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 구단에서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공유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IMF때보다 더 심해요. IMF때는 그래도 사람은 돌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국에 누가 야구장에 올까요”

5월 초, 프로야구 관중 입장 준비를 담당하는 한 구단 마케팅 부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야 한다.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간 프로야구계가 다 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그때까지는 그냥 하는 말처럼 들렸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9개 구단은 대기업 지원을 받는다. 손실이 나는 만큼 모기업이 광고 및 다른 방법으로 그 적자를 메워준다.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년 200억 원 남짓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경영 계획을 죄다 수정하고 있다. 그래도 매출이 천문학적이고, 여전히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모기업이 야구단 하나 못 살리나 싶었다. 그래서 엄살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구단들의 목소리가 더 절박해지는 걸 느낀다. 이 사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진짜 프로야구계가 암흑기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점차 힘을 얻는다. 

지금은 단순히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지만 이것이 계속 이어지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미 10개 구단은 급변하는 사태에 대한 전략 회의를 마치고 긴축 재정 및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물론 뒤이어 나올 이야기는, 정말 ‘엄살’처럼 들릴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오가는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아마도 현실은, 긍정론과 비관론 사이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전체 1500억 이상 손실… 야구단 자생은 원점으로

가장 빨리 현실화됐다. 무관중으로 개막이 확정되면서 각 구단별로 100억 원 정도의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계산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기본적으로 관중 수입이 0이다. KBO리그의 지난해 전체 입장 수익은 923억 원 정도였다. 관중 수입이 많았던 LG나 두산 등 빅마켓 구단들도 타격이 크지만, 원정 수입을 보전 받는 지방 인기팀들도 손해가 큰 건 마찬가지다. 

여기에 광고 매출도 줄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였다. 구단이 준비한 광고 자리를 다 팔지 못했다. 여기에 관중이 없으니 광고 노출 효과가 떨어진다. 단가는 당연히 그만큼 떨어지게 되어 있다. ‘스포티비뉴스’가 각 구단에 문의한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인 광고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 이를 모두 고려할 때 지금까지만 해도 1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관중을 계속 받지 못하면 그 시간만큼 적자폭은 더 커진다. 한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만약 시즌이 끝까지 무관중으로 진행된다면 리그 전체의 추가 적자폭이 15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면서 “광고도 지금 단가가 문제가 아니다. 내년에 광고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어렵고, ‘굳이 프로야구단에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게 가장 무섭다. 30% 관중 입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B급 FA 시장 한파 & 연봉 조정 신청 속출?

다른 관계자는 “야구단 사장의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전략 수립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모기업에서 돈을 타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연간 150~2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보던 프로야구단이 추가적으로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더 냈으니, 현재 살림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모기업에서 돈을 더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모기업도 예전처럼 돈을 펑펑 쓰지 않는다. 각 구단별로 긴축에 들어간 이유다.

▲ 올해는 연봉을 모두 받고 있지만, 선수들도 내년 연봉 협상에서 코로나 한파를 실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곽혜미 기자
이미 구단 프런트들은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용 조건 탓에 인원을 줄이지는 못해도 출장을 덜 보내고, 운영비를 아끼는 식이다. 올해가 끝나면 계약직들은 대거 옷을 벗고 추가 채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프런트도 이런데 선수들의 배만 부를 수는 없다. 

한 구단 단장은 “팀 연봉이 10~20% 정도 줄어들 수도 있는데 올해 연봉 조정 신청이 속출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단장은 “아마도 못한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큰 삭감폭을 제시받을 것이고, 잘한 선수들은 평소보다 덜 오른 금액을 제시받게 될 것이다. 선수들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고통 분담을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일부 대어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에 한파가 몰아닥칠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이 없다. 구단에 돈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한 구단 사장은 “어차피 FA야 구단 특별 예산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모기업에서 돈이 나온다”면서도 “S급 선수가 아닌, A·B급 선수들은 타격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최근 몇 년 추세도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이미 FA 시장은 큰 타격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2군 선수 방출, 사라지는 3군… 언젠간 지명권 포기할지도

