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롯데 장원삼.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코로나19가 대유행을 앞두던 올해 2월.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좌완투수 장원삼(37)은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는 말로 자신의 위치와 각오를 대신했다.

장원삼은 지난해 10월 일자리를 잃었다. LG 트윈스에서 8경기 무승 2패 평균자책점 7.98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방출됐다. 2006년부터 이어온 현역 생활이 중단 위기를 맞은 상황. 그러나 절박했던 은퇴 기로에서 롯데가 손을 내밀었고, 입단 테스트를 통해 새 유니폼을 입었다.

어렵게 현역 생활을 연장한 장원삼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미뤄졌지만, 개의치 않고 무슨 몫이든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2군이면 어떻고, 테스트를 받고 들어오면 또 어떤가. 그저 나를 받아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

기다리던 1군 콜업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외국인투수 애드리안 샘슨이 자가격리를 거치게 되면서 5월 12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대체선발로 마운드를 밟게 됐다.

그러나 첫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했다. 3이닝 동안 10안타를 맞으며 5실점했다. 2군 강등. 이후 6월을 2군에서 보낸 장원삼은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부름을 받았다. 이번에도 임무는 대체선발 서준원의 공백 메우기였다.

▲ 롯데 장원삼이 1일 창원 NC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부동의 1위’ NC 타선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구위였지만, 장원삼은 꾸역꾸역 이닝을 끌어가며 경기를 풀어갔다. 이날 성적은 6이닝 5안타(2홈런) 6실점(5자책). 자책점은 그대로였지만 이닝은 두 배로 늘렸고, 반대로 안타는 두 배로 줄였다. 비록 이날 롯데가 2-6으로 지며 또 한 번 패전을 안았지만, 장원삼은 대체선발로서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5월과 달리 선발 등판 이후 1군에서 살아남은 장원삼은 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다시 중책을 맡는다.

어깨가 무겁다. 롯데의 상황 때문이다. 롯데는 최근 6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며 중위권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LG 트윈스와 잠실 3연전부터 한 번도 우위를 점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순위는 8위(24승27패)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위안은 마지막 위닝시리즈 상대가 한화였다는 사실이다. 롯데는 지난달 9~11일 사직 3연전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당시 한화는 기약 없는 연패로 빠진 상태였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던 장원삼. 과연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롯데의 구원군이 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