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과 요리스의 말다툼
▲ 치열하게 경기한 손흥민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토트넘 홋스퍼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이례적으로 뛰쳐나와 공격수 손흥민(28)에게 소리를 질렀다. 둘 사이의 언쟁을 조반니 로셀소 등 동료 선수들이 뜯어말려야 했다.

토트넘이 1-0 리드 상황으로 전반전을 마친 참이었다. 앞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무력한 1-3 패배를 당한 토트넘은 경기 초반부터 선수단의 수비 규율이 남달랐다. 손흥민,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로 구성된 스리톱은 공격보다 전방 압박에 더 집중했다.

토트넘의 경기 방식은 선수비 후역습이었다. 주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선발 명단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줬다. 로셀소를 2선 중앙으로 전진배치했고, 해리 윙크스를 허리에 복귀 시켰으며, 센터백 라인에도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출전했다.

셰필드전에 허술한 수비를 보였고, 공격 과정 역시 둔탁했던 토트넘은 이날 전보다 효율적이고 매끄러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전반전에 이렇다할 위협적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한 채 전반 24분 마이클 킨의 자책골로 리드를 잡은 토트넘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 불안감이 묻어난 듯 요리스는 전반전 종료 직전 역습 공격 상황이 차단되며 내준 히샬리송의 슈팅에 실점할 뻔 하자 손흥민에게 달려가 질책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손흥민은 어쩔 수 없었다.

손흥민은 루카스 모우라의 전진 패스를 향해 달려들며 앞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앞에서 공을 기다리던 공격수 케인이 상대적으로 수비 복귀가 편안한 상태였다. 모우라의 패스가 손흥민과 케인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로 이어져 에버턴 수비에 차단됐고, 케인이 수비에 가담했다. 

골문에서 보기엔 역습 수비에 따라오지 않은 손흥민에게 주의를 주고 싶었을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이 따라내려오기는 불가항력이었을 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비효율적인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레프트백이 부실한 올 시즌 토트넘에서 사실상 왼쪽 윙백에 가깝게 수비에 가담하고 있다. 이날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공격 첨병으로 뛰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이후 처음으로 유효 슈팅을 기록하며 공격력을 뽐냈다.

전반 24분 얻어낸 자책골도 손흥민의 슈팅 시도 및 돌파에 이은 패스가 기점이었다. 후반전에도 손흥민이 세 차례나 득점에 근접한 장면을 만들었다.

전반적으로 이날 손흥민의 플레이는 우수했다. 영국 언론 다수가 손흥민에게 평균점 이상인 평점 7점을 줬고, 경기 최우수 선수에 준하는 평가를 했다.

요리스의 과민반응은 손흥민의 문제가 아닌 토트넘 선수단 내부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선수들에게 서로 요구하고 비판하라고 했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며 선수들이 팀을 위해 반응한 것이라고 무마했다.

요리스도, 손흥민도 수비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이었다고 했다. 팀 내 불화로 번질 갈등은 아니다. 다만 토트넘 선수단에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에버턴전을 승리로 마친 것은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셰필드전의 졸전 및 패배로 입은 심리적 타격을 극복할 계기를 만들었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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