2군 운영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미 돈 문제 때문에 퓨처스리그(2군) 일정이 축소됐다. 진짜 문제는 올 시즌이 끝난 뒤다. 한 구단 2군 관계자는 “명단을 보면 알겠지만 최근 2군에서 방출되는 선수의 수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선수단만 100명이 되는 팀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면서 “올해는 예년보다 더 방출을 많이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1군, 1.5군급 선수들을 마냥 자를 수는 없으니 결국 실적이 없는 2군 선수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추측은 설득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구단이 운영했던 3군은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사실 2군에는 부상 선수들이 매년 10명 이상씩 된다. 여기서 더 자르면 3군은 게임 자체가 어려워진다. 자연스레 폐지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사태가 계속 이어져 구단들의 선수단 긴축이 절정에 이르면,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포기하는 팀도 나올 것이라는 우울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 관계자는 “매년 11명을 뽑고, 육성선수들을 영입하는데 구단들은 그 이상을 자른다. 그런데 기존 선수들을 계속 잘라내고 신인 선수들로 채울 수는 없다. 올해는 아니지만 사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2~3년 뒤에는 10라운드까지 지명하지 않는 팀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프로가 기침을 하면, 아마추어는 감기에 걸린다.

정규시즌 144경기 다 못한다, 아니 할 수가 없다

당장 2021년에 정규시즌 144경기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이는 최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단장들 사이에 나왔던 '실화'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 일정을 맞추기도 어렵고,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손해이니 차라리 경기 수를 줄이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 관중 입장이 제한되면서 이미 프로야구 생태계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곽혜미 기자
지방구단의 한 단장은 “현재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데, 들어오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면 귀국 후 한 달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2월에 전지훈련을 시작해 3월 초에 귀국해서 한 달을 보내고, 4월에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개막을 하면 빨라야 4월 말이다. 올해처럼 일정이 빡빡해질 수 있다. 국내에서 해도 날씨 탓에 2월 캠프 시작은 어렵다. 3월은 되어야 한다. 3월 말 개막이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그렇다면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돈 문제도 그렇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내년에도 관중 입장이 제한될 경우 구단들은 경기 수를 줄이는 게 이득일 수 있다. 관중이 차지 않는다면 구단은 경기 진행 비용이 입장 수익보다 많아진다.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중은 입장 수익은 물론 광고 매출, 상품 판매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도 각 구단은 경기당 3~4억 원 정도를 손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LB는 그런 측면에서 일부 구단들이 아예 올 시즌 취소를 원했다. 1~2년 이어지면 KBO리그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이 될지 모른다. 

프로야구 산업 붕괴, 팬들 외면으로 암흑기 시작될 것

가장 큰 문제다. 일단 산업 붕괴 조짐은 벌써 보이고 있다. 구단들의 매출이 줄면 야구단 규모가 작아지고,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구조가 무너진다. 프로야구가 허약해지면 그와 연계된 산업도 덩달아 허약해진다. 당장 경기장 내에 일하는 인원이 줄어들고, 매점의 매출이 줄어들며, 심지어 언론 등 파생된 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진다. 실제 야구단의 각종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들은 “이대로 가면 다 폐업”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뉴 노멀’ 시대도 변수다.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게 낫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코로나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예전의 경기장 분위기를 연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O리그는 상당 부분 그런 경기장 문화와 함께 성장해온 측면이 있기에 더 뼈아프다. 특히 가족 단위 팬들의 출입이 극도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래의 잠재 고객들을 잠식하는 악영향이 있을지 모른다. 

코로나 사태가 2~3년 안에 종식된다고 해도, 한 번 떨어진 관심을 다시 살리는 데는 배의 노력이 든다. 몇 차례 암흑기를 겪어본 프로야구는 이를 잘 안다. 지금이라도 KBO 차원에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은 성장보다는 버티기를 해야 할 때다. 그것도 엄청나게 견고한 벽으로 하지 않으면 무조건 뚫리게 되어 있다. 구단들의 각개격파는 효율성과 통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5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찾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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