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8'. 제공|MBC, 웨이브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SF8'이 베일을 벗었다.

8일 오후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시네마틱드라마 'SF8'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무려 22명의 감독과 배우가 한꺼번에 참석한 이 날의 제작보고회는 2부에 걸쳐 무려 약 3시간 동안 열렸다.

전례없는 제작보고회가 열린 건 영화와 방송, OTT가 SF옴니버스로 만난 'SF8'이란 프로젝트 자체가 전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SF8'은 DGK(한국영화감독조합)에 소속된 8명 감독이 만든 오리지널 SF시리즈다. 한국의 방송사와 OTT, 영화 감독이 뭉친 한국 토종의 SF앤솔로지라는 점에서 'SF8'은 탄생부터 주목받았다. 국산 SF 장르를 대중화하는 동시에, 영화와 드라마란 콘텐츠 경계를 허물고, 방송과 OTT 플랫폼을 넘나들어 서비스되는 최초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 만들고, 영화제작사 수필름이 제작했지만, 기획엔 지상파 방송사 MBC가 참여했고, OTT플랫폼 웨이브와 MBC를 통해 순차 공개된다. 9일 개막하는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상영되는 등, 영화로서 관객에게도 찾아간다. 

▲ 'SF8'. 제공|MBC, 웨이브
8편의 면면도 화려하다. 김의석(죄많은 소녀) 감독이 연출한 '인간증명'은 배우 문소리 장유상이, 노덕(특종:량첸살인기, 연애의 온도) 감독의 '만신'은 이연희 이동휘가 출연한다, 민규동(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 감독의 '간호중'은 이유영 예수정이 호흡을 맞췄고, 안국진(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에는 이다윗 신은수가 나온다.

또 오기환(선물, 작업의 정석)의 '증강 콩깍지'에선 최시원과 유이가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이윤정(나를 잊지 말아요) 감독의 '우주인 조안'에선 김보라 최성은이 함께했다. 장철수(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하얀 까마귀'에는 안희연(하니)과 신소율이, 한가람(아워바디) 감독의 '블링크'에선 이시영과 하준이 주연을 맡았다.

▲ 민규동 감독. ⓒ한희재 기자
DGK 대표이자 'SF8'의 총괄 기획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최승호 전 MBC사장이 감독조합에 왔다가 작년 초부터 구상을 계속했다"며 "SF 하면 서양의 독점적 장르로 인식되지만 우리 마음에는 SF에 대한 욕망이 크다. SF라는 새로운 장르로 다양한 감독이 모여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극장개봉을 위한 큰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배우와 새로운 이야기를 또 새로운 길이로 만들어보자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작할 때 무모하다고 말리는 분도 많았다는 민규동 감독은 "극장의 변화, 감상환경의 변화 때문에 영화가 기존에 있었던 방식으로만 소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질문과 고민을 안고 있다. 길, 장르, 플랫폼 등 다양한 영화만들기 방법의 문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이번이 공개되고 누군가 영감을 받는다면 내적인 걸 떠나 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시즌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의 여러 SF 블록버스터가 우리에게 이숙하지만 한국영화, 한국 영상 콘텐츠에 SF는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다. 'SF8'는 플랫폼과 형식을 넘어선 장르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 'SF8'. 제공|MBC, 웨이브
OTT서비스를 통해 선보이는 50분 분량의 SF 옴니버스라는 점은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일상의 SF를 그려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미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만 한 명의 작가-연출자가 중심에 있는 '블랙미러'와 달리 'SF8'은 대부분이 SF문학을 바탕으로 8명의 감독이 참여하며 저마다의 상상력을 뽐냈다. 

오기환 감독은 "'SF8'이 아니라 '로맨스8'이나 '스릴러8'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SF을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하지만 저는 '슈퍼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상상력 무한히 펼칠 수 있다"고 SF의 매력을 짚었다.

장철수 감독은 "SF는 영화감독으로서 제 상상을 펼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남들이 한 걸 하면 안되지 않나. 하나하나 백지상태에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미래 현재 과거를 넘나들며 여러가지를 그릴 수 있어, 창조할 수 있는 임무와 권리가 모두 더 많이 주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민규동 감독은 한국인이 주인공이 된 SF 장르의 새로운 비주얼이 낯설게 다가갈 수 있지만 "통과의례"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질적으로 수용 가능한 카테고리 안에서 즐겁게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라며 "결국엔 화두가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 배우 이동휘 ⓒ한희재 기자
▲ 배우 김보라 ⓒ한희재 기자

각각 예산이 같은 8편의 영화들은 50분 내외의 길이의 SF 작품으로 전체 8편의 제작비가 상업영화 1편에 못 미치는 데다 10회차 이내로 촬영을 마쳐야 할 만큼 빠듯한 환경에서 재작됐다. 그러나 영화와 OTT 공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 이야기와 표현, 캐스팅 등 여러 부문에 있어서 개별 창작가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했다.

노덕 감독은 예산과 러닝타임 등 외에는 "창작에 대한 자율성이 어떤 상업영화보다 열려 있다고 느꼈다"며 "상업영화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가 들어오기 때문에 시나리오 과정부터 감독의 창작성에 대한 100% 지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하는데 'SF8' 경우에는 그에 묻지 않고 하고싶은 대로 지지해준다 해서 즐겁게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1을 후회없이 다 했다는 느낌이라 시즌2가 제작된다면 다른 감독님에게 좋은 기회를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 배우 이연희. ⓒ한희재 기자

영화와 방송, 뉴미디어 그리고 SF가 만난 새로운 시도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시즌2, 시즌3으로 이어가는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사랑받을 수 있을까.

'SF8'은 오는 10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되며 8월 중 MBC를 통해 전파를 탄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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