입견이 있는 형제의 반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