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스타로 가기 위한 고비를 맞이한 강백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뒤 하늘을 봤다. 고개를 푹 숙이지는 않았지만, 평소의 당당한 모습과 다소 거리가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키움과 지난 주말 3연전에서의 강백호(21·kt) 모습이 그랬다.

강백호는 올 시즌 기본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타자다. 5일까지 38경기에서 타율 0.326, 11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036이다. OPS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도 최정상급 타자가 맞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성적과 별개로 경기력과 행동에서 이상하게 신이 나지 않는다. 이강철 kt 감독도 “더그아웃에서 장난도 잘 치는 선수인데 잘 웃지 않더라”고 안쓰러워했다.

3년차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그러나 강백호는 이제 1·2년차 선수가 아니다. 점점 부담감은 심해지는 양상이다. 신인 때는 “아무리 대형 신인이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상의 성과만 내도 면죄부가 있었고, 강백호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찬사를 받았다.

2년차 때는 보통 루키 시즌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강백호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어렵지 않게 해냈다. 홈런 파워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대신 타율과 출루율이 크게 좋아졌다. 그러자 이제 모두가 강백호에게 리그 최고 타자의 성적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는 고스란히 부담감으로 이어지고, 못할 때의 비판으로 이어진다. 더 이상 1·2년차 성적에 만족하기 어렵기에 당연한 일이다.

현역 시절 스타 타자 출신인 한 해설위원은 “신인이나 저연차 때는 못해도 면죄부가 있다. 아직 어린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대치가 낮기에 선수도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다”면서도 “한 번 궤도에 오르면 그때부터 야구가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상대의 견제도 견제지만,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크다. 팬들의 기대치도 크게 높아진다. 그전과 같은 성적을 내도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신문을 보기 싫을 때도 있었는데 인터넷 시대인 요즘은 더 심할 것”이라고 떠올렸다. 

강백호는 올 시즌 좋은 성적과 별개로 득점권 타율(.217)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 강백호가 타석에 들어서면 ‘뭔가 쳐줄 것’이라는 기대가 치솟는데, 그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비판도 심해진다. 한편으로는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타석에서의 모습, 그리고 표정 하나하나가 좋은 이슈가 된다. 이 해설위원은 “이제 강백호도 서서히 야구가 무서워지는 시기로 가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찾아오는 고비”라고 했다. 

kt는 강백호가 그런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낼 만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강철 감독도 강백호를 계속 4번에 넣고 있다. 크게 예민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한 성격, 그리고 확실한 기량을 갖추고 있기에 이 고비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크게 걱정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결국은 성적이다. 이 성적을 떨어뜨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팀에 공헌한다면 어깨의 짐도 가벼워지고, 비판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반대로 이겨내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똑같은 벽과 싸워야 한다. 어쩌면 진짜 슈퍼스타로 가기 위한 고비를 남들보다 빨리 맞이했다고도 볼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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