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시점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를 놓고 다투는 NC 구창모 ⓒNC다이노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한 번 당하면 “다음에는 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 당하면 생각이 더 많아진다. 세 번 당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상대에 대한 공포심이 생긴다. 그런 공포심을 가지는 선수들이 많아질수록, ‘에이스’라는 이름이 굳건해진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구창모(23·NC)가 그런 길을 밟아가고 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상대 팀 타자들은 구창모를 “좋은 투수지만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창모의 놀라운 질주가 이어지면서 리그 전체가 공유하는 공포심이 커지는 양상이다. 웬만한 타자들은 그 기세에 눌린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동욱 NC 감독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감독은 7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상대를 압박하면서 들어갈 수 있다. 그 부분들을 훨씬 더 높게 평가한다”면서 “심리적으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런 부분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건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면서 구창모를 대견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이런 활약이 몇 년 정도 더 이어진다면 리그를 지배했던 에이스들이 가졌던 위압감을 스스로 쌓아갈 것이라는 기대다.

구창모는 7일 인천 SK전에서도 초반 위기를 넘기며 7이닝 8피안타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8번째 승리를 거뒀다. 올해 11번의 등판에서 패전이 단 한 번도 없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를 10번이나 기록한 구창모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1.50에서 1.48로 더 떨어졌다. 73이닝을 던졌다는 것을 생각할 때 1점대 평균자책점은 운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 구창모는 7일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할 만하다. 이닝·승리·자책점·탈삼진이 주요 변수가 되는 톰 탱고의 사이영상 수식은 메이저리그(MLB)에서 적중률이 높은 모델로 뽑힌다. 이 공식에 대입하면 구창모는 40.7점으로 이 부문 1위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1.30)인 에릭 요키시(키움·36.6점)을 조금 앞서고 있다. 30점을 넘긴 선수라고 해봐야 구창모, 요키시, 그리고 드류 루친스키(NC·30.7점)까지 세 명뿐이다. 당분간은 구창모 요키시의 1위 고지전이다.

애런 브룩스(KIA·25.5점), 댄 스트레일리(롯데·22.9점), 라울 알칸타라(두산·21.3점)가 4~6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국내 선수들의 분전도 눈에 들어온다. TOP 10이 외국인 선수 잔치였던 예년과 다르게 원태인(삼성·18.9점), 문승원(SK·17.7점), 정찬헌(LG·17.5점)까지 총 4명의 선수가 10위 내에 포진해있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나쁘지 않은 조짐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선수도 있다. 바로 토종의 자존심을 이끌었던 에이스들의 추락이다. 지난해 이 부문 2위를 기록했던 양현종(KIA)은 올해 이 포인트에서 2.4점에 그쳐 전체 79위까지 추락했다. 웬만한 불펜 투수들보다도 못하다. 역시 거액의 FA 계약을 맺은 차우찬(LG)은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7일 잠실 두산전 부진으로 끝내 이 수치가 마이너스(-0.7점)로 떨어졌다. 차우찬의 순위는 135위다. 순위가 두 선수의 서열을 말한다고 볼 수 없겠으나 믿을 수 없는 위치다.

양현종은 시즌 11경기에서 5승5패 평균자책점 5.55에 그쳤다. 지난해도 첫 한 달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오히려 기대를 모았으나 올해 그래프는 반대다. 5월(4.85)과 6월(4.50)에 큰 차이가 없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뚜렷하게 치솟은 가운데 헛스윙 유도는 확실히 줄었다.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아직도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차우찬은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시즌 11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6.04에 머물고 있다. 계속된 구속의 저하가 결국은 발목을 잡는다. 구위가 뒷받침되지 않으니 어렵게 승부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상대가 변화구까지 대처하는 등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현종 차우찬 모두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다시 얻는다. 다음 달 이맘때에는 두 선수가 이 순위표의 다른 위치에 있을지도 관심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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