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우는 메시(왼쪽)와 호날두(오른쪽) 프리킥 중 '호날두 무회전킥'을 선택했다
(편집자 주)축구팬들에게는 각자 기억하는 축구대표팀의 명경기가 있습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나선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박창선이 넣은 골부터 모두가 잊지 못하는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안정환의 헤더 골든골,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에서 '해버지'로 불리는 박지성이 수비수의 볼을 가로채 골을 넣고 보여준 풍자 돌리기 세리머니까지 다양합니다. 스포티비뉴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3월부터 멈춘 축구대표팀의 과거 경기들을 회상하며, 직접 뛰었던 이들의 무용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기억속의 명경기, 내가 좋아했던 전설의 회상까지 한 번에 느껴보시죠.

<②에서 계속…>

죽기 전에 데 헤아를 보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울산, 박대성 기자] 11월 대표팀 데뷔부터 영화 같던 카잔의 기적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잠시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접어두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문득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다비드 데 헤아(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받은 응원 메시지가 궁금했다.

2018년 6월 29일. '대구 데 헤아' 조현우에게 진짜가 나타났다. 당시 소속 팀 대구FC가 독일전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팬들과 아내에게 감사 인사 영상을 공개했는데, 데 헤아가 '좋아요'를 눌렸다.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우리가 알던 스페인 골키퍼 데 헤아였다.

영상 편지도 받았다. 데 헤아는 "너와 한국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훌륭한 골키퍼다. 선수 생활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자 "금메달을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했다. 데 헤아에게 어떻게 응원 메시지를 받았냐고 묻자 "당시에 데 헤아가 구단 SNS 계정에 '좋아요'를 눌렸다. 솔직히 나도 믿지 않았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찍어 데 헤아 대리인에게 전달했다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도 영상 편지는 믿기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말하는 내내 미소와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났고, 영상 편지까지 받았지만 데 헤아를 보고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조현우에게 데 헤아는 영원한 세계 최고 골키퍼였다. 

"정말 한 번쯤 실제로 보고 싶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마음은 변함없다. 살면서 꼭 만나고 싶은 선수다. 그라운드에 서 있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 그 정도로 좋아하는 선수다. 월드컵 때 만나지 못해서 아쉽다." 
▲ '슛포러브'를 통해 영상 메시지를 주고 받은 조현우(위)와 데 헤아(오른쪽)

상상해보자, 호날두와 메시 프리킥 막는다면?

이번에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 유벤투스)와 리오넬 메시(33, 바르셀로나) 프리킥을 막는다면 누가 더 어려울까. 최근에 프리킥 영점조준이 떨어진 호날두는 전성기 무회전 프리킥이라 가정하고 물었다.

'조헤아' 조현우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세계 최고 프리키커를 눈앞에 뒀다 생각하니 즐거운 표정이었다. 고민 끝에 꺼낸 첫마디는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에서 유벤투스를 만났다. 호날두 프리킥을 막을 거로 생각하고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하지만 안 나오시더라"였다.

유벤투스전을 준비했던 만큼, 굳이 꼽자면 호날두였다. 무회전이 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었다. "메시는 굉장히 정확한 코스로 들어오지만, 호날두는 볼이 세고 무회전까지 걸린다. 수비벽도 위압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한번 막아보고 싶다. 둘 다 세계 최고의 키커다. 그래도 내 생각에는 (전성기 가정) 호날두 무회전이 더 어려울 것 같다"라며 경험 녹인 이유를 더 했다. 

골키퍼도 붙여봤다. '답정너'였지만 데 헤아와 마누엘 노이어 중 누가 최고냐고 물었다. "당연히 데 헤아"라는 뻔한 답을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슬며시 웃던 조현우는 "데 헤아를 선택하고 싶어요. 왜냐면 데 헤아는 월드컵에서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거든요"며 재치있게 말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하프라인까지 나왔다가 손흥민에게 실점한 노이어를 떠올린 것이다.

20세기 전설이었던 이케르 카시야스와 잔루이지 부폰은 어떨까. 조현우는 "부폰이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다. 직접 봤는데 안정감이 다르더라. 어떤 볼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우라가 있었다. 팬 서비스도 좋더라. 호날두와 다르게…"라며 올스타전에서 만났던 부폰을 선택했다.

