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가치까지 증명한 양의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7일 인천 SK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구창모(23)는 경기 후 “솔직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동욱 NC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이 감독은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구창모는 7일 경기에서 초반 흔들렸다. 구속 자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제법 컸다. 패스트볼과 변화구 모두 타깃을 벗어나고 있었다. 패스트볼은 크게 빗나갔고, 변화구는 너무 빨리 꺾였다. SK 타자들이 차분하게 공을 골라내기 시작했고, 무사 1,2루 상황에 몰렸다. 구창모는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않아 당황했다”고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다 선취점을 주고 나면 투수의 사기는 꺾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구창모는 1회 무사 1,2루 위기를 넘긴 뒤 7회까지 내달린다. 기본적으로 구창모의 공이 좋았던 점도 있지만, 홈플레이트에 앉아 있던 양의지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빛났다. 위기관리능력은 투수의 것만이 아닌, 포수의 지분도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양의지는 최근 타격감, 특히 장타감이 좋은 최정과 제이미 로맥을 상대했다. 흔들리는 구창모를 이끌고 이리저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단 구창모의 변화구 컨트롤을 염두에 둔 리드를 했다. 최정에게 던진 7개 중 6개의 공이 변화구(슬라이더·포크볼)이었다. 구창모가 어느 구종을 더 편하게 여기는지, 어디로 던지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기는지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4구째 바깥쪽 포크볼에 최정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양의지는 결국 7구째 포크볼을 바깥쪽 낮은 곳으로 유도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다. 큰 고비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이어 로맥은 “기본적으로 빠른 공에 약하다”는 데이터를 가지고 설계를 시작했고, 5구째 포심패스트볼로 역시 삼진을 잡아냈다. 여기에 3루로 뛰던 최지훈까지 잡아내며 이닝을 그대로 끝내버렸다. 헛스윙을 한 우타자가 가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의지의 송구는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것으로 SK의 기는 한풀 꺾였고, 구창모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구창모도 1회 위기를 넘긴 뒤 “제구가 안 되다보니까 자신감이 떨어져있었는데 1회 마치고 (양)의지 선배님이 ‘볼 좋으니까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해줘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서 도루도 저지해주셨다”고 웃었다. 이동욱 감독도 배터리의 호흡을 이날 승인으로 뽑았다. 

포수가 모든 것을 제어할 수는 없다. 포수가 던지라고 해도, 투수가 던지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다. 때로는 양의지도 볼 배합에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포수 만능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 능력이 있는 포수와 그렇지 못한 포수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경기마다 그 1점이 승패를 가르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7일이 그런 날이었다. 구창모의 평균자책점, 팀의 승리를 구한 양의지의 숨은 가치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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