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수 양면에서 오름세가 돋보이는 한동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한동희(21·롯데)는 최근 롯데의 흐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차세대 주전 3루수로 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어느새 육성과 세대교체가 더딘 롯데의 현재 난맥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선수가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8년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이 유망주에 구단은 물론 세 명의 감독 모두가 탐을 냈다. 고졸 야수로는 드물게 첫 해부터 주전급 선수로 뛰었다. 타격 능력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수비도 고졸 신인치고는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뛰다, 좌절하다, 다시 뛰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2018년 87경기, 2019년 59경기에 나선 한동희는, 또 새 지도자의 낙점을 받았다. 올해 부임한 허문회 롯데 감독은 한동희를 주전 3루수로 꾸준하게 기용하고 있다. 이전과는 또 조금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허 감독은 웬만해서는 주전 판도를 바꾸지 않는다. 덕분에 한동희는 잘할 때는 물론 못할 때도 경기에 나서고 있다. 9일 대전 한화전까지 벌써 48경기에 출전했다. 이중 43경기가 선발이었다.

물론 성적은 항상 논란이었다. 7일까지 한동희는 타율 0.248, 4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잘할 때는 롯데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그렇지 못할 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몸이 조금 풀린 것일까.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23, 2홈런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등 공수 양면에서 조금씩 살아나더니 9일에는 결정적인 대포 두 방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9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5번 3루수로 출전한 한동희는 1회 첫 타석에서 시원한 홈런포를 신고하며 이날의 결승점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2사 1,2루에서 김범수의 초구 체인지업(128㎞)이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한동희는 자신있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경기장 중앙 담장을 넘겼다. 전날 승리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홈런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3-1로 앞선 6회에는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때려 또 한 번 장타력을 과시했다. 김범수의 포심패스트볼(146㎞)에 타이밍이 조금 늦은 듯했지만 이를 힘으로 이겨냈다. 우익수 방면 뜬공이 되는 줄 알았던 김범수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한동희의 선천적인 힘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한동희는 경기 후 “1회부터 홈런을 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체인지업 실투가 들어와 가볍게 쳤는데도 중심에 맞아 담장을 넘겼다”면서 “요즘 타격에선 타이밍이 잘 맞아 들어가고 있다 수비에선 ‘어떻게든 공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동희는 이날 홈런 두 개를 치며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9일 현재 6개)을 세웠다. 롯데의 주전 3루수가 될 가능성이 있음은 몇몇 번뜩이는 장면에서 입증하고 있다. 이제는 이것을 이어 가 3루 베이스에 자신의 이름을 완전히 새기는 일만 남았다. 유망주 중 가장 먼저 기회를 얻은 한동희가 날아오르는 순간이 롯데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신호탄이다. 어찌됐건 두 어깨에 걸린 것이 많은 선수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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