짧았지만 부폰에게 배울 점은 많았다. 경기장에서 잔디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수비와 더 많이 소통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냥 멋있었다. 나도 저렇게 멋있는 골키퍼가 되고 싶다"라는 말에서 존경이 묻어났다. 하지만 "물론 40세까지 오래 뛰고 싶지는 않다. 어린 선수들에게 양보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 지난해, 유벤투스와 팀K리그 친선경기에 출전했던 조현우 ⓒ한희재 기자

소중한 월드컵 경험, 울산에서 K리그 우승 원한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큰 경험을 했지만, 대표팀 분위기가 바뀌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신태용 감독이 떠나고 파울로 벤투 감독이 부임했다. 골키퍼부터 후방 빌드업을 강조했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대구는 패스를 많이 하지않고 역습을 했다. 벤투호에서 적응이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는 말에서 고충이 느껴졌다.

울산 현대 이적은 도전이자 새 축구를 익힐 기회였다. 우승 경쟁 팀이라 볼 점유율과 빌드업 횟수도 많다. 자연스레 패스양이 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벤투호에 합류한다면 더 여유롭게 훈련하고 즐길 각오다.

"벤투 감독님은 골키퍼에게도 패스를 원하신다. 울산 이적 뒤에 많이 연습했다. 이제 자신감이 생긴다. 대표팀에 뽑힌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굉장히 잘 온 것 같다. 이전보다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렌다."
▲ 조현우가 지난달 24일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대성 기자
김도훈 감독도 발전을 원했다. 후방 빌드업이 원활하지 않아도 "편하고 재밌게 즐겨라"고 강조했다. 울산 입단 당시에도 "(빌드업에) 큰 부담을 가지지 말아라. 수비와 호흡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북돋웠다는 후문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가 있었다. K리그2에서 대표팀 차출, 데뷔전 7개월 만에 러시아 월드컵 선발, 벤투호에서 다시 주전 경쟁. 가파르지만 롤러코스터 같던 축구 인생이었다. 매번 즐기며 훈련하고, 경기장에 나선다고 말했지만, 버팀목이 된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2014년 부상이 생각을 바꾼 계기였다. 양쪽 무릎이 안 좋아 수술을 했고, 3~4개월 동안 재활에 매진했다. 좋아하는 축구를 못 한다는 생각에 눈앞에 캄캄했다. '몸 관리도 중요하지만, 부담을 갖지 말자. 긴장해서 힘이 들어가면 필드에서 즐기지 못한다'란 생각이 스쳤다. 그때부터 항상 '재밌게, 즐기자'라는 각오를 품고 골문을 지켰다고 한다.

"6년 전 부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1년 뒤에 큰 부상으로 은퇴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에 충실하고 뛸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게 됐다. 딱히 징크스를 만들어서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분명 좋은 영향도 있겠지만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나중에 즐기지 못해 후회할 걸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프다."

즐기는 조현우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린다. 대구에서 FA컵 우승을 했으니, 울산에서 K리그 트로피를 쥐어보고 싶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 팬들과 만날 수 없지만, 매 경기 결승처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정말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K리그 우승을 정말 해보고 싶다"며 반짝이는 눈빛이 우승을 향한 열망을 그리고 있었다.

"아 잠깐만요! 선배님 대답해 주실거죠?"

인터뷰가 끝나기 전, 조현우는 2002 한일 월드컵 주역이자 골키퍼 선배 이운재에게 궁금한 질문이 있었다. 지금은 공개할 수 없지만…. 

보너스 히든트랙
조현우에게 물었다, ‘자신 포함’ 역대 대표팀 베스트는?
GK: 조현우 …"저 포함이라고요? 하하 이것 참"
DF: 이영표, 정승현, 홍명보, 김태환…"정말 든든한 라인입니다"
MF: 이재성, 박지성, 구자철, 황희찬…"희찬아 수비 하지 마! 공격만 해"
FW: 손흥민, 안정환…"호흡이 환상적일 것 같아요. 최고의 조합"
감독: 아내 이희영 씨…"항상 경기 볼 때마다, 감독해보고 싶다더라고요"

스포티비뉴스=울산, 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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